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작가가 '내가 만난 기후 위기와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삶의 곳곳에서 마주한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기후 위기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세계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510억 톤. 510억 톤은 이산화탄소 환산톤(CO₂e·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값) 방식에 따른 수치입니다. 이걸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1톤 트럭에 나눠 담으면 지구를 640번 감쌀 양이라고 합니다. 이 수치는 매년, 조금씩 증가하면서 늘고 있습니다. 그중 우리가 타는 차량이 약 1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2030년까지 계속 이 수준을 유지할 것 같습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든다고 생각해야 미래가 있을 텐데, 그런 미래는 쉽게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차량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내 차량은 무척 큽니다

현재, 우리 차는 무려 6000cc 엔진을 자랑하는 커다란 SUV입니다. 2005년에 나온 차량을 2018년에 중고로 매입했습니다. 차량을 산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이 차로 전 세계를 여행할 계획이었죠. 이건 제 오랜 꿈 중 하나였습니다. 동해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고, 그 후 유럽과 아프리카, 다시 배를 타고 남미로 가서 북미까지 차로 여행할 수 있다면 멋지지 않습니까? 배와 자동차로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니, 지금 생각해도 꿈같은 이야기네요. 한국 같은 4면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섬나라에서, 비행기 외에도 벗어날 방법이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물론, 큰 차를 구입했다고 해서 바로 떠날 수는 없었습니다. 아내는 저처럼 생각만 앞서는 사람과는 달랐습니다. "자동차에서 생활해 본 적이 없으니, 살 수 있도록 차를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국내 여행을 '차박'으로 다니며, 차에서 지내는 생활부터 익숙해지자는 의견이었죠. 그 얘기에 저는 차에서 지낼 여러 용품을 신나게 구입했습니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닐 생각에 들떠서 캠핑용 의자부터 갖추어야 할 여러 제품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거기에 기본적인 정비를 내가 한다는 갸륵한 상상까지 하며 자동차 정비 학원을 알아보곤 했습니다.

계획대로만 하면 거칠 것이 없었겠죠. 제 나이가 45살이 되기 전에 떠나려고 마음먹었는데, 2024년 제 나이는 46살이 되었습니다. 처음 세웠던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해야겠지만, 계획이 엎어졌다고 하는 게 옳겠죠. 떠나지 못한 이유를 대자면, 차박에 익숙해지려 할 때쯤 터진 '코로나19'가 첫 번째 원인이었습니다. 2020년 2월이 되자, 어딜 다니는 일이 죄짓는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해외에도 전염이 심해졌습니다. 차박이 여행의 좋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세계를 다닐 꿈을 꾸는 우리에게 한국에만 머무는 여행은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죠.

결정적으로 제 뇌혈관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2020년 11월, 갑자기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단어도 잘 안 떠오르고,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걱정하며 병원에 가자고 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뇌경색이었습니다. 제 뇌혈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의사에게 들었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뇌혈관이 제대로 보이는데, 전혀 보이지 않았죠. 모야모야병 인자도 있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운동도 하지 말라는 의사의 흔하지 않은 경고도 들었습니다.

우리 차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랑하는데…

이런 상태가 되니, 6000cc 차는 점차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연비도 5km/l로 좋지 않은데, 코로나의 여파로 점점 휘발유 가격이 올라서 아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다시 중고 자동차 시장에 내놓으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아내도 차량을 빨리 팔라고 잔소리했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이 차량에 빠져 버린 것이죠. 저는 이 차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차량이 묵직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도, 안정감 있게 거리를 다니는 모습도,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넓이도 너무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6000cc 차량을 어찌해야 하나 깊이 고민하게 하는 날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바로 탄소 배출량을 보았을 때지요. 무려 290g/km. 그래도 저는 '180g/km 정도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닌 걸 넘어, 충격적인 숫자였습니다. 기후 문제에서 가장 앞선 모습을 보인다는 유럽 기준치보다 무려 200g/km가 높았습니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슬퍼했습니다. 마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뤄질 수 없는 연인처럼 애잔한 마음이었죠.

어쨌든, 유럽은 2020년에 90g/km를 차량이 배출하는 탄소의 한계 수치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2030년까지 59g/km로 낮출 예정이지요. 거기 발맞추어 한국도 2030년까지 70g/km로 낮춘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유럽이나 한국이나 갈 길이 먼 목표라고 봅니다. 한국의 '카니발'은 190g/km, '그랜저'는 150g/km 정도 배출합니다. BMW 520i도 150g/km라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그나마 조금 나은 하이브리드가 있지만, 어림도 없는 수치이지요. 물론 제 차보다는 낮다 보니 할 말은 없습니다.

