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님, 안녕하세요. 구권효 기자입니다. 

오랜만에 좋은 소식을 알립니다. 저희가 지난해 펴낸 <여성 안수 투쟁사>가 2023년 세종도서에 선정됐습니다. 기획 '비하인드스토리 - 여성 안수 투쟁사'는 그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수여하는 양성평등 미디어상(우수상)과 국제앰네스티가 수여하는 언론상(본상)을 받았는데요. 이번에는 단행본이 세종도서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습니닷!

사실 이 기획을 책으로 낼 때의 제 생각은, 그저 특별히 이 기획을 위해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드리면 좋겠다 정도였습니다. 그리 잘 쓴 글도, 많이 팔릴 만한 책도 아닌 것 같아서요.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할 때마다 '나무에게 미안한 일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참 나무에게 미안할 만한 책이 많더라고요;)

<여성 안수 투쟁사>를 기획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 중 하나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수직을 주지 않는 행위는 제도적인 성차별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여성 안수 투쟁사>가 세종도서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왠지 교회 밖 '세상'에서는 이제 이 정도는 상식이라는 이야기로 들리기도 합니다. 

여성에게 강도권을 줬다가 뺏은 그 교단 목사님들이 얼른 이 책을 읽어 보셨으면, 또 지금도 차별받는 여성 목회자분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결국 여성 안수는 남성들이 '허락'해 준 것이 아닌, 여성들이 '쟁취'한 것이 될 것입니다. 

"한 가지 통탄할 일은 우리 조선은 여자 사회가 캄캄한 밤중이다.
언제나 깊이 든 꿈속을 뛰어나와 뒤떨어진 우리 갈 길 달음질쳐야 하겠다.
꼭 우리의 권리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렸으니 우리가 찾아야 할 것입니다."

- 평신도 장민숙이 1935년 10월 쓴 글 중

편집국 권효

교회로 돌아오는 
성범죄 목회자

지난해 11월 보도한 '거룩한 범죄자들' 현황을 이번에 업데이트했습니다. 지난 취재 때 "지금이라도 가해 목회자를 징계하겠다"고 밝힌 교단들이 실제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지난해 보도 이후 새롭게 추가된 이들은 얼마나 있고, 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징계가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전무하다시피한 '징계'

· 올해 3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김종미·남오성·임왕성)는 교단 61곳에 소속 목회자의 성범죄 치리 여부를 묻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 대부분 회신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나마 징계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곳이 8곳 있었습니다.
· <뉴스앤조이>가 올해 10~11월 취재로 확인한 결과, 이 8곳 중에 실제로 목사를 징계한 곳은 1곳(기독교대한감리회 호남특별연회)가 유일했습니다. 
· 그마저도 청소년 성매수죄를 저지른 목사에게 '정직 1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는 과거에도 같은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데요. '중징계'로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대체 왜?

· 징계를 하지 않는 배경에는 '온정주의'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은퇴한 지 오래된 목사, 은퇴를 앞둔 목사라는 이유로 불문에 부쳤습니다.
·  같은 노회에서 오래 친분을 쌓은 사람인 경우에는 더욱 난감해했습니다. 
· 당사자가 눈물로 임원들에게 사과했고, 충분히 자숙한 것 같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 당사자의 사정은 들었는지 몰라도, 판결문에 드러난 범행, 피해자가 받았을 고통, 그로 인해 교회가 입은 손실과 신뢰도 하락 등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근신, 견책 등의 최소한의 주의조차 주지 않은 것이니까요.
· 소재를 파악할 수 없어 징계 못 한다는 노회도 있었습니다. 가해자가 구속된 지 오래였기 때문인데, 노회는 그 사실도 몰랐고 후에 인지했지만 자세히 조사하기보다는 기계적으로 제명 처리를 했습니다.


위 사건들 중에는 발생한 지 한참 지난 것들도 있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모르거나, 이미 당사자가 은퇴했다는 이유를 들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최근 판결이 확정된 사건들은 어떨까요? 지난해 11월 보도 이후 최근 1년간 새롭게 유죄가 확정된 목회자 성범죄 사건은 총 27건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취재해 봤는데요.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 27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4명, 이 가운데 징역 5년 이상이 8명이었습니다.
· 27명 중 교단이 목회자를 징계한 경우는 3건, 현재 징계 절차를 밟는 곳도 3곳이었습니다.
· 그러나 '면직' 처리된 손 아무개 목사를 제외한 나머지 두 건은 징계의 실효성이 의심됩니다. 고 아무개 목사에 대해 노회는 징계 결과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고(…) <뉴스앤조이>가 보도했던 권병기 목사 사건은 피해자가 교단의 '제명' 처리를 꼬리 자르기로 의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징계하지 않은 사례들 가운데는 '알고도 당사자를 신뢰했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스스로 교단을 만들거나 독립 교회를 운영해, '셀프 징계'를 기대할 수 없는 목회자도 많았습니다. 
· 취재 과정에서 교단 세 곳이 판결문을 입수해 후속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회신했습니다. 이들의 책임 있는 조처를 기대합니다.

제도 없는 한 끊임없이 생겨날 '거룩한 범죄자들'

· 사건을 하나하나 취재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회자 성폭력 치리는 교단이 커도 못 하고, 작아도 못 하고, 독립 교단이라도 못 합니다.
· 임원들이 의지가 있어도 못 하고, 없으면 안 합니다. 의지가 있더라도 대개 1년짜리 임기 이내에 이 문제를 처리하지 못합니다. 목사들이 가해자와 친한 사이라면 '동료를 쳐 내는 일'을 더더욱 어려워합니다.
· 방법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회자의 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정기적으로 성범죄 이력을 조회하는 것입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을 하지 못하는 기간만이라도 강단에 설 수 없도록 법률을 개정하면 좋겠습니다.
· 이는 종교의자유를 파.괘.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교회를 보호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로부터 교인과 청소년을 보호하는 법이 될 수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목회자가 이 말에 공감했습니다. 
· <뉴스앤조이>는 매년 '거룩한 범죄자들'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현재도 23명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기사를 업데이트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라 봅니다.

편집국 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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