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공동선언문과 다락방 이단 해제를 성토하는 성명을 낸 목사들을 고소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봄 정기노회에서 역풍을 맞았다. 9개 노회가 한기총을 탈퇴하자고 헌의했고, 일부 노회는 더 나아가 한기총 해체 운동에 앞장서자고 요구했다.

김제·여수·동평양·순천·남중·중경기·남수원·성남·울산노회는 예장합동이 한기총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했다. 교단이 영구적으로 관계하지 않기로 한 WCC와 공동선언문을 작성한 것, 총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다락방을 이단에서 해제한 것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교단 여론은 다락방 이단 해제에 특히 민감했다. 신천지 등에게 기존 교인들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할망정 한기총이 성급하게 이단을 해제했다고 했다. 한 노회 인사는 "이단 문제는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보고를 받은 뒤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시간이 적잖이 걸리는 사안을 몇몇 인사들이 좌우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노회들은 교단 인사들이 한기총에서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총대는 "대표회장을 역임한 길자연·홍재철 목사와 같은 일부 예장합동 인사들이 교단이 걸어온 길과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한 총대는 "대표회장을 역임한 길자연(오른쪽)·홍재철(왼쪽) 목사와 같은 일부 예장합동 인사들이 교단이 걸어온 길과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일부 목사들은 한기총은 이미 연합 기관의 명분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한 노회 임원은 "예장통합·예장고신 등 주요 교단이 한기총에서 빠졌다. 지금 한기총은 예장합동과 군소 교단이 모여 있을 뿐이다. 교단 안에서도 지지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노회 총대는 "이전까지 한기총은 신학적 다양성을 인정했었다. 헌데 지금은 다른 교단을 이단으로 규정하는 현실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제·울산노회는 한기총 탈퇴에서 머물 게 아니라 한기총 해체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헌의했다. 한 총대는 "몇 년간 한국교회 연합 운동은 진통을 겪었고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새 판을 짜야 한다. 한기총이든 한국교회연합이든 다 헤쳐 모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총대는 "한기총이 예전의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해체하고 다시 재편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기총을 향한 예장합동 목사·장로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7회 총회에서도 한기총 관련 헌의는 올라왔다. 홍재철 목사가 총회 실행위원회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추천되었던 것과 이단 옹호 여부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헌의부에서 싹쓸이 기각됐다. 당시 정중헌 목사는 "헌의부가 정치성이 있는 안건을 기각했다. 분명히 의도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올해 9월, 98회 총회에서는 한기총 관련 헌의가 다뤄질 수 있을까. 헌의를 올린 한 노회 총대는 "일부 정치꾼들이 헌의를 기각하는 등 장난을 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기총을 성토하는 총대들의 여론이 생각보다 거세다. 작년처럼 유야무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총대는 한기총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지적하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교단 안에 반한기총 여론이 있었다는 것을 역사에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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