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CTS 기독교TV 후원의 밤 참석기

경북 김천에서 강원도 홍천이라…. 가고는 싶은데 거리가 만만치 않다. 함께 하자고 초대장을 보내 준 사람의 성의도 저버릴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한 최종 결론은 참가하지 않기로 하고 아내에게도 동의를 받아냈다. 아내는 이번 CTS 행사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5월 25일이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어서 그것과 자꾸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작은 농촌 교회지만 이런저런 일들이 며칠 사이에 연달아 일어났다. 빌립전도훈련 특공대 20여 명이 멀리 부산과 경남에서 우리 마을까지 와서 전도를 해 준 날이 5월 23일이었고, 나의 목회에 힘이 되어 주셨던 안재기 장로님이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른 날이 5월 25일이었다. 몇 분의 할머니 성도들께서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을 다녀오기도 했고, 또 다른 몇몇 할머니들에게 목욕을 시켜 드린 날도 요 며칠 사이 있었던 일이다.

'CTS 기독교 TV 후원 감사의 밤'은 방송국으로 볼 때 큰 행사인 것 같았다. 인천 목민교회 이상욱 목사의 소개로 참석하겠다고 접수를 해 놓고, 주최 측으로부터 받은 확인 전화가 여러 통이었고, 초대장만 해도 연거푸 두 번에 걸쳐 배달되어 왔다. 장소도 내겐 친근성이 있는 강원도 홍천이었다. 강원도는 나의 처가가 위치해 있는 도(道)일뿐 아니라 삼천리금수강산을 대표할 수 있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지역이다.

홍천대명비발디파크. 한글과 한자말과 아탈리아어와 영어가 결합된 행사장 명칭. 이름에 이목을 빼앗긴 자체가 나의 나약함을 말해 주는 것인가?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는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의 음악가이다.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四季)'는 누구나 듣고 마음의 상쾌함을 맛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 법한 음악이다. 나는 행사 장소인 비발디파크에서 한 음악가를 떠올려 보면서 잠시 즐거운 상념에 젖었다.

CTS기독교TV방송이 하는 사역에 비해 내가 그 방송국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나는 CTS가 지역 방송국을 20 개나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서울 노량진에 본사만 덜렁 서 있는,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교계 방송국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멀리 제주방송국에서부터 경기북방송국에 이르기까지 전국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에서 교계 방송 선교의 밝은 비전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은 한 목회자에게도 고스란히 소망으로 전이되어 불끈 힘을 솟게 만들었다.

CTS의 심벌마크를 보면 'T'와 'S' 사이에 노란 십자가 표시가 끼어 있다. 나는 그것이 끼일 자리가 아닌데 주책없이 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평소 해 왔다. 하지만 여기엔 우리기 미쳐 계산에 넣지 못하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것이 아닐까? 아무리 인간 중심의 세상 문화가 횡행한다고 해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거역할 수 없다는 각오,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그 십자가는 천국을 뜻하는 노란색이며 이것은 우리의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 이런 것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CTS 기독교TV는 전국에 20개의 지방 방송국을 거느리고 있다. 제주에서 경기북까지 20개의 지방 방송국이 기를 앞세우고 입장해서 강단에 일렬로 서 있는 위용이 대단하다. (사진 제공 이명재)

영등포역에서 목민교회 이상욱 목사를 만나 그의 승용차를 타고 가는 내 기분도 좋았다. 다방면에서 귀하게 쓰임 받고 있는 이 목사는 말씀과 정의 그리고 순수한 열정이 묻어나는 요즘 보기 드문 목회자이다. 인문학 독서 강의를 막 마치고 온 그는 독서 운동가이자 CTS 찬양론자이기도 하다. 그는 대중이 바라는 점을 아는 사람이며 그 바람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다양한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상재한 책 <명작독서 명품인생>(예영커뮤니케이션)은 기대 이상의 반향을 일으켜 곧 재판이 나온다고 한다.

홍천을 접어들고 행사장이 가까워지자 도로 주변 곳곳에 'CTS 후원의 밤'을 알리는 현수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저런 현수막이 나만을 환영하는 것이 아닐 텐데, 내 눈에 더 반가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은 마음의 한 반영일 터이다. 행사 참석 예상 인원 1000여 명이 말해 주듯, 정말 주차할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이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그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오후 7시 30분 쯤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만찬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마침 자리가 준비되어 있어 우린 먼저 온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메뉴도 좋았고 거기에 시장기가 겹쳐 나는 나오는 족족 음식들을 뚝딱 해치웠다. 그리고 본격적인 순서가 진행되었다. 제주방송국을 시작으로 해서 중앙네트워크(본사)에 이르기까지 임원들이 기(旗)를 앞세우고 입장해서 강단에 일렬로 도열한 가운데, 감경철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후원에 감사하는 뜻에서 올리는 큰절 인사가 있었고, 감 회장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감 회장은 온갖 풍상을 다 겪으며 CTS를 여기까지 이끌어 온 교계 지도자이다. 하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겸손함이 배어 있었다.