수치가 이런데도, 제 차를 주차장에 세워 두며 고민만 깊어져 갑니다. '지금까지 타던 차량인데 앞으로 몇 년 더 탄다고 오염이 심해지겠어'라고 말이죠. 그리고 510억 톤 중 내가 배출하는 탄소량이 얼마나 된다고 이걸 문제 삼는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제 차가 배출하는 탄소보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트럭이나 버스가 조금 더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끝났을 문제를 제가 아직 고민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그건 앞글에서도 이야기한 조카들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 때문입니다.

자동차 운행을 하는 모두가 죄를 짓고 있습니다. 잘 모를 수 있지만, 다음 세대가 고생하며 원망할 우리 세대의 죄가 아닐까요. 아쉽게도 죄는 우리가 짓지만, 형벌은 우리 자녀가 받아야 합니다. 당장 전기차로 바꿔야겠지만, 전력을 생산하는 문제는 탄소 배출량이 더욱 심각하더군요.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배출하는 탄소를 줄여야 합니다. 전기차는 전기 생산분을 계산하면 82g/km라고 하죠. 이렇듯 탄소 배출이 적은 차를 타야 합니다. 그래야 죄책감을 좀 덜어 낼 수 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로 가득 찬 서울 강변북로.
내연기관 자동차로 가득 찬 서울 강변북로.
과연 교회는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까

차량은, 내 삶에서만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교회에서도 중요한 문제이지요. 전도사도 면허가 있어야 교회에 취업(?)할 수 있습니다. 요새는 덜해졌지만, 조금 규모가 있는 교회에서는 여전히 크고 작은 버스가 돌아다닙니다. 얼마 전 방문했던 수도권에 있는 교회도 대형 버스 2대와 스타렉스 여러 대를 운용하더군요. 이 버스와 스타렉스도 어서 전기 차량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돈이 많이 들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두고 교회에서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당회나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담임목사 차량을 전기차로 바꿔야 합니다. 관용차도 모두 전기차로 바꾸는데, 담임목사가 먼저 나서서 전기차로 바꾸면서 교인들을 독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혹시, 담임목사가 교회에 비싼 차량을 요구하는 게 걸리나요? '제네시스 G80 일렉트리파이드' 가격이 1억 원이 조금 넘더군요. 저렴한 차량도 있습니다. 현대의 '코나'나 기아의 '니로' 전기차 모델은 4300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거기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과 국고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 원 후반대로도 구입할 수 있죠. 이 역시 운영위원회나 당회에서 먼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직회에서 요구하면 더욱 훌륭하겠죠.

교회에서 운행하는 차량만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교회까지 가는 차량의 탄소 배출량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가급적 교회까지 갈 때 버스나 지하철 등을 이용해야 합니다. 요즘 시내버스나 시외버스 등은 전기 버스로 바뀌어 가는 게 보입니다. 아직 버스 운전기사들이 내연기관 버스처럼 운행하셔서 멀미가 나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운전 기술은 점차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기후 위기는 지금 코앞에 닥친 문제잖아요?

지금 당장 하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교회 운영위원회나 당회에서 이야기를 먼저 나눠야 합니다. 교인들은 운영위원회나 당회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요. 다음 세대를 세운다며, 헌금을 이상한 곳에 사용할 게 아닙니다. 진짜 다음 세대를 위해서 전기차 구입에 재정을 투입해야 합니다. 전기차로 바꾸고, 교인들에게 전기차를 탈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조성해 가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하냐고요? 적어도 이런 실천이 있어야 교회가 정치권에 요구할 명분이 생깁니다. '우리는 탄소를 줄이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정치권은 무얼 하고 있느냐'고 말이죠. 그러려면 교회에서 더욱 이야기해야 하고, 캠패인도 벌여야 합니다. 세상이 바뀌기 전에, 교회가 앞장서서 바꿔 가고 요구해야 합니다. 요즘 세상에서 선교나 전도를 하려면 도덕적 우위에 서야 하는데, 저는 가장 기본이 전기차와 충전소를 늘리는 일이라고 봅니다.

저도 1~2년 후에 전기차로 바꿀 생각입니다. 물론 그때도 지금처럼 큰 차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기 픽업트럭으로 바꾸면 좋겠네요. 죄송하지만 그때까지 사랑하는 6000cc 차량은 가끔 운행할 계획입니다. 캠핑 갈 때만 주로 이용할 생각인데, 캠핑도 숫자가 줄어들겠지요.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어떻게든 탄소를 덜 배출할까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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