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가 이단 신천지와 혈투를 벌이고 있는 사역자를 되레 이단으로 몰고 있다. 한기총은 4월 12일 열린 임원회에서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협회 구리상담소장이자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인 신현욱 소장에게 이단 혐의를 씌워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 한기총이 신천지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신현욱 소장 을 조사하겠나고 나섰다. 신 소장을 곁에서 지켜 본 총신대 박용규 교수는 "신 소장을 바른 신학을 마음에 가졌고, 이를 지켜가는 검증된 이단 비평가로 생각한다"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사진은 신현욱 소장. ⓒ뉴스앤조이 임안섭
한기총은 먼저 신현욱 소장이 목사를 사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일은 2006년 신 소장이 신천지를 탈퇴하고 정식 교단에 가입하기 전 과도기에 벌어졌던 사건이다. 신 소장과 함께 신천지를 탈퇴한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면서 신천지에서 쓰던 호칭을 쓸 수 없어 신 소장을 목사로, 다른 한 사람을 전도사로 불렀다. 목사와 전도사 호칭은 모임 안에서만 썼고 밖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신 소장은 3년 뒤에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정식으로 신학을 공부했고, 신 소장이 몸담은 모임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교회가 됐다. 총신대 박용규 교수는 4월 22일 열린 이단 포럼에서 신 소장에게 이단 의혹을 제기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 교수는 "처음에는 신 소장이 위장 입학한 게 아닐까 의심하면서 수없이 대화하고 지켜봤다. 하지만 신 소장은 신학대학원 교수들의 검증 절차를 밟아 3년 동안 성실하게 공부했다. 그런 점에서 신 소장을 바른 신학을 마음에 가졌고, 이를 지켜가는 검증된 이단 비평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기총이 신현욱 소장이 이단인지 조사하는 진짜 이유는 최삼경 목사(빛과소금교회)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신현욱 소장은 최 목사와 강북제일교회에 신천지가 개입했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와 똑같은 논리로 한기총은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한독선연·송용필 연합회장)를 조사하기로 했다. 최삼경 목사는 한독선연의 목사 안수식에 참여해 예비 목사들에게 안수를 주었고 세미나에서 강의했다.

한기총은 이밖에 한독선연의 무자격 목사 안수 문제도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목사 안수를 준 이는 한독선연의 재정을 횡령한 의혹을 받는 남양우 전 총무로, 이 일을 알게 된 한독선연은 목사 고시 체제를 개편해 응시 자격을 분명하게 했다. 한독선연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베뢰아국제대학원대학교 졸업생들은 발견하면 회원 자격을 정지했다. 한독선연 회원으로 활동한 이단 인사들은 회원 자격을 정지하거나 이단 시비로 물의를 일으키면 탈퇴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한기총의 조사 대상이 된 신현욱 소장과 한독선연은 대응할 계획이 없다. 윤세중 한독선연 목회사역국장은 "이번 조사는 한기총이 이단으로 규정한 최삼경 목사와 엮는 작업"이라고 해석했다.

한기총이 최삼경 목사와의 관계를 이유로 다른 단체를 이단으로 정죄하거나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기총은 2011년 최삼경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뒤에 최 목사가 참여하는 단체를 무더기로 이단 옹호나 연루 단체로 규정했다. 최 목사와 회의했다는 이유로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위원 5명을 이단 옹호자로 규정했고, 최 목사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한국교회연합도 이단 연루 단체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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