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공동대표 박유미·방인성)는 2018년부터 5년 동안 교회 성폭력 330건을 상담했다. 교회, 교단, 선교 단체에서 총 2100여 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해 왔고, 교단 총회를 성평등 관점에서 모니터링하며 안전한 교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개소 5주년을 맞은 기반센이 '오늘도 내일도 옆에서'라는 주제로 후원 행사를 열었다. 11월 2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열린 행사에는 90여 명이 참석해 차별과 폭력 없는 교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참석자들은 밝은 분위기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행사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기반센은 성폭력 피해자 옆에서 조력자로 살아가는 활동가들과 함께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기반센 박신원 실장과 김하은 팀장, 이은재 간사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성희롱·성폭력근절대책위원회 김수산나 목사, 기독교위드유센터 이진혜 대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김은선 활동가가 패널로 참여했다.  

1부는 성폭력 피해자 옆에서 조력자로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토크 콘서트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1부는 성폭력 피해자 옆에서 조력자로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토크 콘서트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패널들은 성폭력 피해자의 조력자로 활동하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김하은 팀장은 "가해 목회자가 소속된 교단에 가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공식적으로 진행된 회의가 있었다. 관계자들이 처음에는 잘 대화하다가 어느 순간 돌변했다. '왜 이걸 교단에 와서 해결해 달라는 거냐'며 교단을 명예훼손 했으니 고소하겠다고 하더라. 그때 '내가 여기서 앞으로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면 바뀌지 않는 현실에 고립감을 느낀다. 그러다가도 후원자들이 응원해 주면 주변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김수산나 목사는 가해자들이 사건을 왜곡해 2차 가해를 하는 것을 볼 때 큰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뻔뻔하게 노회 공식 석상에 나타나 발언하고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는 것을 볼 때 너무 화가 난다. 그런 분노가, 없던 법과 제도를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없던 법과 제도를 새로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일을 개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교단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법과 제도가 생겼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박신원 실장은 "한 성폭력 가해자의 교회가 폐쇄되면서 청년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 주변에서 '네가 교회 문을 닫게 한 거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 마음이 참 무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함께 울었던 청년들이 회복돼 다시 자유로워지고 즐겁게 신앙생활 하는 모습을 볼 때 '내가 생각하고 사랑했던 기독교 신앙이 이런 거지' 하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성폭력 피해자의 조력자로 활동하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패널들은 성폭력 피해자의 조력자로 활동하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각자에게 '조력'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이진혜 대표는 조력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면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라 부족한 너와 내가 서로 도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은선 활동가는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해석하지 못할 때, 피해자들이 부당한 상황을 폭력이라고 외칠 수 있는 것은 조력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겪은 경험과 고통이 아무도 모른 채 잊히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이 세상에 나만 혼자인 것 같다'고 느끼지 않도록 곁에 있어 주는 것, 공감해 주고 분노하며 힘을 같이 생성하는 일이 조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크 콘서트 이후에는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 씨가 '성폭력 피해자 조력자 되기'라는 소그룹 모임을 진행했다. 모임 중에는 교회에서 겪은 차별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주방에는 왜 여성들만 일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같은 사역자인데 남자 전도사한테만 반갑게 인사해 주는 장로님들을 보면 속상하다", "당회에는 장로만 참가할 수 있는데, 여성 장로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더 이상 폭력과 차별 없는 안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침묵하지 않고 조력자가 되겠다고 했다.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 씨가 '성폭력 피해자 조력자 되기'라는 소그룹 모임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 씨가 '성폭력 피해자 조력자 되기'라는 소그룹 모임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기반센 집행위원 김세진 변호사(기독법률가회)는 "생각했던 것보다 교계에서 성폭력 사건은 훨씬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 교회는 성범죄를 가볍게 생각하고, 노회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며 갈 길이 멀다고 느꼈지만, 이렇게 협력해서 목소리를 내고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분들을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은재 간사는 "하나님이 우리의 조력자이시니 우리도 계속 다른 사람의 조력자가 돼야 한다. 또 그 조력자를 위한 또 다른 조력자가 필요하다"며 "옆에 같이 서 있어 주겠다는 용기를 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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