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생명의 충돌, 신앙인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늑대 두 마리와 양 한 마리가 저녁 메뉴를 고르려 한다. 늑대 두 마리는 고기를 먹고 싶을 것이다. 양은 당연히 채식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이 투표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당연하게도 저녁 식탁에 오르는 것은 양이 될 것이다. 양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투표를 지적하고 거부하는 일이다. 비밀투표나 평등투표의 원칙은 이 상황에서 의미가 없다.
양의 목숨이 투표를 '선택'한 결과로 결정되듯, 노동자의 '선택'처럼 보이는 계약도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선택으로, 밤거리를 내달리는 라이더들과 배송 노동자들, 심야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로 근로계약서를 쓰거나 업무 공급 계약, 노무 계약을 맺는다. 그들이 서명했고, 그들이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서명으로 포장된 그 '계약'은 인간의 신체와 생활 패턴에 역행하는, 그래서 직·간접적 산재와 사망 사고의 원인인, '심야 노동'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열악한 노동 환경일지라도, 그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야간 노동을 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계약서에 서명할 때, 자신의 생명까지 바쳐서 일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결국 새벽 배송과 노동 문제는 자유의 가치와 생명의 가치가 충돌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성경은 한국 사회의 자유 논쟁에 대해 분명히 말하고 있다. 먼저 하나님은 자유를 주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개인으로 살 수 있도록 하시는 분이시며, 적극적인 자유를 선물로 주신 분이시다. 그러나 애굽에서 풀려난 이스라엘 민족은 그들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왕을 세우게 해 달라고 했다. 그들은 '자유롭게' 이방신을 선택해 섬겼으며, '자유롭게' 죄를 범했다. 하나님의 자유를 선택의 자유로 곡해한 이들은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다.
그렇기에 교회는 진정한 자유를 말해야 한다. 하나님이 주시는 진정한 자유는 해방이며 하나님의 사랑과 같이 가늠할 수 없는 넓은 자유를 의미한다. 단순한 선택의 자유가 아니다. 죄나 다른 환경으로부터 매인 데서 놓여, 온전한 삶을 누리는 것이 진정으로 하나님이 주신 자유라 할 수 있다. 결국 새벽 배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노동자의 선택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성경은 생명의 존귀함을 노래한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타인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을 수 없다. 건강을 잃게 하는 새벽 배송 역시 생명을 빼앗는 일이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새벽 배송을 선택했고 그 매력에 취해 버렸다. 그러나 새벽 배송은 필연적으로 노동자의 건강을 침해하고, 생명까지도 잃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수많은 사례로 입증되었다. 심야 노동은 생체 리듬에 역행하기 때문에 업무 중 실수와 산업 재해를 불러오고, 이는 질환과 과로사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미 여러 연구와 사례가 말하고 있다. 이렇다는 점을 안다면, 교회는 새벽 배송으로 불리는 욕심과 맘몬이 아닌, '생명'을 택해야 한다.
성경은 이웃 사랑을 가르친다. 2024년 쿠팡에서 일주일에 평균 73시간을 일하며 새벽 배송을 하던 고 정슬기 씨는 수원성교회 성도였다. 그는 5월 28일 과로사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비보를 접한 수원성교회와 교계에서는 1인 시위와 청문회 개최 요구 서명운동 등으로 함께했다. 그리고 그 결과 국회에서 청문회가 개최되었고, 쿠팡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간 꿈쩍도 하지 않던 쿠팡을 움직이게 한 것은 '모두가 복음적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하나님나라의 정의를 구현해 내는 사건이었고, 내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긴 이웃 사랑의 실천이었다.
11월 13일은 기독 청년 전태일 열사의 55주기이다. 전태일 열사가 일한 1970년대 봉제 공장은 여공들이 잠도 자지 못한 채 각성제를 먹어 가며 하루에 14시간을 일하던 곳이었다. 그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탄원서에서 '일요일은 쉬게 해 달라'는 당연한 요구를 했다. 같은 시기, 제과 공장의 상황도 열악했다. 해태제과는 하루 12시간을 일했고, 주일에는 18시간 '곱빼기' 노동을 해야만 했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과 영등포산업선교회의 8시간 노동제 투쟁을 통해, 봉제 공장과 제과 공장의 노동시간이 줄었고, 휴일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 인상과 연결된다는 점이었다. 최저임금을 받던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 시간을 단축하면 생계 유지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최저임금을 더 낮출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쿠팡의 새벽 배송 시스템을 규탄하면서, '8시간 노동제'라는 기념탑을 세우고자 한다. 8시간 노동제는 과거 노동시간 감축과 실질적 임금 인상을 모두 이루어 낸 역사를 기억하려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심야 배송으로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이 만연화된 한국 사회에서, 8시간 노동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밝히 비춰 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새벽 배송이 없던 사회를 살아 봤다. 하루 늦게 받고, 해가 떠 있을 때 택배를 받는 삶. 결코 불가능하거나 누구의 일자리를 없애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사회적 논란이 된 '쿠팡 새벽 배송' 논쟁 앞에서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편리함과 신속함이라는 인신 제사를 끊어 내고 내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는 서비스 이용을 멈춰야 한다. 그때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노예제를 끝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처럼 진정한 자유를 고백할 것이다.
"드디어 자유가! 전능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가 마침내 자유로워졌습니다!"
김주역 / 영등포산업선교회 노동선교부 실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