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정상화 요구하는 교인들 형사고발하고 당회 재판국 회부
교회 측 "세습 시도 아니었으니 사과 강요하지 말라"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세습금지법을 무시하고 아들을 후임 담임목사로 세우려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정훈 총회장) 소속 무주장로교회(박남주 목사)가 세습 시도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한 게 아니라, 도리어 독단적 교회 운영을 문제삼아 온 교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권징 절차를 밟는 등 강경하게 나가겠다는 입장이어서 교회 분쟁이 장기화 수순을 밟게 됐다.
무주장로교회는 11월 2일 주일예배 광고 시간에 세습 논란에 관해 설명했다. 현재 교회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겠다면서 나선 문 아무개 장로는 "우리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목사님이 지난 35년 동안 한길을 걸어오셨고, 인생의 모든 걸 바쳤다"며 박남주 목사 상찬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교회가 분열과 혼란을 막기 위해 모든 절차를 미루기로 했다"며, 10월 중순 교회에서 후속 청빙 절차를 밟겠다고 했던 발표를 번복했다. 장로는 "이제 목사님께서 은퇴를 앞두고 계셔서 당회에서는 교단 헌법에 따라 원로목사 추대와 새 담임목사 청빙 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최근 교회 내외적으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서 민형사상 고발이 진행되고 있다. 당회에서는 교회 평안과 질서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여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상 사건이 법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원로목사 추대와 담임목사 청빙 절차를 잠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년이 올해까지였던 박남주 목사가 은퇴하지 않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강단에 서겠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민형사상 사건'은 지난 10월 무주장로교회정상화위원회 위원장 최락돈 집사 형사 고발을 의미한다. 정상화위원회가 지난 9월 박 목사를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무주장로교회 장로들은 10월 2일 최 집사를 강요미수,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최 집사가 장로들에게 세습을 시도한 것을 사과하라고 강요했고, 박남주 목사와 장로들에게 사임을 요구했다는 이유였다.
교회는 청빙 투표가 교인들 의견을 듣기 위한 내부 절차에 불과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이어 갔다. 장로들은 고소장에서 "최 집사가 세습 시도라 주장하는 8월 17일 박남주 담임목사의 아들 박요엘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는 안건에 관한 투표는, 교회 내부적으로 이후 교회를 이끌어 갈 새로운 담임목사 청빙에 관해 교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사전적인 절차에 불과하였고, 최 집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세습 시도를 위한 투표는 아니었다"면서 "담임목사 청빙을 위해서는 노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교회는 노회에 안건을 올린 적도 없기 때문에 담임목사 청빙은 시도한 적도 없다"고 했다.
"교회 재정, 베일에 쌓여"
교인들,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
박남주 목사 퇴직연금, 예비비 사용 등 문제
교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교회가 정상화를 요구하는 교인들을 맞고발하자, 교인들은 10월 24일 교회 회계장부 및 서류, 계좌 내역, 당회·제직회·공동의회 회의록을 열람 및 등사하게 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교인들은 △교단 퇴직연금과 별도로 10년 전부터 납입하고 있는 월 300만 원 상당의 퇴직연금 △교회 대출금이 20억 이상 남아 있는 상황에서 2억 7000만 원 상당의 아파트 매입 △2023년 예비비 4200만 원 책정 후 5배 넘는 2억 900만 원 지출 △교단 헌법상 전도사 자격을 갖추지 못한 박요엘 목사 아내를 전도사로 채용 후 급여 지급 등의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교인들은 이 모든 처리가 제직회나 공동의회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는 가처분 신청 답변서에서도 세습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도 황당한 주장을 내놨다. "박남주 담임목사와 박요엘 목사는 교회 내 더 이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채무자 교회에 새로운 담임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정하였고, 박요엘 목사는 다른 교회에서 사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을 두고 "교회 재산을 보호하려는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교회 내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악의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무주장로교회는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에 대한 교회 재판 절차를 밟겠다고도 통보했다. "하나님이 박요엘 목사를 후임으로 정하라는 음성을 주셨다"고 말했던 김 아무개 수석장로는 11월 11일 정상화위원회 최락돈 집사를 '교회 질서 및 화합 저해 행위 기타에 대한 권징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무주장로교회 당회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교회는 당회 재판국을 꾸리고 11월 15일 무주장로교회 당회실에서 재판을 열겠다고 했다. 재판국장은 박남주 목사다.
최락돈 집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고발장을 보면 8월 17일 투표가 장난이었다, 세습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동안 하나님한테 계시를 받고 뜻을 따르겠다던 사람들이 그럼 거짓말을 했다는 것인가. 세습은 사람들이 만든 법이라 안 지켜도 되고 하나님이 명령했다더니 이제와서 이런다는 것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교회를 갈라 놓는다고 하는데, 정말 교인들을 갈라 놓은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교회 입장을 듣기 위해 김 아무개 수석장로와 박남주 목사에게 수차례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전화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 기사 내용 정정: 2025년 11월 20일 오후 5시 40분 무주장로교회는 세습 논란과 관련해 10월 19일 주일예배 광고를 통해 원로목사 추대 및 후임 담임목사 청빙 절차를 공고했고, 이후 11월 2일 주일예배 광고에서 이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확인돼, '11월 2일 발표' 및 '가처분 답변서를 통한 입장 발표'가 논란 후 첫 입장 발표였다는 취지의 본문 내용들을 일부 정정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