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성폭력 사건 5년 만에 '가스펠트레인프로젝트' 시작…라이즈업 때와 메시지 같아
| 청소년 선교 단체 라이즈업무브먼트(라이즈업)는 대표 이동현 씨의 '그루밍 성폭력' 보도 이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습니다. 라이즈업은 이동현 씨 혼자 운영한 게 아닙니다. 그의 동생 이동호 씨가 2인자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동현 씨가 사퇴하면서 이동호 씨도 자연스럽게 무대에서 사라졌는데요. 이동호 씨가 얼마 전 유튜브에 '가스펠트레인프로젝트'라는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과거 라이즈업에서 활동하며 사역에 매진했던 한 독자가 의견을 보내 왔습니다. 필자 보호를 위해 글은 익명으로 싣습니다. - 편집자 주 |
한국 기독교사에 큰 획을 그은 '라이즈업'은 이동현 씨(라이즈업 전 대표)의 성폭력 사건으로 2016년 사실상 해산되다시피 했다. 남아 있는 사역자들은 상처받은 영혼들을 보듬고자 몇 년간 단체 이름을 유지하며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이후 단체 이름은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은 이종한 목사를 중심으로 '히즈웨이브미니스트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사역을 시작하게 됐다.
라이즈업 전 대표였던 이동현 씨는 2016년 8월 2일 "자신의 동생 이동호 사무총장에게 모든 사역을 맡기고 사퇴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날 홈페이지에 '사죄의 글'을 올려 "앞으로 모든 사역을 내려놓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평생을 사죄하며 살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그가 몇 년 뒤 다시 사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앤조이>를 통해 보도됐다. 약속을 어긴 것이다.
이동호 씨도 최근 '가스펠트레인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사역을 재개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에 4개의 영상을 올렸다. 올라와 있는 영상들의 내용을 요약하면, 1) 5년간 사역을 위해 준비를 했다 2) 하나님께서 이제 나설 때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3) 한국교회가 이렇게 비난받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복음을 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4) 이제 길거리에서 찬양을 부르며 복음을 전하겠다 5) 개인이 직접 전도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길러 내겠다는 것이다.
누군가 이런 내용을 들으면 '이제 정신을 차리고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동호 씨가 한 이야기는 라이즈업이 1999년부터 2016년까지 20년 가까이 줄곧 외쳐 왔던 이야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단체는 "복음을 전하지 않는 사람은 참된 그리스도인이 아니다"라는 전제로 사람들을 판단했다. 대다수의 회원들은 이 명제에 동의했지만, 이 명제를 실제 실현하기가 어려웠다. 이 지점에서 '가스라이팅'이 시작됐다.
위키피디아는 가스라이팅을 "심리학적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여 결국 그 사람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라고 설명한다. '복음을 전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잘 전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이용해 타인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바로 복음 전파를 볼모로 하는 가스라이팅인 것이다. 나는 이런 행동을 '가스펠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동현·이동호 씨가 어린 시절부터 몸담아 왔던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이 믿는 개혁주의 신앙은 사람의 행동과 관계없이 대제사장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제사를 행하시고, 완전한 제물이 되셨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어떤 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나님께서 택한 사람이라면 그는 복음 전파 유무와 관계없이 이미 그리스도의 지체이자 완전한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신앙고백은 불안감과 죄책감을 일으켜 사람의 심리를 조종하고자 하는 일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배격한다. 이동호 씨의 '가스펠 가스라이팅'에 성경은 "누가 능히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들을 고발하리요 의롭다 하신 이는 하나님 이시니 누가 정죄하리요 죽으실 뿐 아니라 다시 살아나신 이는 그리스도 예수이시니!"(롬 8:33~34a)라고 답한다.
이동호 씨는 "하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말로 다시 한번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 팔이'와 다름없다. 라이즈업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밥 먹듯이 하나님 말씀을 대언(한다고 주장)했는지 알고 있다.
그는 리더들이 모이는 집회 등에서 "하나님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라며 자주 메시지를 전했다. 단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비판을 할 때도, 단체에 문제가 있으면 하나님께서 무너지게 하실 테니 누구 말이 맞는지 두고 보자는 식이었다. 그는 문제를 제기한 이들을 악의를 가진 거짓말쟁이,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몰아세우며 사탄이 그 뒤에 있다고 말했다. 이동호 씨의 이와 같은 극단적 언사에 내부 구성원들은 자신들도 단체에 문제를 제기하면 언제든 그런 비판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라이즈업이 여러 번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도부의 내부 단속을 위한 '인신공격성 신적 계시 주장'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동호 씨는 라이즈업에 재정 문제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동현 씨 사퇴 직후 라이즈업 회계감사를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감사 의견 거절' 판단을 내렸다. 이는 일반 회사라면 상장이 폐지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후 "10원 한 푼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는 이동호 씨의 주장과는 다르게, 5년간 사용된 6억 원 중 상당 부분이 불분명한 근거로 사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동호 씨는 하나님의 음성을 대언(한다고 주장)했던 자리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결사의자유·표현의자유가 있는 나라이기에, 이동호 씨가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는 일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이름을 들어 반복적으로 거짓말해 온 이동호 씨가 다시 한번 하나님의 직접 계시를 통해 복음을 볼모로 사람들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는 점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가 진정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지, 아니면 '거짓의 영'에 따르고 있는지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성경은 "거짓을 예언하는 선지자들이 언제까지 이 마음을 품겠느냐 그들은 그 마음의 간교한 것을 예언하느니라"(렘 23:26)라며 하나님을 빙자한 대언을 경고하고 있다.
라이즈업 사태는 비단 이동현 씨의 성적·금전적 범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체에 수년간 젊음을 투자한 청소년·청년들의 상처와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2의 라이즈업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동호 씨가 몸담았던 예장고신과 그를 선교사로 파송한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카이캄) 및 여타 교단들은 '가스펠트레인프로젝트'의 행보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단성 조사, 교류 금지 등 조치가 필요한지 살펴, 그가 복음과 직통 계시를 가스라이팅 도구로 삼아 신자들의 삶을 조종하는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유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