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명환 총회장이 10월 2일 총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규철 총무의 거취와 한기총 행정 보류 결의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안 총회장은 황 총무의 해임을 사실상 보류했고 한기총과의 행정 보류는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마르투스 이명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안명환 총회장이 황규철 총무의 거취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 행정 보류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10월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 총회장은 황 총무를 임원회에 배석하지 못하게 하고 행정 총무의 역할을 벗어나지 않도록 일러두었다며, 당장 해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기총에 대해서는, 10월 1일 한기총이 교단 목사 28명을 고소한 건을 취하함에 따라 행정 보류도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규철 총무의 자진 사임 내지 해임은 98회 총회 현장에서 논의된 것과 사뭇 달랐다. 황 총무는 총회에서 "총무직에 연연하지 않는다. 임원회와 상의해 자진 사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안명환 총회장은 거세게 반발하는 총대들을 진정시키면서, 한 달 이내로 총무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안 총회장은 황 총무가 임원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과 행정 총무 역할만 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실상 해임을 보류했다. 다만 안 총회장은 "한 달이라는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총무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임원회 결의로 해임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총무를 잘 단속해 두었다. 앞으로는 총회장보다 앞서는 월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황 총무는 사임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마르투스> 기자가 자진 사임할 용의는 없느냐고 묻자, 황 총무는 "총회 총무는 공인이다. 지금까지 하던 일의 연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는 "총회 마지막 날 총대들은 조용했다. 뼛속에서 우러나오는 불만이 있었다면 총대들이 그냥 있었겠나.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며 모든 총대가 총무 해임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 안 총회장은 황 총무가 임원회에 배석하지 않고 행정 총무 역할만 담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의 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총무의 태도가 바뀌지않는다면 언제든지 임원회 결의로 해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안명환 총회장은 98회 총회에서 결의한 한기총에 대한 행정 보류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안 총회장은 "10월 1일 자로 한기총이 교단 목사 28명을 형사 고소한 건을 취하하겠다고 문건을 보내 왔다"며 "한기총이 (교단 목사들을) 풀어 줬으니 우리도 (행정 보류를) 풀어 줘야 하지 않겠느냐. 10월 4일 임원회에서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기총은 예장합동이 이단이라고 결의한 다락방을 이단에서 해제하고, 이를 규탄한 신학대 교수 207명을 고소했다. 그중에는 총신대 교수들도 더러 포함돼 있다. 98회 총회는 이 소송까지도 취하해야 관계를 재론할 수 있다고 결의했다. 이에 대해 안 총회장은 "그 건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황규철 총무는 한기총이 다락방을 이단 해제한 것에 관해서는 감정이 아닌 신학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총회 측에서 두 명의 신학자를 섭외해 놓았다며 다락방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98회 총회에서 한기총 이대위와 함께 다락방을 재조사하자는 헌의는 기각된 바 있다. (관련 기사 : [총회26] 예장합동, 한기총과 행정 보류)

▲ 황 총무는 98회 총회 현장에서 자진 사임하겠다고 언급했지만, 기자회견에서는 사임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마르투스 이명구

공직 자제에 대한 논의가 명확히 되지 않은 채 넘어간 정준모 전 총회장에 대해 묻자, 좀 더 지켜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직전 총회장이 당연직으로 선정되는 선거관리위원장을 정 전 총회장이 맡게 되느냐는 질문에, 안 총회장은 "11월 중순 안으로 위원회 구성을 완료하려 한다. 그때 가서 얘기하자. 다만 나는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제자교회 문제는 10월 4일 임원회에서 논의해 수습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정삼지 목사 면직 철회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 총회장은 "마지막 날 급하게 결의해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10월 안으로 회의록을 채택할 테니, 그때 차분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한서노회, 정삼지 목사 면직 취소 못 해)

교회 세습 금지 결의는 앞으로 정책 실행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겠다고 안 총회장은 밝혔다. 그는 실행위를 교단 총회에서 논의할 정책을 연구하는 자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행위에서 세습 금지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안 총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세습이라는 말조차 거북하다며 세습 금지를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다.

이외에도 안명환 총회장은 총회 행정 조직 개편을 통해 교단 발전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장년 중심이었던 교육국을 주일학교 중심으로 바꿔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총회 회관 내 기관 배치를 새로 해 교단 구성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총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용하고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안 총회장은 이날 <마르투스>의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했다. <마르투스>는 지난 5월 총회 임원회 결의로 총회 회관 출입 금지를 당했다. 황규철 총무는 이를 빌미로 <마르투스> 기자들을 형사 고소했으며, 98회 총회 장소에서도 <마르투스> 기자들만 색출해 내쫓은 바 있다.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안 총회장은 <마르투스> 기자들에게 마음 놓고 취재하라고 일렀다. 하지만 기자들이 황 총무와 한기총에 대한 민감한 질문을 던지자, 황 총무는 "자꾸 그러면 총회장에게 다시 (출입 금지를) 건의할 것"이라며 엄포를 놨다. 

▲ 이날 오전에는 안명환 총회장 취임 감사 예배가 열렸다. 안 총회장은 취임사에서 △교단 정체성 회복 △이단·사이비 척결 △교단 정치 신뢰 회복 △GMS 정상화 △새 총회 회관 건립 △다음 세대 양육 △교계 연합 운동 적극 참여 △남북통일에 대비한 교단의 장기 계획 수립 등을 공언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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