▲ 한기총이 임시총회를 열고 대표회장의 임기를 2년 연임제로 하는 정관을 개정했다. 정관 개정에 앞서 홍재철 대표회장은 "한 번 더 대표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총대들에게 밝혔다. 일부 총대는 강하게 반발하며 항의에 나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이 내년 1월 차기 대표회장 선거에 나서기 위해 정관을 손질했다. 한기총은 12월 26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대강당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대표회장의 임기를 2년 단임제에서 2년 연임제로 고친 정관 개정안을 확정했다. 일부 총대들은 홍재철 목사가 더는 대표회장을 해서는 안 된다며 정관 개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한기총은 대표회장 임기 2년 연임을 비롯해 임원회가 이단사이비 재심 결의를 할 수 있다, 본 개정 정관이 본회 구성원에게도 적용된다는 등의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재출마 의사를 틈틈이 밝혀 온 홍 대표회장은 또 당선돼도 주어진 임기는 다 채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어야 1년 짧으면 6개월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할 것이다. 임기 동안 한국교회연합(박위근 대표회장)과 하나가 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임시총회에는 길자연 총신대 총장도 참석했다. 길 총장은 12월 17일 한기총과 관련된 모든 직분을 사임한다는 광고를 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단 해제 문제로 한기총이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홍 대표회장은 2004년 길자연 대표회장 당시에도 장재형을 이단에서 해제했다며 자신만 문제 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했다. 연합 기관이 이단을 해제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이단 해제는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가 해 온 일이라고 반박했다. (관련 기사 :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 예장합동 탈퇴 선언)

한기총 탈퇴 결의를 한 예장합동(안명환 총회장) 임원회와 길자연 총장(총신대)을 향해 성토하기도 했다. 홍 대표회장은 "안명환 총회장은 '박윤식과 류광수는 이단이 아니'라고 임원회에서 말했다고 한다. 또 정준모 전 총회장의 스캔들이 났을 때 더럽고 창피해서, (내가) 정준모를 박살 내겠다고 했는데 길 목사가 막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회장은 "그런 그들이 나를 죽여요? 합동이 탈퇴하면 한기총이 무너지느냐"고 반문했다.

임시총회에는 길자연 총장(총신대)도 참석했다. 길 총장은 12월 17일 한기총의 이단 해제 행보에 불만을 제기하며 WEA준비위원장, 선거관리위원장 등 한기총의 모든 공직을 사임하는 광고를 냈다. (관련 기사 : 길자연 목사, 한기총 모든 공직 사임) 길 총장은 발언권을 요청하며 회의장 정면으로 나섰지만, 홍 대표회장이 자리에 앉아 있으라며 거부했다. 군말 없이 앞자리에 앉은 길 총장이 재차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총대는 "길자연 목사는 한기총을 음해하는 성명을 냈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일부 총대는 회의 진행 방식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홍 대표회장이 정관 개정의 가부를 묻기 위해 안건에 찬성하는 총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고 요청했다. 여러 총대가 일어섰지만, 자리에 앉아 있는 총대도 수십 명에 달했다. 그러나 홍 대표회장은 찬성 205명, 반대 6명이라고 투표 결과를 발표한 뒤 안건이 통과됐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이날 임시 총회에는 211명의 총대가 참석했다.

▲ 일부 총대가 회의 진행에 반발하며 홍 대표회장에게 다가가 항의하자, 홍 대표회장을 지지하는 목사들이 달려들어 제지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안건에 반대하는 총대들은 누가 계수한 것이냐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회장 측 목사들과 반대 측 목사들이 서로 뒤엉켜 몸을 밀쳐 내는 등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홍 대표회장은 항의가 주춤해진 틈을 타 폐회를 선언했다.

총대 30여 명은 폐회 이후 정관 개정을 반대하는 서명을 하면서 "홍재철 목사가 더는 대표회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정관 개정 반대 서명에는 길 총장을 포함해 26명의 총대가 서명했다. 지덕 목사는 정관 개정에 찬성한 인원은 143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고, 김용도 목사는 의장이 의사 발언권도 주지 않았다면서 이번 임시총회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총대들의 공감을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내년 1월 말에 열린다.

▲ 길자연 총장(사진 왼쪽)과 홍재철 대표회장이 발언권을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길 총장이 두 차례나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홍 대표회장은 모두 거절했다. 홍 대표회장은 이단 해제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길자연 대표회장 재임 시에도 장재형을 이단에서 해제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축도 도중에도 양측의 승강이는 멈추질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폐회 이후 정관 개정에 반대하는 총대 30여 명은 임시총회가 불법이며, 홍 대표회장이 차기 대표회장 선거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총회가 정관 개정에 반대하는 서명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위)과 기도로 마무리하고 있는 모습.(사진 아래)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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