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교 때 함께했던 선교 단체 간사님 가정을 9년 만에 만났어요. 미국에 계시다 잠깐 귀국하셨기 때문인데요. 소통하지 못한 시간이 길었지만 공통적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보니, 오랜만에 만나도 주고받을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옛 추억을 나눌 생각에 미리 들뜨기도 했지요.

간사님 식구들을 만나 실제로 대화를 나눠 보니, (특히 저만 기억할 가능성이 큰) 과거의 이야기가 상대방에게 부담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겠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저야 추억을 나누길 좋아한다지만, 다른 누군가는 현재나 미래에 더 집중하고 싶어 한다는 점도 알게 됐고요.

간사님은 떨어져 지냈던 시간이 너무 길었고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는 계속 변하고 있다는 거야"라고 덧붙이셨는데요. 왠지 모르게 그 말씀이 마음에 참 와닿았습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오래전 겪었던 상대방의 모습으로, 제가 만났던 시간과 공간 속에 그 사람을 가둬 버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났을 때 그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궁금해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품었습니다.

저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가 오랜만에 다시 만났을 때 어딘가 성장하고 변화한 모습을 보여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싶었고요. 그러하되, 상대방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만큼은 여전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 반가운 만남이었습니다.

사역기획국 세향

새로운 교회를 세워 가는 이들을 위한
개척 6년 차 목사의 생산적 말 걸기

따끈따끈한 신간이 왔습니다

· 지난달 마지막 주 뉴스레터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올해 상반기 '길의 가장자리에서 - 길섶교회 이야기'를 연재한 김동환 목사(길섶교회)와 함께 단행본 출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책 제목이 확정되기 전, 처치독 독자 여러분께 집단 지성을 발휘해 주십사 요청드리기도 했는데요.
· 저자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책 제목을 <그래도 교회를 시작합니다>로 정했습니다(관심 갖고 다채로운 제목을 제안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 표지 디자인을 확정 지었고, 조판 전 원고 편집도 마무리해 교정지를 기다리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제작비 마련을 위한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교회다움이란?

· 올해로 길섶교회 개척 6년 차를 맞는 김 목사는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악재 속에서 '온라인 교회'를 시도하고,
· 생계를 위해 'N잡 목회'를 하며 새로운 세대와 시대정신에 맞는 '교회다움'을 재창조해 나가고 있습니다.
· 지난 5년을 거쳐 오며 그의 마음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질문이 있습니다.
·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교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 김 목사는 이 질문을 혼자만의 질문으로 남겨 놓지 않고 새로운 교회를 세워 가고 있는 이들과 함께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기 위한 생산적 말 걸기를 시도했습니다.
· 연재 글을 대폭 보완해 원고지 1000매가 넘는 글을 써냈습니다.
· 자신과 길섶교회가 좌충우돌 지나온 생존기를 생생하게 들려주면서, 오늘날 교회가 새로운 '교회다움'을 만들어 가기 위해 피해 갈 수 없는 질문들을 콕콕 집어냅니다.

원고를 먼저 읽은 분들의 반응

· "맛있는 냉면을 먹을 때면 줄어드는 그릇 속 면발이 아쉽곤 한데, 이 책을 읽는 제 마음이 그랬습니다. 재미있어 빨리 다음 페이지로 넘기고도 싶고, 남은 얘기가 줄어드는 것이 서운해 다시 차분히 읽게 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 한국예수교회연대 공동대표 오현선 목사님이 보내 주신 추천 글의 일부입니다.
·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 교회의 내일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이 책을 읽고 같은 마음을 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목표액을 350만 원으로 정했지만, 총 제작비는 650만 원을 예상합니다. 제작비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이 책이 많은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양하고 창발적인 작은 교회들의 등장을 촉진하는 대화와 논의의 매개가 되도록, 처치독 독자 여러분께서도 크라우드 펀딩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사역기획국 은석

"김삼환 측근?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는 교회협 총무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측근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김종생 신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를 만나고 왔습니다. <뉴스앤조이>는 교회협 총무라는 자리가 갖는 에큐메니컬 진영에서의 상징성과 영향력 등을 고려해 김종생 목사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어 봤습니다. 그의 생각과 비전은 향후 에큐메니컬 진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죠.

"김삼환 목사에게 직언했다"

· 김종생 총무는 명성교회 논란과 관련해 떳떳하게 살아왔다고 항변했습니다. 오히려 자신은 '야당' 노릇을 했다고 말했는데요.
· 명성교회가 교단 헌법을 위배하고 정면으로 직계 세습하는 대신 '합병' 방식을 택하자고 제안했고,
· 쌍용차 파업 현장이나 일본군위안부 현장과 교회를 연결시키기도 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입니다.
· 그러면서 명성교회뿐 아니라 모든 대형 교회가 '같은 한국교회'인 만큼,
· 작은 교회든 큰 교회든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그는 지금의 에큐메니컬 운동이 너무 '전투적'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반면 차별금지법과 세계교회협의회(WCC) 문제에 대해서는 토론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고요. 명성교회 논란을 넘어, 그의 생각과 비전 그리고 정책이 에큐메니컬 활동을 펼치는 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편집국 승현

퀴어 문화 축제 대신 '성시화 운동'

진화하는 방해 작전

· 퀴어 문화 축제를 둘러싼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의 방해 행위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 과거 이들은 집회 신고를 먼저 하기 위해 경찰서 앞에서 노숙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정당한 집회를 막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제는 그러한 일이 거의 벌어지지 않습니다.
· 대신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광장·공원 등이 타깃이 됐죠.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은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릴 만한 광장 등에 사용 신청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 광장·공원에서 행사나 축제를 열기 위해서는 '장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 권한이 오롯이 지자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축제 장소 선점한 기독교연합회

· 인천 퀴어 문화 축제를 앞두고도 이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 부평구기독교연합회(부기연)이 무더기로 부평역 북광장 사용을 신청했고, 부평구청은 장소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 결국 부평역 북광장을 사용하려고 했던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급히 장소를 변경해야 했습니다.

편파적인 행정

· 뿐만 아니라 부평구청의 승인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났습니다.
· 부기연은 장소 사용 신청일이 되기도 전에 신청서를 제출했고,
· 부평구청은 광장 사용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사용을 승인해 준 것이었죠.
· 부평구청은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지역 교계에 특혜를 주면서까지 퀴어 문화 축제를 막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부기연은 퀴어 문화 축제 당일 부평역 북광장에서 '인천 성시화 운동 캠페인'을 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퀴어 문화 축제와는 무관한 '문화 행사'라고 했지만,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합니다. 부기연은 광장에서 "동성애를 홍보하는" 퀴어 문화 축제는 열리면 안 된다고 하던데, 소수자를 배제하면서 동시에 복음을 전파하겠다고 외치는 이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부끄러워집니다.

편집국 수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