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지 목사를 처음 만난 것은 2010년 겨울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자교회는 경기도 북부 지역의 군종병들을 모아 2박 3일간 먹이고 재우면서 이러저러한 예배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장소는 그 유명한 파주 수양관이었고요. 그 당시 일병이었던 기자는 군대 일과와 선임의 압박에서 잠시나마 해방된다는 기분에 즐겁게 수련회에 참석했습니다. 먼발치에서나마 본 정삼지 목사의 얼굴은 누구보다도 빛났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입장이라서 그런지 무려 3개의 별을 단 장군이 그의 옆을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군인에게 둘러싸인 그의 모습은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병장이 되어 제대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쯤 인터넷을 통해 정삼지 목사의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정삼지 목사가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후 기자는 제대를 했고 <뉴스앤조이> 인턴기자로서 취재를 다니던 중에 1월 25일 법정에서 그의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2년 만에 본 그의 모습은 눈에 띄게 초췌했습니다. 1년여의 수감 생활 탓인지 살이 빠졌고 활력 있던 얼굴은 수척해지고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정삼지 목사의 재판은 어수선한 모습이었습니다. 교인들은 정삼지 목사의 등장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쪽에서는 "목사님 힘내세요"를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기꾼"을 연호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정삼지 목사 반대 측의 교인들은 지난 1년여의 갈등에 한이 서린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판사와 직원들의 제지에도 정삼지 목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야유를 보냈습니다. 2년 전 환호를 받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달라진 그의 모습을 보고 법원을 나오는 기자의 뒷맛은 씁쓸했습니다.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2년 전 위세 넘치던 그의 모습은 허상에 서 있던 모습이었을까요. 정삼지 목사는 최후 진술에서 자신 때문에 아픔을 겪고 고통을 당한 많은 분에게 깊이 책임을 느끼고 잘못을 뉘우친다고 했습니다. 또 봉사하고 선교할 수 있는 기회와 상처받은 많은 분에게 진심으로 사죄할 기회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삼지 목사는 반성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신이 구속되자 임시 목사를 파송하고, 옥중에서 사례비를 받으며 반성은커녕 제자교회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는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3월 8일 정삼지 목사의 선고 공판이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삼지 목사가 제자교회에 입힌 상처는 너무나 커 보입니다. 재판정에는 나이 많은 권사님들이 과정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누가 이분들의 눈물을 닦아 드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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