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을 이단으로 볼 수 없다'는 연구 보고서를 올려 다락방의 이단 혐의를 풀어 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단대책위원회 전문위원장 김만규 목사뿐 아니라, 전·현직 한기총 대표회장도 다락방 이단 해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한기총 전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는 한기총에 다락방을 영입한 장본인이고, 현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다락방 영입 감사 예배에서 설교하는 등 다락방을 옹호한 전력이 있는 것이다. 

▲ 길자연 목사(오른쪽)는 한기총에 다락방을 영입한 장본인이고, 홍재철 목사(왼쪽)는 다락방 영입 감사 예배에서 설교하는 등 다락방을 옹호한 전력이 있다. ⓒ마르투스 구권효

다락방의 교단 세탁 인정한 길자연 목사

길자연 목사가 대표회장이던 2011년 9월 22일, 한기총은 다락방전도총회와 통합한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다락방)을 회원으로 인정하고 회원 교단 증명서를 발급했다. 9월 27일 임시총회에서는 예장개혁(다락방) 총대 3명을 임원으로 선출했다. 예장합동 등 11개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다락방을 한기총에 영입한 것이다. 반면 다락방 영입을 반대하며 교단 분열을 감행한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 측은 10월 28일 개최한 한기총 실행위원회에 부르지도 않았다.

한기총 회원 교단들은 다락방 영입에 반발했다. 11개 교단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은 다락방을 이단이라 재확인하고 한기총이 예장개혁(대락방)의 회원 가입을 철회해야 한다는 성명을 10월 5일 발표했다. 예장통합·백석 등 9개 교단은 11월 15일, "한기총은 다락방전도총회(류광수 측) 등 이단 세력에 대해 단호한 척결 의지를 갖고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한기총이 묵묵부답하자, 12월 14일 10개 교단 이대위원장과 총무는 "한기총이 이단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회개하기보다 질서확립대책위원회를 앞세워 이단을 옹호하고 있다"며 예장개혁(다락방)의 회원 자격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 2011년 다락방을 한기총에 영입한 길자연 목사는 2004년 한기총 이단사이비문제상담소가 다락방을 이단으로 명시할 때도 대표회장이었다. ⓒ마르투스 이명구

전국 신학대학 교수들도 들고일어났다. 박용규 교수(총신대) 등 신학대학 교수 34명은 10월 14일 한기총이 예장개혁(다락방)의 회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기총이 반응하지 않자, 12월 12일 신학교수 100명은 다락방 영입을 규탄하며 "한기총이 이단에 맞서 복음의 진리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지 않는다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공박했다.

한기총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교단들을 공격하고 나섰다. 한기총 비판 성명을 낸 9개 교단을 향해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정관에 의거해 징계하겠다고 내쏘았다. 12월 15일 임원회에서는 한기총을 비판한 교단은 행정 보류하고, 총대 교체를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예장개혁을 통해 교단 세탁에 성공한 다락방은 2004년 한기총 이단사이비문제상담소가 발간한 <이단 사이비 연구 종합 자료>에 이단으로 나와 있다. 2011년 다락방을 한기총에 영입한 길자연 목사는 당시에도 대표회장이었다. 그는 자료집 인사말에서 "국가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이단 사이비들의 척결을 위해 조사·연구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홍재철 목사는 다락방 영입 감사 예배에서 축사하기도

현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2011년 7월 예장개혁의 다락방 영입 감사 예배에 참석해 격려사를 했다. 그는 예장개혁 인사들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주문하며 다락방 영입을 격려했다. 다락방 연루 사실이 문제가 되자 홍 목사는 "(다락방 창립자) 류광수 목사를 알지도 못한다. 다락방 영입 감사 예배는 길자연 목사 대신 갔다가 2분 정도 발언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 홍재철 목사는 2011년 7월 예장개혁의 다락방 영입 감사 예배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는 등 다락방을 옹호했다. 사진은 한기총에서 다락방 이단 해제를 한 뒤 처음 열린 예장합동 실행위원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는 홍 목사의 모습. ⓒ마르투스 구권효

이뿐만이 아니다. 홍 목사는 2012년 5월 27일에는 다락방 소속 안산 예전교회에서 설교를 하기도 했다.

다락방의 이단 혐의를 풀어 준 올해 1월 14일 실행위원회에서 홍 목사는 사회를 봤다. 다락방이 이단성이 없다고 올린 이대위 전문위원회의 보고서를 받고 예장합동 인사들은 극렬히 반대했다. 김준규·남태섭·김응선·이태선 목사 등은 "교단에서 이단으로 결의한 것을, 연합 기관이 반대 결정을 하는 것이 가능하냐"며 다락방을 이단에서 해제할 것인지 찬반을 묻는 투표를 다음으로 미루자고 주장했다. 홍재철 목사는 이를 거부하면서 "한기총에서 통과되더라도 각 교단 결의와 상충된다면 교단에서 재조사를 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대표회장 직권으로 무기명 비밀투표를 강행했고, 다락방 이단 해제는 통과됐다.

들끓는 다락방 성토 여론에 '움찔'

다락방 이단 해제에 예장합동 교단 전체가 술렁였다. (관련 기사 : 다락방 이단 해제 주도한 김만규 목사 홀로 당당) 총회 임원회와 전 총회장단은 81회 총회 결의를 재확인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는 다락방 이단 해제를 주도한 김만규·유장춘 목사를 교단에서 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봄 노회에서 다락방 관련자를 처벌해 달라는 헌의도 하나둘 올라오고 있다.

다락방 성토 바람이 거세지자 길자연 목사는 한기총 총대 및 대의원들과 함께 3월 5일 <기독신문>을 통해 "한기총 실행위에서 이단인 다락방을 해제한 것을 적극 반대한다"고 밝혔다. <마르투스>와 통화에서 길 목사는 "광고한 그대로다. 내 의지다"라고 말했다.

홍재철 목사는 <마르투스>와 통화에서 다락방 이단 해제는 예민한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 사회를 볼 때 자신은 중립적으로 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다락방 문제에 책임지지 않으려고 현장에서 기권했다. 아예 투표용지도 안 받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반대 입장인지를 묻자 "대표회장은 반대도, 찬성도 할 수 없다. 중립적이어야 한다. 표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공개적으로 기권하는 것은 보통 용기가 없으면 못한다"고 답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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