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전직 목사 소두생 씨의 손해배상 책임이 항소심에서도 인정됐다. 사진은 2021년 12월 형사재판 항소심 중 2차 가해를 일삼는 소 씨를 규탄하는 시민단체의 피켓 시위. 뉴스앤조이 구권효 
성범죄자 전직 목사 소두생 씨의 손해배상 책임이 항소심에서도 인정됐다. 사진은 2021년 12월 형사재판 항소심 중 2차 가해를 일삼는 소 씨를 규탄하는 시민단체의 피켓 시위.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교회와 지역 아동 센터를 운영하며 미성년자들에게 성폭력을 자행해 징역 7년을 확정받고 수감 중인 전 기독교한국침례회 목사 소두생 씨가, 피해자 두 명이 제기한 민사소송 항소심에서도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춘천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1월 11일, 소 씨가 피해자들에게 각각 5248만 9700원, 5110만 1660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피해자들의 성폭력 피해를 인정한 판결이지만, 배상금액은 1심 판결보다 오히려 줄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각각 청구한 7000만 원(위자료 5000만 원과 치료비 2000만 원)을 모두 인정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10년이 넘도록 심리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점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여러 신체적 이상 증상을 보이는 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필요한 기간, 비용, 회복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가늠하기가 곤란한 점 등을 고려했다. "비록 원고들의 심리 치료 비용 지출 여부 등이 불명확하기는 하지만, 원고들이 과거 치료비와 장래 치료비의 일부로서 구하는 각 2000만 원은 과다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가해자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소두생 씨와 그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고스'는 피해자들이 치료비를 상세하게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10여 년 전, 심리상담사인 친척 오빠에게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이후 일정 기간 꾸준히 상담하면서 피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었다. 소 씨 측은 이 상담 비용을 증명해야만 배상해야 할 치료비를 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춘천지방검찰청과 춘천세무서,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등 여러 기관에 피해자들과 친척 오빠에 대한 사실 조회 신청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10여 년 전부터 이어 온 상담 비용 내역이 지금까지 존재하기는 어렵다. 피해자들은 구체적인 내역 대신 '상담 확인서', '심리 상담 증명서' 등을 제출했으나, 소 씨 측은 피해자들이 상담비 지출이 없었는데도 있었던 것처럼 허위로 위 문서들을 작성해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로고스는 준비서면에서 "(피해자들이) 손쉽게 손해배상액 상당액을 편취하고자" 했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나아가 가해자는 이미 징역 7년이라는 형사처벌이 확정됐는데도 끝까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진술 중 일부 지엽적인 내용을 지적하며, 피해자들의 진술 전체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가 '부존재'하므로, 치료비는 물론 위자료마저도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가해자의 이러한 주장들로 항소심 재판은 판결까지 약 1년 반이 걸렸다. 피해자들은 도중에 재판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한창 항소심이 진행 중일 때 한 피해자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형사재판 과정에서도 항소심에서 가해자가 대형 로펌을 선임해, 지엽적인 사실관계를 물고늘어지며 숱한 2차 가해를 했다. 민사재판에서도 똑같이 항소심에서 또 처음부터 다투는 느낌이다. 피해자가 계속해서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가해자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구체적으로 소명된 치료 비용만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피해자들은 항소심 중, 그간 재판에서 가해자의 주장들로 2차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2000만 원을 추가로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률 절차상 이유로 이를 각하했다. 위자료는 원심과 같은 5000만 원을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성폭력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인정된 것이지만 피해자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 피해자는 "아쉬운 면이 있지만, 가해자와 가해자를 대리한 법무법인의 악랄함이 더 드러나게 됐으니 어쨌든 재판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무지막지한 공격을 견뎌 내야 했고,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어 일상이 무너질까 걱정했다"며 "그래도 신앙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악한 것에 무너지지 않고 선으로 악을 이겨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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