▲ 'I ♡ CTS'란 푯말을 들고 후원을 권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명재)

후원 감사의 밤,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찬양을 곁들인 공연이 아닐까 한다. 친근한 많은 사람들이 출연해서 노래로 흥을 돋우었다. 향락의 흥이라기보다 이를 땐 거룩한 흥이 될 것이다. 출연료도 받지 않고 믿음으로 출연한 이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뜻에서 이름들을 거명해 두고 싶다. 김석균 찬양선교사, 프로보노(pro bono) 선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정림 집사, 월드비전 홍보대사로 뛰고 있는 최인혁 찬양사역자, '주만 바라볼찌라'의 전태식 CCM 가수 등이 나왔고, 샘 앙상블, CTS 찬양원정대, 팝스오케스트라 등이 아름다운 선율로 참석자들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김석균 찬양선교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특별한 은혜를 받고, 그가 CTS와 연을 맺게 된 과정을 설명한 뒤, 즉석에서 CTS 방송 선교를 위해 후원서를 약정하자고 제안하여 큰 호응을 받았다. 공중파 상업 방송이 어지러이 세상을 포위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으로 복음을 전파하여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CTS는 우리의 손으로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참석자들에게 즉석 경품 추첨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시간이 있은 뒤에 각 방송국별로 그 지역 참석자들과의 기념 촬영이 있었다. 무르익은 분위기는 갑자기 식게 할 수 없는 법, 밤 10시 반 가까이 되어서야 우리는 정해진 방을 찾아갈 수 있었다. 사역지를 떠나 모처럼 심산유곡에서 쉼의 시간을 갖고 있는 우리 부부와 이상욱 목사 부부는 방에 와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아 자정을 훌쩍 넘겨 두 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 사랑 플러스 사랑. 홍백색으로 된 두 개의 겹친 하트 앞에서 포즈를 취한 우리 부부. (사진 제공 이명재)

아침 식사는 설렁탕이 제공되었다. 진한 국물과 담백한 반찬에서 여느 유명 설렁탕집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했다. 이 식사는 일산 한소망교회(류영모 목사)에서 공궤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것도 귀한 섬김에 속할 것이다. 류 목사님은 둘째 날 첫 강의까지 맡아 주었다. '주일학교 부흥을 위한 특강(1)'에서 그는 지금의 한국 교계를 냉철하게 진단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어린 심령들, 즉 주일학교와 학생 청년회를 살리는 길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주일학교 부흥을 위한 특강(2)'는 키즈워십 대표 이기동 목사님이 담당해 주었다. 그는 미국에서의 아동 목회 경험을 한국에 적용해서 급격하게 변화되어 가는 세상 조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나름대로 제시했다. 젊은 목회자의 미래를 투시하는 눈과 열정에서 어두운 구름들이 걷히는 것 같은 느낌이 일어 잠시 교계의 희망을 그려 보기도 했다. 짧은 1박 2일의 시간이었지만 그런 만큼 더 아쉬움이 컸다. 주위 동역자들과 주어진 목양지에서의 승리를 비는 악수를 교환하며 헤어짐의 의식을 치렀다.

▲ 홍천 대명비발디파크는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이번 후원 감사의 밤이 우리 부부에게 쉼의 의미도 있어서 좋았다. 정원에 꾸며진 하트 모양의 꽃 장식 앞에서 포즈를 취한 우리 부부. (사진 제공 이명재)

선물로 안흥찐빵이 준비되어 있었다. 안흥찐빵은 강원도를 상징하는 음식물 중 하나이다. 점심 대접까지 하고 행사의 대단원을 내려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데서 생각한 대안인 듯했다. 돌아가시다가 차 안에서 드시면 좋을 것이라는 멘트가 그것을 말해 준다. 참석자들이 많았는데 CTS 기자와 카메라맨이 나에게 다가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나는 CTS의 방송사역이 이 시대에 참으로 중요한 사역인 만큼 교계에서 힘을 모아 유지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며, 공중파 상업 방송과 견주어도 결코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복음 방송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주었다.

행사가 잡혀 있을 때 오는 비는 반가운 비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확대해 우리의 농촌을 그 범주에 넣는다면 이 비는 무척 유익하고 반가운 비가 된다. 농작물의 해갈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농촌에서는 이런 비를 은비(銀雨) 또는 금비(金雨)라고 부르며 좋아한다. 촉촉이 내리는 비가 농작물을 성장시키듯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CTS 기독교 TV를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교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