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작가가 '내가 만난 기후 위기와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삶의 곳곳에서 마주한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기후 위기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올해, 우리는 중요한 수치 2개를 받았습니다. 하나는 0.72이고 다른 하나는 1.52이지요. 0.72는 2월 28일 발표된 2023년 합계 출산율이고, 1.52는 얼마 전 보고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입니다. 좌절할 만한 수치인데요. 한국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과 지구 기온이 과도하게 오르는 일이 지금 우리 시대를 교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좋든 싫든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에서 살아야 합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수치와 한국교회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 부부도 일조한 저출생 이야기
통계청이 2월 28일 발표한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갱신했다. MBC 뉴스 갈무리
통계청이 2월 28일 발표한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갱신했다. MBC 뉴스 갈무리

먼저,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았습니다.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여기 있군요. 물론 저는 결혼 당시부터 과도한 인구문제와 지구온난화를 걱정했던 터라, 비출산 결정은 쉬웠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생각을 가진 아내를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아내는 부모님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지 않아도 괜찮다고 계속 설명했지만, 아내는 제 이야기를 들은 척도 안 했습니다.

결국 아내가 승리했죠. 결혼 1년 만에 저희에게 아이가 생겼습니다. 모순적이게도, 기뻐하고 즐거워했습니다. 아이가 생기는 것이 이토록 행복한 일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아내의 임신은 정말 기쁜 일이더군요. 임신 소식을 들은 날부터 아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 환희를 아이에게 전해 주고 싶었습니다. 두 달간 열심히 기록했지요. 하지만, 아이는 안정기에 접어들 때쯤 포근한 엄마 뱃속에서 영원히 잠들고 말았습니다(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가 있을 때 하지요).

그렇게 아이를 보냈지만, 우리 부부는 저출생 시대가 이토록 빠르게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가 결혼했던 12년 전만 해도, 결혼 후 출산은 당연한 일이라 여기는 분위기였죠. 아내도 '35살이 넘으면 노산'이라며 결혼을 서둘렀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물론, 그 당시에도 출산율은 그다지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지금의 2배 수준인 1.30이었습니다. 12년이 흘러, 저출생의 기준점인 1.30보다 훨씬 아래인 0.72로 떨어졌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시기,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에 근간한 논의만 지속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자본인 연금이 동이 난다', '국민 수가 국력'이라는 등의 낡은 논란만 이어집니다. 이제 그 생각을 조금 뒤집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여전히 지구에 80억 명이 사는 건 너무 많다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우리 시대의 출산율 논의는 이 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요즘처럼 기후 위기 뉴스가 많아지는 시기라면 더욱.

지구 평균기온 1.52도 상승이 들려주는 파열음
EU 기후 변화 감시 기구 '코페르니쿠스' 발표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는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으며 지구의 평균기온이 1.52도 상승했다. 코페르니쿠스 홈페이지 갈무리
EU 기후 변화 감시 기구 '코페르니쿠스' 발표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는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으며 지구의 평균기온이 1.52도 상승했다. 코페르니쿠스 홈페이지 갈무리

