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회 합동 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였던 황규철 총무(왼쪽)와 정준모 전 총회장의 거취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다. 황 총무는 자진 사임, 정 전 총회장은 공직 자제가 언급됐지만 당사자들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마르투스 구권효

98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안명환 총회장) 총회가 황규철 총무와 정준모 전 총회장의 거취를 매듭짓지 못했다. 총대들의 강한 의지로 반려됐던 황 총무 해임과 정 전 총회장 영구 총대 박탈 및 전 총회장 명단에서 삭제 헌의안이 현장에서 다뤄졌으나 흐지부지됐다. 황 총무의 자진 사임, 정 전 총회장의 공직 자제가 언급됐지만 총회가 끝난 현재 당사자들의 말은 다르다. 파행의 책임자들이 가까스로 현장 징계를 면한 가운데, 위원회 임명권과 총무 해임권을 가진 임원회가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파행으로 얼룩졌던 97회 총회를 제대로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98회 총회의 가장 큰 과제였다. 정치권은 총회 전 파행의 책임을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떠넘기고, 황 총무와 정 전 총회장의 문제는 다루지 않으려고 헌의안을 반송했다. 하지만 총대들은 속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이 정치꾼들의 술수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황 총무와 정 전 총회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정 전 총회장은 그동안 몇 차례 사과의 모습을 보여 징계 여론이 조금 누그러졌다. 98회 총회에서 그는 노래방 유흥 의혹과 관련한 부분은 여전히 부인했지만, 97회 총회 파회는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 어린 사과를 반복했다. 오정호 목사(서대전노회)가 "기습 파회에 대해 사과하고 공직을 자제하겠다고 말한다면, 총회장의 명예를 살려 주자"고 제안하자, 정 전 총회장은 단상으로 나와 오 목사를 부둥켜안았다. 총대들은 석연찮았지만, 이미 총회장 임기를 마친 상태고 공직을 내려놓는다는 말도 있었으니 굳이 더 말을 붙이지 않았다.

황규철 총무 해임은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황 총무의 신상 발언은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는 세 번 이혼, 아버지 폭행, 총신 학적 문제, 유령 교회 목회, 고소 남발 등 자신에 대한 의혹을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얼음판에 뒹구는 사슴이 되겠다"며 사회법 소송을 시사하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총무직에 연연하지 않고 자진 사퇴하겠다고 하면서도, 굳이 임원회와 상의하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총대들의 여론은 들불 같았지만 황 총무의 현장 해임은 물거품이 됐다. 안명환 총회장의 일방적인 처리로, 황 총무의 거취는 한 달 이내로 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97회 총회에 이어 이번에도 현장에서 총무 해임을 관철하지 못한 총대들은 안타까움을 넘어선 허망함 속에 돌아갔다. 그래도 정 전 총회장의 공직 자제, 황 총무의 자진 사퇴가 언급됐으니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정준모 전 총회장은 "공직을 자제한다는 얘기만 나왔지 결의된 것은 아니다"며 공직을 내려놓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총회장이 당장 맡게 될 공직은 총회 선거 규정상 직전 총회장이 당연직으로 선정되는 선거관리위원장이다. 만약 정 전 총회장이 선관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총대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황규철 총무도 사임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황 총무는 98회 총회가 끝나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1년 임기를 보장받았다며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마르투스>와의 전화 통화에서는 자진 사임에 대한 언급을 꺼린 채, 10월 4일 임원회에서 얘기해 보겠다고 말했다. 안명환 총회장은 파회 전 "총무는 임원회에 참석시키지 않을 것이다. 총회장에게 총무 해임권이 있으니, 유사시에는 임원회의 결의에 따라 해임도 할 것이다. 꼼수짓 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공은 총회 임원회로 넘어왔다. 선관위 위원도 한 달 이내에 구성해야 하고, 총무의 거취도 한 달 이내로 결정해야 한다. 선관위원장은 직전 총회장 당연직이지만, 당연직 위원 유고시에는 총회장의 추천으로 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 총회 총무도 유고시 임원회에서 대리를 선임할 수 있다. 전국 교회의 시선이 임원회에 쏠려 있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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