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가 '아내 폭력·스토킹' 신대원생의 졸업을 허가하기로 했다. 조사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으나, 졸업 전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총신대가 '아내 폭력·스토킹' 신대원생의 졸업을 허가하기로 했다. 조사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으나, 졸업 전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총신대학교(박성규 총장)가 '아내 폭력·스토킹'을 저지른 신대원생 B의 졸업을 허가하기로 했다. 신학대학원 교수회의는 1월 25일 졸업 사정에서, 사정 당일까지 B의 졸업을 유예할 별다른 징계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졸업을 그대로 승인하기로 했다. 

다만 교수회의는 이와 별도로 B 사건에 대한 조사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피해자 A가 지난해 10월 25일 기독교반성폭력센터를 통해 학교에 사건을 접수한 지 석 달 만이다. 조사위원회에는 이 사건 당사자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상담·법률 분야의 평교수 3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더라도 서면·대면 조사 등 절차가 있기 때문에 졸업식이 있는 2월 중순까지 징계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신대원장 김상훈 교수는 1월 2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제까지 밝혀진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B의 졸업은 일단 통과시켰다. 근거를 가지고 절차를 밟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B가 졸업하기 전 징계 결과가 나오느냐는 질문에, 김상훈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졸업이 다시 취소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기면서도, 그는 "우리(신학대학원)에게 연결되는 게 늦긴 했다. 따라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도 물리적인 시간이 빠듯하고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조사 일정에 대해서도 "이제까지 시간에 제한을 두고 조사를 한 적이 없다. 일단 우리는 객관적인 분들로 위원을 구성하려 노력했고, 조사위가 조사를 진행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도, 압력을 가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상훈 교수는 그간 학교가 프로세스를 아예 밟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인권센터가 시간을 지연해 사건을 다루기 힘들어졌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뉴스앤조이>는 인권센터장 허 아무개 교수에게도 입장을 물으려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만 졸업도 시켜 주겠다는 신대원 결정에 대해, 피해자 A는 학교가 이 사건을 처리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권센터는 인권센터대로, 학생지도위원회는 학생지도위원회대로 사건을 처리했어야 했는데, 신고한 지 3개월이나 지난 지금에야 조사를 시작하겠다는 게 화가 난다. 그동안 빨리 사건을 처리해 달라고 수차례 의견서를 보냈는데, 무얼 했는가. 가해자가 졸업하기 전 징계할 수 없다면 조사는 왜 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B 소속 노회·교회 "당장 사건 다룰 수 없어"
'해외 선교' 계획엔 "경찰도 못 잡는데 어떡하나"

총신대 신대원생은 '목회자 후보생'이라는 신분으로 노회의 지도와 관리를 받는다. 노회가 매년 '계속 신학 추천서'를 발급해야 신대원에 다닐 수 있다. <뉴스앤조이>는 B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함남노회에도 입장을 물었다.

이명신 노회장은 이 사건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신고가 접수될 경우 처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1월 25일 통화에서 "처음 듣는 얘기다. 일단 학교에서 졸업은 해야 하지 않겠나. 만약 노회에 사건이 접수된다면 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고 합당한 징계를 내릴 것"이라며, B에게 문제가 있다면 '목회자의 자질' 문제로 징계가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B가 "졸업 후 해외 선교를 나가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비행기 타고 나가는 거야 어떡하겠나. 경찰서도 못 잡는데"라며 어쩔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B가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는 ㅇ교회 고 아무개 담임목사는 25일 통화에서, 사건을 얼마 전 알게 됐다며 학교의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이렇다 저렇다 할 계획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일단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목사로서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B에게도 '성실하게 조사를 받으라'고 이야기했다. 일단은 학교에서 결정이 나고 사건이 선명하게 드러나면 그때 가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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