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인터넷 매체 하야방송이 담임목사 성폭력·횡령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던 ㅇ교회에 컨설팅을 해 주겠다며 1000만 원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야방송 홈페이지 갈무리
개신교 인터넷 매체 하야방송이 담임목사 성폭력·횡령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던 ㅇ교회에 컨설팅을 해 주겠다며 1000만 원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야방송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을 주로 취재하는 인터넷 매체 하야방송이 담임목사 성폭력 문제로 분쟁 중인 ㅇ교회에 '컨설팅 비용'으로 1000만 원을 요구하고, 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ㅇ교회 교인들은 당시 예장합동 총회장이던 권순웅 목사가 하야방송 발행인 유성헌 목사를 소개하고,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ㅇ교회는 올해 2월 천 아무개 목사의 성폭력·횡령 문제가 드러나 분쟁을 겪었다. 이후 노회에서 파송한 임시당회장이 '성범죄는 없었다'는 내용의 '사실 확인서'를 요구하는 등 사건 처리에 미온적이자, 교인들은 총회장이던 권순웅 목사에게 직접 사건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권 목사는 3월 15일, ㅇ교회 비대위원 2명과 만났다. 총회장이 분쟁 중인 개교회 교인들을 만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ㅇ교회 교인들은 이날 권순웅 목사가 녹음하지 못하게 한 다음, 특정 언론을 소개했다고 했다. 당시 권 목사를 만난 ㅇ교회 비대위원장 A는 11월 2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권순웅 목사가) '이런 일은 한국 기독교를 위해 조용하게 문제없이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한 언론을 연결해 줄 테니 곧 연락이 갈 거라고 했다.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교회가 안정화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교회에서 비용을 좀 줘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ㅇ교회 교인들은 권순웅 목사의 조언대로 4월 6일 하야방송 유성헌 목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 목사는 '컨설팅 계약서'를 내밀었다. ㅇ교회가 유 목사에게 교회 정상화를 위한 컨설팅 및 자문을 받고, 컨설팅 비용으로 1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계약은 비밀이고, 밖으로 누설할 시 2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교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교단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ㅇ교회 교인들은 유성헌 목사에게 계약금 50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유 목사가 ㅇ교회에 해 준 '컨설팅'은, 천 목사가 교회를 떠나도록 압박하고, 노회를 옮길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말뿐이었다. ㅇ교회 교인들은 교회 문제를 취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하야방송에는 ㅇ교회 관련 기사도 올라오지 않았다. 

A는 유성헌 목사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계속해서 사건을 덮으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 목사를 압박하겠다더니 나중에는 천 목사와 합의서를 쓰라고 종용하고, 또다시 합의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 중립인 척하더니 결국에는 노회와 입장이 동일해졌다. 계속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의 목적을 위해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유성헌 목사는 컨설팅 비용뿐만 아니라 각종 거마비도 요구했다. A는 유 목사가 컨설팅 명목으로 교회를 자주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식사 비용을 내도록 요구하고 거마비 20~30만 원씩을 받아 갔다고 했다. 실제 ㅇ교회 통장에서는 4월 한 달간 3회에 걸쳐서 거마비 80만 원이 지급됐다. 재정간사 B는 11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외에도 간사들이 개인적으로 지급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의식을 느낀 ㅇ교회 교인들은 유성헌 목사에게 더 이상 컨설팅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A는 "총회장이 소개해 줬기 때문에 신뢰했고, 교회를 지키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런 분쟁에 휘말려 본 게 처음이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 나중에 돈을 요구하지 않은 기자들을 만나면서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혼란에 빠진 교인들의 상황을 이용해 접근했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A는 "권순웅 목사는 우리와 만나기 전날 총회에서 성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샬롬 부흥 클린 개혁' 성명서도 냈더라. 정말 성폭력을 근절할 생각이 있었다면 우리 교회 문제에 제대로 대처했어야 하지 않나. 결국 사설 언론을 통해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고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명목을 불문하고 1회 100만 원 이상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야방송 유성헌 목사는 11월 21일 통화에서 "보이콧(어떤 일을 공동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친다는 뜻 - 기자 주)하겠다"며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분쟁이 생긴 교회에 접근해 컨설팅 계약을 맺는 게 적절한지, 취재원으로부터 금전을 요구하는 것이 청탁금지법 및 언론 윤리를 위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등을 문자 메시지로 물었으나,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 

권순웅 목사는 교인들에게 하야방송을 소개해 준 적이 없고, 컨설팅 계약을 맺는 데 개입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1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노회에서 처리하지 않은 사건을 총회에서 처리할 수 없고, 노회가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총회장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교인들과 면담한 후에 비공식적으로 우리 교단에 소속된 유성헌 목사에게 사건을 조사해서 보고해 달라고 했다. 언론을 통해 조사하면 노회가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뿐이다. 이후 유성헌 목사가 교인들을 만나고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는 건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다른 매체에서도 권 목사를 비판하는 보도가 나왔다. 권 목사는 "하야방송과 내가 유착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에 내가 무슨 이익을 취하려고 했겠나. (타 보도는) 내가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상임회장에 출마하니까 반대편 교단 기자들이 괜히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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