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로 <뉴스앤조이>에 사표를 냈습니다. 대표라는 직함만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 구성원으로서 퇴사했습니다. 사표를 낸 지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 뭐라 인사를 드리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한 달도 더 지났습니다. 너무 늦게 인사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뉴스앤조이>를 시작했던 16년 전을 돌아봅니다. 당시 뭔가 엄청난 포부를 가지고 새로운 언론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본 것을 본 대로, 들은 것을 들은 대로, 아는 것을 아는 대로 보도하는 것이 기자로서 마땅한 책임이자 권리라고 생각한 30대 젊은 기자 몇 명이 힘을 합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일반 언론뿐 아니라 교계 언론 역시 금권의 유혹과 교권의 억압 때문에 당연한 도리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 도리만 잘하자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인터넷 언론을 만들었습니다.
산전수전 겪으면서 16년을 지냈습니다. 돌이켜 보면 처음 다짐한 것처럼 금권의 유혹에 타락하거나 교권의 위협에 무릎 꿇지 않고 그럭저럭 견디어 온 것 같습니다.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소송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거기에 항복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쌓이다 보니 의도하지 않았는데 '힘'도 쌓인 것 같습니다.
'힘'이라는 단어에는 긍정적인 느낌도 들어 있고 부정적인 느낌도 담겨 있습니다. 힘을 선용하면 남에게 유익을 줄 수 있지만 악용하면 고통을 끼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칼이라도 의사가 쥐면 사람을 살릴 수 있고 강도가 쥐면 사람을 죽일 수 있듯이 말입니다.
제가 말하는 힘은 '칼보다 강한 펜'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뉴스앤조이>는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라는 의미에서 힘을 뜻합니다. 저는 신뢰라는 힘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선용하려고 나름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편파적, 자극적, 파괴적이라고 여기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늘 '우리가 정말 정직하고 진실하게 일하고 있는가' 하는 자기반성을 했고, 때로는 자신감을 잃을 때도 있었습니다. 바늘이 바들바들 떨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끝은 언제나 북극성을 항하는 나침반처럼, 저희도 엉금엉금 살얼음판을 걷듯이 긴장하면서 진실의 힘을 믿고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일을 할 때는 '내 것처럼' 집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무리해서라도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사실은 많이 무리했습니다.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친절하고 자상한 리더가 아니었습니다. 혹독했고 냉정했습니다. 독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는 언론이 되려면, 끝없이 이어지는 소송에서 쓰러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좀 심하게 굴었습니다.
하지만 손을 놓을 때는 '남의 것처럼' 훌훌 털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뉴스앤조이>는 저랑 아무 상관이 없는 곳처럼 쿨하게 손을 놓으려 했습니다. '내 것처럼 일하고, 남의 것처럼 내려놓자', '소유에는 종처럼, 존재에는 주인처럼', 이것이 제 나름대로 정리한 '청지기 정신'입니다.
오랫동안 독재를 했기 때문에 탄핵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껴 왔습니다. 제가 없어도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하야'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말 강도현 대표를 영입해 서서히 인수인계를 해 왔습니다. 원래는 2~3년 정도 여유를 두고 천천히 리더십을 교체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내부 사정이 생겨 올해 안에 리더십을 완전히 이양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9월 말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을 자세히 보니까 제가 그 법에 걸릴 소지가 많았습니다. 목회자 자녀들의 미국 여행을 위해서 해마다 큰돈을 모금해야 하는 저로서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예정보다 일찍 <뉴스앤조이>에서 손을 뗀 이유입니다.
많은 분들이 목회멘토링사역원을 <뉴스앤조이>의 부속 기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엄연히 독립된 단체입니다. <뉴스앤조이>가 비판을 한다면 사역원이 대안을 고민하는, 비판과 대안의 두 날개로 균형을 이루자는 의미에서 동역하는, 각자 독립된 단체입니다.
저는 당분간 목회멘토링사역원에 전념합니다. 목회자·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를 통해 목회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마을 섬김 교회 워크숍을 통해 선교적 교회 운동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목회자 가족 수련회를 통해 목회자 가정 회복에 기여하고, 무엇보다 목회자 자녀 꿈마실 같은 사역을 통해 청소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키워 주는 일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해마다 10명을 데리고 여행하지만, 10년이면 100명이고, 20년이면 200명입니다. 나보다 어려운 남을 섬기고 베풀고 나누는 삶이 예수쟁이의 꿈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려고 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삶인지 가르쳐 주려고 합니다. 30~40년 뒤에 이 아이들이 제 나이가 되었을 때 저보다 훨씬 멋진 하나님나라 일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말입니다.
우리 기성세대가 대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이 아이들이 대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이 대안 세대가 될 수 있도록 때로는 기쁨으로 때로는 눈물로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뉴스앤조이>를 이끌면서 여러분에게 받은 신뢰, 그 힘을 가지고 이 일에 투신하려고 합니다.
저의 큰딸은 올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대학을 가지 않았습니다. 성적이 부족해서 못 간 것은 아닙니다. 이미 고등학생 2학년 때 진학하지 않기로 부모와 의견을 모았습니다. 올 여름 멕시코 치아파스에 있는 익투스 선교 센터에 갔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기초 영어 회화를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3개월 가까이 지났는데, 2년 정도는 거기서 지낼 것입니다.
아이에게 "너는 아빠의 실험 대상이니까 거기서 실패하면 안 된다"고 부담스러운 농담을 날렸습니다. 아이가 거기서 잘 지내면서 자기의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고 앞으로 인생을 그려 보고,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자기 삶의 의미를 선명하게 깨닫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면 저희와 함께 미국을 여행했던 아이들에게 이 큰 여행을 적극 권하려고 합니다. 넓은 세상,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기를 깊게 주변을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아이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애를 쓰다 보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수고를 긍휼히 여기시고 우리 교회와 사회에 뭔가 은혜를 베풀어 주시지 않겠나 하는 마음도 가져 봅니다.
그동안 저 때문에 화가 났던 분이 많을 것입니다. 인간이 원래 못되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맡은 역할이 그래서 그랬습니다. 할 수만 있으면 그동안 저와 원수 된 분들을 한 분 두 분 만나서 화해하고 싶습니다. 다른 차원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16년을 돌이켜 보면 은혜를 잊을 수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초창기 후원 글과 영상으로 힘을 주셨던 분들, 그리 큰 효과도 없는데 광고로 도와주신 출판사들, 동료 목회자들에게 욕먹는 것을 불사하고 저희에게 행사 장소를 제공해 주셨던 분들, 지금 일하는 구성원들은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분이 많았기에 <뉴스앤조이>가 오늘까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길동무가 되어 주신 분들의 은혜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많은 분이 감시하고 격려해 주셨기에 16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무너지거나 변질되거나 부패하지 않고 무사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뉴스앤조이>를 감시하고 격려해 주셔야 <뉴스앤조이>가 엉뚱한 힘을 추구하거나 힘을 오용하거나 남용하지 않고, 자기 몫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래는 엄청 길게 썼다가 작별 인사를 너무 길게 쓰는 게 좋지 않은 거 같아 줄이고 줄였는데도 이 모양입니다.
다른 곳에서 다른 역할로 하나님께서 저에게 바라시는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김종희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