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공동대표 방인성·박유미)가 지난해 접수한 교회 성폭력 사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 44명 중 30명(68%)이 목회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반센이 2월 20일 공개한 '2023년 상담 통계'에 따르면, 가해 목회자 중에는 담임목사가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부교역자 12명 순이었다. 간사·리더·교사 등 리더직에 있었던 가해자는 4명이었고, 일반 교인은 7명, 미상은 3명이었다. 

기반센에 지난해 신규 접수된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44건으로 2022년 38건보다 다소 증가했다. 피해자도 모두 69명으로 전년도(47명)에 비해 늘었다. 전체 44건 중 35건(80%)은 피해자가 한 명이었지만,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도 9건 있었다. 이 가운데 4건은 피해자가 5명 이상인 경우였다.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목회자 등 리더십을 지닌 사람들과 교인 사이에서 가장 많이 벌어졌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 관계가 목회자-교인인 경우는 전체 44건 중 25건(57%)이었다. 교인 간 벌어진 성폭력은 10건(23%)이었는데, 이 사건들도 전부 가해자와 피해자는 장로-교인, 교사-학생 등 위계가 존재하는 관계였다. 목회자 간 성폭력과 가족·연인 관계에서 벌어진 성폭력도 각각 4건(9%) 있었다. 

교단 안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은 20건(45%)이었다. 가해자 소속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 6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한국기독교장로회가 각각 3건, 기독교대한감리회 2건,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1건 순이었다. 가해자가 군소 교단과 독립 교단에 속한 경우도 5건이었다. 교단 밖에서 벌어진 사건의 경우, 신학교가 6건, 선교 단체가 3건이었다. 

피해 유형(중복 집계) 중 가장 많은 것은 성추행(20건)이었다. 다음으로는 강간(15건), 성희롱(7건) 순이었다. 이외에도 호감 관계나 연인·부부 관계 등 친밀한 관계 내에서의 성폭력(4건), 불법 촬영이나 통신 매체를 이용한 음란 등 사이버 성폭력(4건)이 벌어졌다. 성폭력과 함께 신체적 폭력이나 명예훼손을 당한 경우도 3건 있었다. 

피해자 성별은 여성이 66명(96%)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남성은 3명(4%)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9건(28%)으로 가장 많았고, 미성년자도 6명(9%) 있었다. 

기반센은 이전에 접수돼 계속 지원하고 있는 사건 12건을 포함해 가해자의 징계 여부와 사회 재판 결과도 공개했다. 전체 사건 56건 중 교회나 교단 등에 가해자 징계나 해결을 요구한 건은 11건에 그쳤다. 전년 대비 사건 수가 늘어난 데 비해 징계를 요구한 경우는 줄어든 것이다(2022년 징계 요청 20건). 

피해자가 징계를 요청한 11건 중 실제 징계가 이뤄진 건은 6건(55%)이었다. 이들은 시무정지·정직·제명·해직 등 징계를 받았다. 4건은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자진 사임해 징계하지 못했고, 1건은 심의 중이다. 

피해자 또는 대리인이 형사·민사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14건이다. 2건은 피해자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고, 1건은 불기소됐다. 나머지 11건은 아직 재판 중이다. 

기반센 박신원 실장은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이 교단 등에 징계를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더 이상 교회 안의 자정 능력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2월 2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실제 상담에서,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교회 안에서 사건을 해결하기보다 사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교회에서 제대로 된 감수성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진 것"이라며 "교회가 약자의 편에 있다는 신뢰감을 교인들에게 주고 있는지,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경각심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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