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안부 - 안전한 교회를 부탁해'라는 주제로 2022년 후원 행사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안부 - 안전한 교회를 부탁해'라는 주제로 2022년 후원 행사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공동대표 박유미·방인성)가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안부 - 안전한 교회를 부탁해'라는 주제로 후원의 밤을 열었다. 12월 20일 종로3가 청어람홀에서 열린 행사에는 100여 명이 참석해 공간을 가득 채웠다.

2018년 태동한 기반센은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을 상담하고 교단에 가해 목회자 치리를 촉구하는 활동을 벌여 왔다. 성폭력 예방 교육과 가이드라인 제정, 교단 헌법 개정 운동 등을 비롯해 교단 총회 시즌에는 성폭력 특별법 제정, 여성 안수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별히 올 한 해에는 13개 노회·지방회에서 성폭력 예방 강의도 진행했다.

이날 후원의 밤 토크 콘서트에는 정신실 작가(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김승혜 변호사(법무법인 에셀), 정희원 부대표(죠이선교회), 윤다혜 전도사(기반센 서포터즈)가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기반센의 존재가 피해자뿐 아니라 한국교회 공동체에 큰 힘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혜 변호사는 기반센이 초심을 생각나게 해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 기반센이 한 사건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다. 실정법상으로는 처벌받아 마땅한 케이스였는데, 판례상으로는 처벌이 어렵겠다고 의견을 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그 가해자는 아주 무겁게 처벌을 받았다. 기존 판례를 두려워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기반센은 이 일이 하나님 보시기에 어떤지, 나는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정희원 부대표는 "선교회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적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멘붕에 빠지더라. 그 문제를 처리하면서 성폭력 예방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는데 그때 기반센이 보였다. 기반센이 만든 자료들을 통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 먼저 길을 가 준 선배들과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피해 생존자들 때문에 우리가 그 열매를 잘 누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다혜 전도사는 교회 성폭력에 침묵하는 이들을 보며 실망했을 때, 기반센을 통해 위로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내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가해자도 아니고, 그를 두둔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나와 함께 마음을 터놓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동역자들이었다. 그들이 침묵하는 모습을 보고 속상했을 때 기반센을 알게 됐도,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지친 마음을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이날 후원 행사의 주제이기도 한 '안전한 교회'를 만드는 데 기반센이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정신실 작가는 "지금 어딘가에서 또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안전'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나님을 사랑해서 하나님나라를 배우기 위해 가는 공동체가 안전하지 않은데, 그곳에 하나님을 만나러 가야 하다니 참 슬픈 일이다. 하지만 그 공동체 안에서 누군가 나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나에게 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 안에) 말할 수 있는 안전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생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희원 부대표는 "기반센 페이지를 처음 봤을 때, '보란 듯이, 끈질기게, 소란스럽게 반짝일 거야'라는 말이 써 있었다. 세상은 피해 생존자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고, 하나님 영광 가리니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보란 듯이, 끈질기게, 소란스럽게 피해 생존자들이 반짝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기반센 서포터즈의 공연, 뮤지컬 배우 권수현 씨의 공연을 함께한 후 서로 축복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함께 둘러 서서 서로의 손에 향유로 십자가를 그어 주며 "차별과 편견이 없는 교회, 다양한 상처와 아픔을 당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교회, 힘이나 위력에 의해 성적인 피해를 받은 이들이 보호를 받고 새 힘을 얻을 수 있는 교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기반센 박유미 공동대표는 참석자들에게 "여러분의 목소리가 있어 더 힘이 있고 희망이 있다. 입다의 딸이 비극적인 운명에 처했을 때 같이 울어 주던 친구가 있었던 것처럼, 여러분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같이 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함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 교회가 되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서로의 손에 향유로 십자가를 그어 주며, 피해자들이 보호받고 힘 얻는 교회를 만들자고 서로를 축복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참석자들은 서로의 손에 향유로 십자가를 그어 주며, 피해자들이 보호받고 힘 얻는 교회를 만들자고 서로를 축복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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