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독 본문

사례비 못 받아도 '행복했다'는 목사

대형 교회들에서 사역해 온 A 목사가 있습니다. 어느 날 경상도 지역에 있는 작은 교회 담임목사직 제안이 왔습니다. 그는 제안을 수락하고 곧장 내려갔습니다. 평범한 작은 교회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서 보니 시끄러운 교회였습니다. 전임 목사는 사고(?)를 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퇴직금 명목으로 수억 원을 요구하고 있었지요. 이미 교회는 10억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전임 목사는 막무가내였다고 합니다. A 목사의 만류에도 장로들은 전임 목사가 요구한 대로 거액을 지급했고, 교회 부채는 더 늘어났지요.

교회는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A 목사에게는 사례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교회를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데, A 목사는 마음 한구석에서 오기가 끓어올랐다고 해요. '한번 해 보자'는 마음을 먹고, 4년간 시무했다고 합니다. 교회에 큰 변화는 없었다고 해요. 헌금은 은행 빚 갚는 데 쓰였고, 여전히 사례비는 가뭄에 콩 나듯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 교회에서 왜 버티셨느냐, 얼마나 힘드셨을지 상상이 안 된다"고 묻자, A 목사는 해맑게 웃으면서 "행복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A 목사는 "하고 싶은 설교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일례로 한국교회 안에 반동성애 광풍이 불던 즈음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목사들은 동성애 안 할 게 확실하니까 반대하는 거다. 그러면서 간음이나 돈 문제에 있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설교도 했다고 해요.

보수 색이 짙은 지역의 교회에서 이렇게 설교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당장 장로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왜 동성애 옹호 설교를 하느냐'고 달려들 텐데, 이 교회에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A 목사는 "평소 교인들을 배려하고 존중해 왔고 그래서 설교에 딴지를 안 거셨던 것 같다"면서도 "돈(사례비)에서 자유로우니까, 설교도 당당히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때로 교회 강단에서 설교를 가장한 정치 선동과 비방이 쏟아지는 게 한국교회의 문제지요. 이 또한 심각한 병폐이긴 한데, 목사가 설교 시간에 마땅히 해야 할 말을 못 하고 교인들 눈치 보며 자기 검열하는 것 또한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목사가 장로나 교인들 눈치 살피느라 설교를 제대로 못 하면 얼마나 괴로울까요. 그렇다고 A 목사처럼 사례비 받지 말고 당당히 설교하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 어쩌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한국교회가 빠른 속도로 쇠락해 가는 듯합니다.

편집국 용필

기독 시민단체들의
제22대 총선 정책·비전 제안

· 올해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총선정책제안기독시민운동연대가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정책과 비전을 제안했습니다.

· 기독시민운동연대는 △교육 △사회복지 △생태·환경 △주거·부동산 △한반도·평화 △노동 △생명 존중 및 자살 예방 △이주·난민 △정치 개혁 △청년 등 10개 분야의 현실과 필요한 정책을 발표했는데요.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정병오 공동대표는 요즘 정치가 계속 극단화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정책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특히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땅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믿고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과 환경·정의 등에 관심을 갖고 더 세밀한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그리스도인이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시한 촘촘한 정책들과 비전을 토대로 22대 총선을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요.

편집국 태빈

'그 교단'의 무책임함

· 그루밍 성폭력과 교회 분쟁 피해를 입은 인천새소망교회 교인들을 도왔던 박성철 목사.

· 소속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은 그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작년 9월 교단에서 쫓아내 버렸습니다.

· 정치꾼 목사들의 수에 놀아난 것이죠.

· 박성철 목사는 예장합동 총회 재판국의 제명·출교 판결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예상대로 법원은 박 목사의 손을 들었습니다.

· 박성철 목사가 피해 교인들을 도와 임시당회장직을 수행한 것은 법원의 결정 때문이었기에 제명·출교의 사유가 아니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입니다.

· 지금이라도 돌이켜 박성철 목사의 복권을 추진해도 마땅찮을 판에, 교단의 반응은 미적지근합니다.

· 현 총회 재판국장은 "어쨌든 지금은 총회 재판으로 출교된 상태이기 때문에 복귀하려면 재심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힘없는 개인이 교단을 상대로 대체 어디까지 해야 억울함을 풀어 주려는지, 예장합동의 무책임함이 새삼 놀랍습니다.

편집국 권효

MZ 세대는 왜 교회에 다닐까

· 소위 'MZ 세대'라고 불리는 청년들, 최근 들어 이들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교회에 다니고 있는 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 한국교회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청년들이 궁금하다면 주목해 주세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개신교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 △이념·신앙적 성향 △정치·경제·사회 이슈 △감정·관계 △개신교 이미지와 교회 생활·신앙의 특성 분야를 조사했는데요. 눈여겨볼 만한 결과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 현재 한국교회 청년 중 가나안 교인의 비중이 24%이고,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청년의 2명 중 1명조차 교회를 떠나 봤거나 떠나려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신앙에 회의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목회자의 태도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네요.

· 한편, 반동성애 정서가 지배적인 한국교회이지만 청년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개신교인 청년 절반은 퀴어 문화 축제와 동성 가족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 최근 청년들의 우울과 고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청년들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교회보다 사회에 더 많다고 답했습니다.

편집국 태빈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