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관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12월 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관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임시 휴전이 7일 만에 종료되고 교전이 재개된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종생 총무) 국제위원회가 12월 4일 서울 마포구 성니콜라스대성당에서 대림절 평화 기도회를 열었다. 성탄을 4주 앞두고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 기도회에 모인 그리스도인 70여 명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기원했다. 

영상으로 현지 상황을 전한 세계교회협의회(WCC) 예루살렘 현지 코디네이터 유세프 다허는, 이·팔 전쟁이 계속되면서 인명 피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 사람 1200명이 사망한 이후,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1만 4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사망했다. 그중 1/3 이상은 어린이였고, 희생자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병원과 교회 등 지하 벙커에서 테러 활동을 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민간인 지역을 겨냥한 폭력을 계속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세프 다허는 "우리는 민족에 따라 서로를 열등하거나 우월하게 바라봐서는 평화도,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공동의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 모든 이의 피난처가 되는 이곳 우리의 고향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유세프 다허는 이스라엘의 반복되는 점령과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역사상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인명 피해가 난 적이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유세프 다허는 이스라엘의 반복되는 점령과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역사상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인명 피해가 난 적이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한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미리암 아브라함은 "그동안 '지붕 없는 감옥'이라고 불리며 고통의 대명사가 돼 온 가자지구는 이제 UN의 표현대로 어린이들의 무덤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장기간 봉쇄와 생필품 공급 제한, 반복되는 군사 공습을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미리암 아브라함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쟁을 무슬림과 유대교의 종교적 갈등이 아니라, 역사적·지정학적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이슈의 핵심은 팔레스타인을 향한 이스라엘의 점령 문제이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그들의 땅에서 살지 못하도록 밀어낸 데에 원인이 있다"면서 "국제사회는 이와 같은 고통 앞에서 침묵해서는 안 된다. 정의와 평화, 평등, 자결권의 원칙은 종교와 문화의 경계를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리암 아브라함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기독인과 교회를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기독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들은 본인들의 땅에서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르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미리암 아브라함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기독인과 교회를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기독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들은 본인들의 땅에서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르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한 박원빈 목사(교회협 국제위원장)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했던 예수처럼 고통과 절망 속에서 신음하는 이웃을 향해 응답해야 한다고 했다. 박 목사는 "우리 대부분은 타자의 고통에 무관심하다. 내가 사는 땅에 포탄이 떨어지지 않으면 내 상관이 아니라고 하는 식"이라면서 "타자에 대한 무관심과 폭력은 전쟁을 통해 극대화된다. 전쟁은 모든 사람을 '그들 대 우리'로 나누는 극단적 이원론의 과격한 폭력이기도 하다.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전쟁도 그 명칭만 다를 뿐 같은 형태의 역사적 비극이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빈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우리의 이웃은 누구인가', '우리의 도움을 요청하는 타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피상적이고 궁색한 답변만 해 왔다. 타자를 배제한 채 신과 나 사이의 개인적 체험에만 몰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보다 공동체적이며 윤리적인 신앙고백을 해야 한다. 예수는 이러한 타자 억압에 저항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조진호 사관(구세군대한본영 인사국장), 나성권 신부(대한성공회 총무국장), 이훈삼 목사(교회협 서기), 구정혜 사무총장(한국YWCA연합회), 이창호 지역협력국장(한국YMCA전국연맹)이 학살과 폭력의 현장에서 고통당하는 이들과 연대하겠다고 대표로 기도했다. 참가자들은 예배당 중앙에 펼쳐진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신발들 곁에 헌화하며, 이·팔 전쟁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애도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이들을 상징하는 각양각색의 신발들. 뉴스앤조이 나수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이들을 상징하는 각양각색의 신발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교회협은 대림절 기간인 12월 24일까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시설을 복구하기 위한 모금을 진행한다. 모금액은 공습으로 무너진 성공회 알아홀리병원과 그리스정교회 성 프르피리우스교회 등 민간인 대피소를 다시 마련하는 데 지원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