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작가가 '내가 만난 기후 위기와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삶의 곳곳에서 마주한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기후 위기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기후 위기 시대에 맞추어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봤을 겁니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는 주로 전기이기 때문에, 전기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무방합니다. '전기 사용량이 많아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나' 하고 생각합니다. 국제환경단체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처럼 에너지를 사용하면 지구 3.3개가 있어야 한다고 할 정도죠. 그야말로 한국은 에너지 소비에 있어서 최상위 수준입니다. 

5000만 명이 사는 나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이 정도라는 이야기입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전기 생산량을 늘리면 화력발전이 주를 이루는 나라에서 탄소 배출량을 늘리자는 이야기밖에 안 되겠지요. 그럼 생각을 조금 더 확장해, 전기 생산 방식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간접조명을 사용했던 이유

2016년부터 1년 조금 넘게 미국에서 지냈습니다. 뉴욕시에서 있으면서 일하며 지낼 기회가 있었죠. 그 시절 낡은 아파트에서 지냈습니다. 미국답게 하수관도 얇아 세탁기도 설치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집이었죠. 이렇게 낡은 집이었지만, 한 달 월세가 190만 원 정도나 들었습니다. 아마 지금은 더 비쌀 테지요. 집을 가지고 있는 보유세도 높아서 사람들 모두 월셋집에 사는 느낌이 든다고, 뉴욕에서 만난 지인이 웃으며 이야기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여튼, 그곳은 참 신기한 동네였습니다. 집 앞에서 반딧불을 볼 정도로 깨끗했지만,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지역이기도 했으니까요.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분리수거하는 습관을 들이느라 고생했습니다. 

1년 조금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경험도 다수 있었습니다. 그중 지금까지 습관으로 이어진 경험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간접조명을 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지낸 집에는 천장에 형광등이 없어서 간접조명을 놓고 생활했습니다. 조금 어두웠지만 간접조명으로 채워진 저녁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간접조명이 이렇게 큰 만족감을 줄지 예상도 하지 못했죠. 지금도 간접조명만 켜고 삽니다. 가끔 청소할 때만 형광등을 켜는데, 너무 밝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간접조명을 주로 사용하면서, 모든 등을 LED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전기를 절반만 쓰고도 밝기는 2배 정도 밝습니다. 80%가량 에너지 효율이 좋다고 알려져 있으니, 전기를 아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간접조명 사용은, 전기 사용량을 줄이면서 만족할 만한 실내 생활을 할 수 있게 한 좋은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간접조명을 사용하며, 처음으로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아내가 형광등을 켜면 "불 꺼!"라고 외치기 시작했죠. 전기 비용도 줄이고, 지구도 구할 수 있다는 느낌에 고양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외에도 전기 사용량을 어떻게 줄이면 좋을까 고민했습니다. 문 하나짜리 1등급 냉장고에, 세탁기도 4kg짜리를, 여름철 가끔 사용하는 에어컨은 가장 용량이 작은 벽걸이형만 사용합니다. 텔레비전도 없이 지냈습니다. 영상 편집 일을 하는 아내가 사용하는 모니터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지도 모르겠네요. PD인 아내가 하루 종일 컴퓨터로 편집을 할 때가 많거든요. 이 부분이 고민입니다. 최소한으로 줄인다고 줄였는데, 어떻게 더 줄일 수 있을까요? 화면을 비추는 빛을 내는 광원이 LED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에너지 사용량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다루는 방식
1980~2022년 한국의 1인당 연간 전력 소비량 추이. 사진 출처 국가통계포털
1980~2022년 한국의 1인당 연간 전력 소비량 추이. 사진 출처 국가통계포털

이렇게 제가 전기 사용량에 민감해졌을 때, <그리드>(동아시아)와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김영사)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전기를 소비하는 방식도 바꿔야 하지만, 전기 생산 방식도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생산된 전기를 바로 소비해야 하는 전력 체계'가 옛날 방식이 되고 있다는 내용도 배웠습니다. 인공지능 도입과 여러 요소가 발전해 가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이 '티핑 포인트'라 불리는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도움이 될 만큼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선 책에서 본 내용을 전달하기에 앞서, 전기가 우리에게 오는 과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발전 시설에서 전기를 생산합니다. 그 전기는 고압선을 타고 전기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 전기를 분산해 보내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변전소라 불리는 곳이지요. 그리고 변전소를 통해 전압이 낮아진 전기가 우리에게 오는 것입니다. 이걸 배전이라고 부르고, 배전이 주로 우리가 사용할 때 접하는 전기를 이야기합니다. 

즉, 여기서 전기는 발전해서 당장 사용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바로 사용하지 않으면, 전기는 사라집니다. 제가 충격을 받은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우리가 사용하지 않은 전기는 사라집니다. 현재 우리는 '지금 생산한 전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나'에 관심을 둡니다. 지금 사용하지 않는 전기를 생산하면 그건 자원 낭비로 이어지는 구조이지요. 우리처럼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국가에서는 국가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될 테죠.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신재생에너지도 설치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주로 낮에만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주기적이지 않은 발전이 이뤄지지요. 비가 오거나, 날이 조금만 흐려도 발전량이 떨어집니다. 그런 방식은 우리가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합니다. 제가 관리자라 해도 전기 생산이 들쭉날쭉한 신재생에너지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네요. 

그렇다고 화력발전으로 70%에 달하는 전기 공급이 이뤄지는 현재 체제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이뤄진다고 해도, 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방식에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태양광발전소 설치에만 기대를 걸기에도, 현재 전기를 생산해서 바로 소비해야 하는 시스템으로는 무리가 있습니다. 전기 생산은 안정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 많은 발전량을 불안정한 태양광발전이 따라갈 수 있을까요? 그동안 '태양광발전소 확대가 왜 더디게 이뤄지나', '왜 새로운 태양광발전소를 정책적으로 늘려 가지 않나' 불만만 많았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구체적 고민이 부족했다고 느낍니다.

