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이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을 출판했다. 집필진들은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 은퇴 문제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기윤실이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을 출판했다. 집필진들은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 은퇴 문제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한국교회 신뢰 회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정병오·정현구·조성돈·조주희)이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을 출판했다. 11월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된 출판 기념회에서 집필진들은 목회자의 은퇴 문제를 개인과 개교회가 아닌 교단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윤실 김상덕 상임집행위원은 압축적이고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교회가 2000년을 기점으로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목회자 은퇴에 대한 '공교회적 대응 부족'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상덕 위원은 "2018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보고에 따르면, 미자립 교회(1년 예산 3500만 원 이하)가 전체 응답자의 42.7%다. 교단별 연금·은급재단의 재정은 날로 악화하고 있고, 개교회가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하지만 몇몇 대형 교회를 제외하고 개인과 개교회 차원에서는 목회자의 은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김상덕 위원은 적정한 은퇴 보수에 대해, 교회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시선이 있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먼저 여러 관점에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교단이 주도해 공교회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도덕적·윤리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건강한 교회를 위해서는 교단이 나서서 목회자의 은퇴 준비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목회자 상당수는 국민연금이 없는데 이는 그만큼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목회자의 연금을 위해 신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교육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할 때부터 교회가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개교회마다 상황이 다르니 교단 차원에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문제 해결도 어렵기 때문에 교단이 은퇴 목회자가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알려 주는 등의 실제적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식 목사(좌)와 김상덕 위원(우). 김상덕 위원은 조성돈 공동대표와 은퇴 목회자의 경제적 준비를 위해 교회와 교단이 무엇을 해야할지 연구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뉴스앤조이 엄태빈
신동식 목사(사진 왼쪽)와 김상덕 상임집행위원. 뉴스앤조이 엄태빈

기윤실 청년상담센터 WITH 공동소장 곽은진 교수(아신대학교 상담학)도 교단 차원에서 은퇴 목회자의 정서적 돌봄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은진 교수는 "목회 사역은 높은 수준의 내적 통제를 요구한다. 그러나 사역의 분주함으로 자신의 필요나 감정, 몸을 돌보지 못한다"며 △은퇴 목회자를 위한 심리적 프로그램 지원 △교단별 심리 전문 상담사 배치 △정서적 변화를 위한 집단 상담·교육을 제안했다. 

교단 헌법에 따라 원로목사가 될 수 있었지만 스스로 사양하고 65세에 조기 은퇴한 최현범 목사(총신대 초빙교수)는 은퇴한 목회자가 생활할 수 있도록 교단과 교회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자신의 경험상, 은퇴 이후의 삶을 교회에 의존하지 않아야 도리어 교회와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원로목사로 교회에 남는 것은 좋은 시스템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목사들은 은퇴 후 매주 다닐 교회를 찾는 것도 일이다. 전 명덕교회 담임 장희종 목사는 은퇴 이후 새로운 교회에 정착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 목사와 아내는 은퇴 후 '목사'와 '사모'라는 타이틀을 완전히 내려놓고 '교인'으로 새 교회에 등록했다. 교회 방침에 따라 새 신자 교육도 받았다. 평생 목사로 살아 적응이 어려울 법한데도, 그는 "목사일 때는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고 있다"며 현재 즐겁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장희종 목사,  최현범 목사, 곽은진 교수. 뉴스앤조이 엄태빈
왼쪽부터 장희종 목사, 최현범 목사, 곽은진 교수. 뉴스앤조이 엄태빈

한국교회의 많은 목회자가 정년을 앞두고 교회를 떠날 때, 교회 내 은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본인뿐 아니라 교회 전체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대형 교회의 경우 '전별금', '위로금', '퇴직금' 명목으로 목회자가 거액을 챙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는 지난해부터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은 그 결과물이다.

110쪽 짜리 소책자 크기의 매뉴얼에는 '신앙과 심리', '경제'를 주제로 △은퇴 목회자와 심리 상담 △목회자 은퇴 이후의 신앙생활 △교회와 교단 차원에서 필요한 경제적 준비 △목회자의 주거·자금과 관련한 내용들이 수록됐다. 추후 공지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기윤실 정병오 공동대표는 현재 목회자의 은퇴 이후 삶을 개인 문제로만 생각하고 있는 현상을 발견했다며, 매뉴얼을 통해 목회자 은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교단 차원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은 완성판이 아니다. 기윤실은 이 매뉴얼이 교단 차원의 실질적인 논의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랐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은 완성판이 아니다. 기윤실은 이 매뉴얼이 교단 차원의 실질적인 논의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랐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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