2024년 2월 8일,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맺어진 기후 협약에서 마지노선처럼 지키자고 했던 1.5도가 깨졌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조카들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미안해 얼굴도 들지 못하겠더군요. 이 시대를 사는 한 사람으로서 후손에게 이렇게 망가진 기후를 물려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무척 부끄럽습니다.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기후 위기가 더욱 심해질 것 같습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기상청의 장기 예측 책임자 아담 스카이프는 "지구 기온이 기록적 상승을 보일 수 있다.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2024년 지구 기온이 새 기록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했더군요. 유엔사무총장도 "지구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표현했습니다. 정말 우리 시대에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2023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극한 호우'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과 7월 전국에 내린 극한 호우는 48건이라고 합니다. 집중호우를 뛰어넘는 이 표현은 2022년에 내린 기록적 호우 탓에 생긴 표현입니다. 서울 동작구에 시간당 141.5mm가 쏟아졌죠. 여기서 중요한 건 감당할 수 없는 비가 많이 내린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기후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이니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계속 일어나면 우리 농가도 피해를 볼 테지요. 그럼 우리나라 인구를 다 먹여 살릴 수 있을까요? 수입하면 괜찮다고요? 물론 지금도 쌀을 제외한 대부분 농산물을 수입하니, 큰 걱정거리가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기후가 변하는 일, 그러니까 비가 더 많이 내리거나 농지가 메말라 가는 일이 세계적인 현상으로 일어나는데, 어디서 수입할까요? 자국 식량이 비상일 때, 그 국가는 절대 수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베트남은 쌀 수출 3위 국가입니다. 2023년 7월 26일까지 가격은 톤당 515달러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7월 27일 이후 쌀 가격은 톤당 575달러로 변해 계속 올랐습니다. 쌀 수출 2위 태국도 비슷했습니다. 같은 기간 가격이 610달러까지 뛰었습니다. 약 10년 동안 변하지 않던 쌀 가격이 갑자기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최대 쌀 수출국 인도에 닥친 기후 위기 탓이었습니다. 인도는 2022년 대비 재배 면적을 늘렸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3.8%가량 감소했습니다. 식량난이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수출을 금지한 것입니다. 4% 감소에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것이 우리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지구가 현재 인구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컸으니까요. 여기에 기후 위기를 덧붙이니, 80억 명이 어떻게 먹고살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지금은 식량 안보 시대의 초입에 섰습니다. 이런 시대에 아이 낳고, 즐겁게 웃을 수 있을까요. 영화 '터미네이터 2' 도입부에서 주인공 사라 코너가 멸망하는 인류를 보는, 그런 느낌이 드는데 말이죠.

식량 위기는 코앞인데, 교회에서는?
텅 빈 놀이터. ChatGPT AI로 생성.
텅 빈 놀이터. ChatGPT AI로 생성.

그럼, 교회는 어떠할까요. 아쉽게도 교회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듣기 힘듭니다. 매 주일 기후 위기와 관련한 칼럼이나 목회자의 생각을 적어서 주보에 올리는 교회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기후 문제를 신앙의 화두로 다루는 교회가 있을까요. 적어도 제가 출석했던 교회 중에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 교회들 홈페이지에 방문하지만,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출산을 비난하는 설교는 종종 듣곤 합니다. 지난 2월 18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모 교회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을 위한 헌신 예배'에 촬영 차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교단 총회장까지 지낸 그 교회 담임목사는 "요즘 젊은이들이 하나님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고 돈과 쾌락을 우선한다"고 지적하더군요. 순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 낳을 여유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기에,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 같았습니다.

개신교는 저출생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어쩌면 저출생을 복으로 느낄 날이 올지 모릅니다. 그때가 되면 청년들이 지혜로웠다고 칭찬할지 모릅니다. 지금 지구는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아니, 우리 인간의 위기죠. 어쩌면 저출산 극복 예배에서 목사가 말한 '자기애'를 발휘해야 할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살아갈 터전을 망치며 마구잡이로 살았으니, 진정 자기를 위해 살아야 할 시기가 아닐까요. 지구에서 먹고살기 힘든 시기가 금세 올지 모릅니다. 우리가 생각해 왔던 그런 미래가 펼쳐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교회에서 기후 위기를 주제로 대화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교회가 나서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동안 식량 위기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기후 위기를 인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단, 이것만 생각하세요. 당신의 젊었던 시절, 한겨울에 한강을 걸어 다닐 수 있었던 그때보다 더워진 건 분명합니다. 올해 북극한파가 몰려왔을 때도 한강은 며칠 얼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지난해보다 32일 늦게 얼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배출한 탄소가 이전보다 더운 지구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우리 죄입니다. 이젠 우리가 회개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동안 교회에서 했던 일들을 계속 이어 가면 어떨까요. 방향만 조금 바꿔서 말이죠. 교인에게 익숙한 설교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오직 믿음으로 탄소라는 죄에서 벗어나십시오. 예수께서 우리가 모르고 배출한 탄소라는 죄를 사하여 주시도록, 앞으로 탄소라는 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성도 간에 대화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실천할 거리를 찾는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전 교인이 나서서 노력한다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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