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98회 총회에서 시행할 제비뽑기 절충안을 다듬고 있는 선거법개정위원회(유병근 위원장)가 '선거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교단 여론을 수렴했다. 2월 14일 총회 회관 2층 여전도회관에 모인 70여 명의 교단 인사들은 선거법개정위가 제시한 선거제도 초안의 시행세칙을 두고 각자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부총회장 출마 자격에 관한 논의가 치열했다.

▲ 제비뽑기 절충안을 다듬고 있는 선거법개정위원회가 2월 14일 선거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교단 인사들의 여론을 수렴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선거법개정위가 선보인 초안의 시행세칙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97회 총회에서 정한 '세례 교인 500명 이상 교회를 시무하는 목사'를 목사부총회장에, '세례 교인 300명 이상의 교회를 시무하는 장로'를 장로부총회장에 출마할 수 있게 한다는 항목을 삭제한다. '총회 임원, 상비부장 또는 총회 산하 기관장 경력자'와 '시무하고 있는 교회를 총회 유지재단에 가입한 자'에게 목사부총회장 입후보 자격을 허락한다. 총회장 및 부총회장의 입후보 발전 기금은 8000만 원, 그 외 임원은 3000만 원, 상비부장은 200만 원, 공천위원장은 500만 원, 기관장은 3000만 원으로 한다. 모든 공직 선거 시 입후보자는 범죄 경력·수사 경력 회보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선거 규정을 위반할 경우, 처벌 규정은 강화했다. 돈 봉투를 뿌린 자는 영구히 총대 및 공직을 제한한다. 돈을 받은 총대는 받은 금액의 30배를 총회에 벌금으로 내고, 10년간 총대 및 공직을 금지한다. 입후보 등록 서류에 허위 사실을 올린 이는 10년간 총대 및 공직 출마를 막는다.

부총회장 출마 자격, 뜨거운 관심

▲ 김영우 목사는 세례 교인 수보다 총회를 섬긴 경력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참석자들은 부총회장 출마 자격에 관심을 집중했다. 이영신 목사(양문교회)는 "총회 임원의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97회 총회에서 세례교인 500명, 300명의 규정을 신설했다. 한 번도 시행하지 않은 세칙을 삭제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다. 남태섭 목사(대구서부교회)는 "선거법개정위는 97회 총회에서 결의한 내용의 미비 사항을 다루는 게 맞다. 총대들이 결의한 사항까지 수정해 버리면 큰 혼란이 온다"고 발언했다.

김영우 목사(총신대 재단이사장)는 세례 교인 수보다 총회를 섬긴 경력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적어도 총회의 수장이 될 사람은 교단의 이런저런 일들을 해 보면서 시행착오도 겪어 보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교단 산하 80%의 교회가 세례교인 500명이 안 된다고 하는데, 나머지 20% 교회에서만 총회장이 나오는 게 이치에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97회 총회에서 제비뽑기 절충안을 제안했던 김기철 목사(정읍성광교회)는 총회 발전 기금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회 현장에서 부총회장 3000만 원, 임원 1000만 원을 제시한 바 있다. 총대들의 반응도 좋았다. 입후보 문턱을 낮춰서 좋은 인물이 출마할 수 있게 해야 한다. 2명의 후보나 단일 후보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금권 선거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입후보자가 3명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2명의 인물을 놓고 투표를 하는 건 사실상 직선제와 다름이 없고, 돈 봉투 살포의 유혹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목사는 "후보가 2명일 경우 제비로 1명을 뽑은 뒤, 찬반 투표를 거쳐 찬성이 과반을 넘을 경우에만 당선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 97회 총회에서 제비뽑기 절충안을 제안했던 김기철 목사는 총회 발전 기금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또 김 목사는 부임원을 정임원으로 선출할 때도 찬반 투표를 하자고 주문했다. 현재 부임원은 다음 회기에 자동으로 정임원으로 추대된다.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면 부임원들이 좀 더 심사숙고하며 총회를 섬기게 될 것이라고 김 목사는 예상했다.

이밖에도 부총회장 출마 시 '무흠 만 15년 이상'으로 되어 있는 자격 규정을 12년이나 10년으로 낮추자는 의견, 세상 법정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을 받은 자에게는 출마 자격을 박탈하는 의견이 있었다.

선거법개정위는 참석자들이 제안한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기로 했다. 유병근 위원장은 "선거제도는 지금 수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더라도 이해해 달라. 위원회에서 최대한 좋은 안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거법개정위는 2월 22일 마지막으로 모여 실행위원회에 보고할 최종 초안을 만들 예정이다. 고광석 서기는 "3월 초부터 정기노회를 하는 곳이 있다. 때문에 2월 안에는 선거제도 개정을 완료해야 한다. 일정에 차질 없도록 정준모 총회장에게 2월 말에 실행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고 밝혔다.

한편, 선거법개정위는 제비뽑기 절충안을 총회 임원 선거에만 적용한다고 확정했다. 97회 총회 당시 규칙부(김찬곤 부장)는 '총회 임원 선출은 절충안(제비뽑기+직선제)으로 한다'고만 보고했다. 선거법개정위원들은 지난 회의에서 기관장과 공천위원장 선거에도 절충안을 적용하자고 주장했지만, 공청회를 열기 전 입장을 바꿨다. 고광석 서기는 "논의 끝에 규칙은 총회에서만 바꿀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기관장·공천위원장 선거제도 변경은 98회 총회에서 다루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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