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무려 16년 만에 부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빵' 열풍을 기억하시나요? 편의점 입구마다 '포켓몬 빵 재고 없음' 문구가 붙고, 중고 거래 마켓에서 다섯 배 넘는 웃돈과 함께 거래되고, 마트마다 포켓몬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새벽에 줄을 지어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맛으로 보자면 특별할 것도 없는 포켓몬 빵에 대체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열광한 걸까요? 2030 청년들이 어릴 적 먹었던 빵을 다시 사려고 모여들었기 때문입니다.구직난과 가열된 경쟁에 지친 2030 청년들은 포켓몬 빵 하나에 아무 걱정 없었던 어린 시
영화 '도쿄 소나타'(2009)에서 중요하게 표현되는 이미지 중 하나는 소통의 단절입니다. 학교 선생님 코바야시와 초등학생 켄지, 켄지와 피아노 선생님 카네코, 코바야시와 켄지의 어머니 메구미, 강도와 메구미. 아버지 류헤이와 두 아들 켄지·타카시까지. 이들의 대화는 모두 상대방에게 부딪혀 튕겨 나가는 듯합니다. 심지어 상대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고 건네는 말들마저 우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상대의 무심함에 부딪혀 곧바로 튕겨 나옵니다.첫 시퀀스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아버지 류헤이는 가족에게 그 사실을 숨깁니다. 아내 메구미는 남편이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는 맷 퓨리라는 작가가 그린 만화 캐릭터 개구리 '페페'의 이미지가 문화적·정치적 사건들과 마주치며 변천하는 모습을 추적해 나가는 다큐멘터리영화입니다.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진 일들이 오프라인의 여러 사건으로 확장되는 역사를 추적해 나가는 영화의 전개 과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개구리 캐릭터 '페페'는 만화의 서사에서 탈맥락화해 밈이 겪을 수 있는 온갖 일을 겪게 됩니다. 페페는 영화 속 대사처럼 그야말로 '우물 밖으로 나온 개구리'가 됩니다. 이 밈 이미지가 뿜어내는 역량을 자세히 느낄 수 있도록 영화
토미와 헤드윅은 신이 인간의 자유를 빼앗고 억압한다는 믿음을 함께 공유하지만, 둘의 믿음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토미에게 신의 이름은 곧 상징계의 기원에 있는 억압적인 아버지의 이름과 같습니다. 토미가 헤드윅과 키스를 나누며 아담과 이브에 관해 말할 때, 토미는 아버지에 대한 강한 분노를 보인 직후였습니다. 토미는 예수를 신봉하는 소년인데, 그의 신앙은 조금 독특합니다. 그는 예수가 독재자적이고 억압적인 하나님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매달렸다고 믿습니다. 반면, 헤드윅에게 신의 이름은 억압적인 상징계가 아니라 상상계에
영화 속에서 밍크코트는 가족 간의 사랑과 배려를 나타내는 소재로 사용됩니다. 현순의 큰언니 명숙이 어머니한테 효도 선물로 준 밍크코트를 어머니는 현순을 위해 줍니다. 그리고 현순은 자신의 딸 수진을 위해 그 코트를 팔아 필요한 돈을 주게 됩니다.어머니의 연명 치료 중단 여부를 두고 벌어진 첨예한 갈등 속에서, 밍크코트는 정반대로 가족 간의 무지와 무관심을 드러내는 소재가 됩니다. 수진은 외할머니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려는 가족들의 계획에 현순 몰래 협조하다가, 외할머니가 현순에게 주었던, 현순이 그토록 아끼던 밍크코트가 자신을 위해
'나는 예수님이 싫다'(2019)는 이 작품으로 주목받은 22살의 천재 감독 오쿠야마 히로시가 만든 영화입니다.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극찬했고, 2018년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국제 영화제에서 쿠스챠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제목과 다르게 종교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어릴 적 누구나 겪었을 법한 성장통을 섬세한 기억력과 절제된 연출력으로 표현해 냅니다. 산뜻하고 귀엽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지만, 영화를 본 뒤에 남는 여운은 상당합니다.시골로 전학 온 초등학생 호시노 유라는 새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워합
생태적 주제를 담은 2000년대 이후 일본 영화는 주로 환경 파괴로 인한 극한 재난 상황을 표현하거나, 인간이 환경과 관계 맺는 방식을 통해 힘과 위로를 받는 치유를 표현해 왔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폭발 사고를 다룬 '후쿠시마 50'(2020) 등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후자로는 한국에서 2018년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리틀 포레스트'(2015) 등이 있습니다.영화 '아사코'(2019)는 주인공이 운명적인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거나, 삼각 로맨스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멜로 장르의 특징도 지녔지만, 개인적인 로맨스가 재난 이
성서 열왕기하 6~7장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스라엘 도성 사마리아가 적국 아람 군대에 완전히 포위된 상태입니다. 적군에 포위된 성안에는 먹을 것이 점점 떨어져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비둘기 똥 한 덩이가 수십만 원에 거래될 정도의 기근이 찾아왔습니다. 성 안에서의 배고픔과 성 밖에서 칼을 겨누고 있는 전쟁의 위험 상황이 언제 끝날지, 끝나기는 할지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백성들은 서로의 아이를 번갈아 가며 잡아먹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남의 아이는 같이 잡아먹고, 자기 아이는 숨기는 사람이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특이한 이력을 가진 신학생이 있다. 서울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이 아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진학해 영상문화이론을 공부한 이모세 씨(30)다. 어려서부터 줄곧 교회에서만 자라와 신학교까지 졸업한 그가 돌연 영화를 공부하겠다고 나섰던 이유는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세상의 모순과 참혹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얻기 위해서였다. 올해 초 석사 학위를 받고 영상원을 졸업한 그는 개인 블로그와 소셜미디어는 물론, 언론 매체, 전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