거기에 태양광발전이 지금 같은 제도 아래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발전량이 곧 돈'이라는 사고방식이 팽배한 지금은 말이죠. 그 덕분에 나무를 베고,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합니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도 한국전력은 무조건 사 줍니다. 지금 한국의 법과 제도는 남는 땅에 태양광발전소를 지으면 손해입니다. 차라리 건물을 짓죠. 하지만 그린벨트가 아닌 임야는 발전소 건립이 가능합니다. 이 부분도 다음 글에서 다뤄 보겠습니다.

이런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우리 정치는 신재생에너지 이야기를 멈추었습니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원자력발전만 이야기합니다. 물론 원자력발전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발전소를 지으려면 10년은 걸립니다. 거기다 생물에 피폭을 일으킨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지요. 답 없는 논쟁만 이어 가는 정치권이 안타깝습니다. 탄소를 빠르게 줄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시기 아닌가요. 

주거용 ESS의 개념. 사진 출처 한화저널
주거용 ESS의 개념. 사진 출처 한화저널
ESS가 현실적인 도움을 줄까

전기를 생산하고 바로 소비해야 하는 방식을 바꾸면 된다고 했을 때, 이걸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ESS(에너지 저장 장치)입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도 저장해 둘 수 있기에 전기 사용이 시급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이차전지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지라, ESS를 접한 분도 많을 것입니다. 적어도 배터리에 투자한 분들도 있을 테니 아마 들어 보셨겠지요?

미국에서는 현재 많은 가정에 ESS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몇 년 전 이상기후로 한파와 폭설이 닥친 텍사스 지역이 예입니다. 미국은 기후변화로 태풍도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습니다. 정전이 일어나도 금방 복구되지 않는 지역에도 보급이 빠르다고 합니다. 다만, 정책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정전, 블랙아웃을 대비한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배터리로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배터리 기업이 세 곳이나 있습니다. 덕분에 배터리 기반 ESS는 빠르게 늘어 가는 사업입니다. 아니, 늘어 가는 사업이었죠. 2021년과 2022년에는 아쉽게 화재로 시장 규모가 줄었지만, 다시 정책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도 ESS 설비를 늘려가는 중입니다. 어쩌면, ESS는 전기 생산과 소비 체계를 모두 바꿔 버릴 획기적인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지요.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전기차 충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화력발전을 기반으로 한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했습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로 충전할 수 있다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차량과 에너지 생산 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70%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앞선 전기차 브랜드는 '테슬라'입니다. 테슬라는 공장을 지을 때도 태양광발전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유명하죠.

"기가팩토리는 70MW의 태양광발전이 가능해, 자체 생산하는 에너지로 공장이 소비하는 에너지를 모두 충족할 수 있다. 외부 전력 소비 '0'이 된다는 의미다. 이뿐만이 아니라 완공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지붕 태양광발전소가 된다. 또한 지붕이 없는 바닥 공간에도 태양광 패널을 추가로 더 설치할 예정이다." (<한국일보> 2017년 8월 28일 자 기사, '테슬라 기가팩토리 이렇게 만들어진다' 중)

하루 70MW를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다니, 기업이 일군 대단한 업적이라 할 수 있지요. 태양광발전으로 공장을 돌린다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기업이 나와 주면 좋겠네요. 

테슬라 이야기가 나왔으니, 전기차 이야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전기차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 ESS이기도 합니다. 전기차에서 사용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이 대표적인 예죠. 전기차가 가지고 있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를 V2L이라 부릅니다. 전기차에 탑재한 배터리는 적어도 56kW 정도 됩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사용해야 18.5W를 씁니다. 실로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는 장치가 전기차입니다. 이걸 공업용 전동 공구를 사용하거나, 여러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캠핑을 할 때도 사용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다고 ESS가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화재가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우리 주변에 ESS를 사용하는 건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2016년부터 새로 짓는 공공기관 건물에 ESS를 설치하는 법률이 도입되었죠.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ESS를 사용한 건물에 불이 났습니다. 큰 화재였지요. 그리고 그에 앞서서도 여러 차례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재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만, 전류가 가득 저장됐을 때 장치에 문제가 생기는 걸 원인으로 예상합니다. 전류를 담는 그릇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넘쳐서 불이 났다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전기차도 화재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죠. 전기차의 충전 중 화재는 '인증받지 않은 저속 충전기'가 원인으로 보입니다. 실제 차량 화재는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가장 많이 나고, 그다음으로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서 많이 납니다. 하지만 현재 전기차 화재가 부각되는 건, 불이 잘 꺼지지 않는 특성 때문입니다. 배터리가 타면 전부 연소할 때까지 아무리 불길을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배터리 성분을 바꾸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금속으로 이뤄진 전고체 배터리 같은 것들이 빨리 나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ESS는 필요합니다.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할 수 있는 전력량도 늘려야 하고, 각 가정에도 도입이 절실한 시스템입니다. 그럼 각 가정에서도 태양광발전을 할 수 있겠죠. 물론 그 과정에는 많은 재정이 들지 모릅니다. 그래도 탄소를 줄이기 위해 정부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되는 탄소량을 제로로 맞추는 '넷 제로(Net Zero)'로 들어가려면 해결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용어도 어려운 ESS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ESS가 바로 교회에서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과 연결되기 때문인데요. 다음 글에서는 교회가 ESS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 기후 위기 시대에 교회가 전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생산해야 할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