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 지파는 근로자가 아니다. 이들은 섬김의 대가로 11지파가 내어놓은 근로의 열매(헌금)를 삯으로 받는다. 이 레위 지파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다." 총신대학교 문병호 교수가 7월 21일 KBS 생방송 심야토론에서 한 말이다. 문 교수는 오늘날 목회자가 레위 지파와 같다고 전제한다. 목회는 근로가 아닌 봉사이기 때문에 근로소득세를 낼 수 없고, 헌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논리가 뒤따른다.

지난날 한국교회는 이와 같은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종교인 과세를 언제까지 미룰 수 없다. 가을에 발표할 세제 개편안에 종교인 과세를 포함할지 검토 중이다"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으로 목회자 납세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정부가 종교인 과세에 소극적이어서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현행법상 종교인도 과세 대상자다. 드물지만 세금을 내고 있는 목회자와 교회도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4월 실행위원회에서 목회자 납세 연구 기구를 만들기로 하고 당장 납세를 할지부터 검토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예장합동에서도 목회자 세금 논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남수원·성남·서대전노회는 '목회자 세금 납부 연구위원회'를 설치하자고 97회 총회에 헌의했다. 특히 남수원노회는, 연구위원회가 △개혁주의 신학에 입각한 목회자 납세 △목회자 납세가 사회복지에 미치는 영향 △목회자 납세가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면에서 총회와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활동 방향을 제시했다. 목회자 납세의 영향을 최대한 다각도로 연구해 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목회자 납세에 긍정적인 발언을 하는 예장합동 목회자도 보인다. 장봉생 목사(서대문교회)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목사도 직업이다. 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면 그곳은 직장이다. 그곳에서 생활비를 받고 있으면 그것은 봉급이다. 그래서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8월 8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종교인 과세를 일단 제외했다. 박재완 장관은 종교인 과세가 빠진 이유로 “종교인이 비과세 대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이를 바로잡는 데 적응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교 활동의 특수성을 감안해 접근해야 하는 만큼 종교계와 좀 더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종교인 과세 움직임을 기회 삼아 일각에서는 목회자 납세 논의의 주도권을 잡자는 의견도 있다. 김찬곤 목사(안양석수교회)는 "목사는 근로자가 아니니까 세금 안 낸다는 논리를 고수할 것이 아니다. 근로자가 아니라도 필요하다면 내야 하지 않나. 납세 때문에 복음이 막힌다고 한다면, 더더욱 내야 한다"고 했다. "목회자 납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교회가 먼저 공론화하고,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정부와 협상 테이블을 펼쳐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마지못해 세금을 내는 모습으로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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