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ㄴ 선교 단체 소속 간사였던 송 아무개 전도사(35)는 2018년 6월 천안에 D지부를 개척했다. D지부는 송 전도사를 중심으로 매주 청년 20여 명이 모여 예배하고, 선교 훈련을 하던 교회 공동체였다. 송 전도사는 청년들의 신앙·가정 고민을 상담해 주고,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평소 "우리는 교회 안에서 다 같이 한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A는 송 전도사가 D지부 개척 전 사역하던 교회에 다니며 함께 신앙생활을 했다. 이후 D지부에서는 리더(간사)로 사역했다. 사실 A는 2017년부터 송 전도사와 연인 관계로 지내 왔는데, 교회 안에서는 비밀로 했다. 송 전도사가 D지부 청년들에게 '23살까지 연애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해 왔기 때문이었다.

A는 5월 12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송 전도사는 '네가 나랑 연애하는 걸 사람들에게 말하면 공동체가 깨질 수 있다'고 했다. 어려운 우리 가족을 책임져 주는 그에게 신뢰감을 가졌고,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밀 연애'를 이어 갔다"고 말했다.

D지부에는 A의 오랜 친구인 B도 함께 다녔다. A는 2019년, 교회 리더이기도 한 B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1년 전, 송 전도사가 B에게 사귀자는 고백을 해 왔다는 것이다. A는 모르는 척했지만, 난데없는 말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A는 곧장 송 전도사를 만나 사실을 추궁했는데, "실수였다"는 말이 돌아왔다.

A는 "그 당시 송 전도사가 계속해서 설득하고 회유해서 넘어갔던 것 같다. 그 사람과 헤어지면 당장 우리 가족을 돌봐 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란 공포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실수로 고백했다던 송 전도사는 2021년경 B에게 또다시 고백했다. 이 사실을 안 A는 괴로웠지만, 주위에 알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A는 "우리 관계를 공개하자고 늘 울면서 이야기했는데, 그 사람은 한결같이 이해를 강요하면서 나를 심리적으로 지배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성관계를 요구했다. 5년 동안 이런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ㄴ 선교 단체 소속으로 2018년 천안에 D지부를 개척한 송 아무개 전도사는 청년들의 연애를 금지하고 사역에 충성할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여러 여성 청년들과 교제했고 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ㄴ 선교 단체 소속으로 2018년 천안에 D지부를 개척한 송 아무개 전도사는 청년들의 연애를 금지하고 사역에 충성할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여러 여성 청년들과 교제했고 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참고 견디기만 하던 A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2022년 9월, B를 만나 자신이 송 전도사와 5년간 교제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자 B는 자신이 고3이던 2014년 때부터 송 전도사에게 수차례 고백을 받아 왔고, 2022년 초부터 교제해 왔다고 말했다. 송 전도사는 A에게 강요했던 것처럼, B에게도 연애하는 것을 비밀로 부치고 수시로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했다.

피해자는 또 있었다. A의 친한 동생인 C 또한 송 전도사에게 지속적인 고백을 받아 왔고, 결국 이 일 때문에 교회를 떠나야 했다. C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날 평소처럼 같이 저녁을 먹자며 찾아왔는데, 나를 강제로 모텔에 데려갔다. 영화를 보던 중 잠이 들었는데, (송 전도사가) 성관계를 시도했다. 충격과 공포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후 그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불편하고 극도로 두려웠지만, 교회에 피해가 갈까 봐 이 사건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송 전도사는 한동안 매일 찾아와 자신의 힘든 사정을 언급하면서 그날 일은 '실수였다'는 말을 계속했다"고 했다.

"가해자 미워하지 말라"는 선교 단체 대표
피해자들 "무조건 교역자에게 충성하게 가르쳐"

지난해 9월 16일, A는 이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ㄴ 선교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선교 단체는 두 차례 피해자들과 송 전도사를 불러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송 전도사는 A와 B는 연인 관계였을 뿐이고, C와는 '썸'을 탔을 뿐이라는 취지로 항변하다가 뒤늦게 "내가 다 잘못했다"며 시인했다.

선교 단체는 9월 27일 내부 소셜미디어에 '긴급 성명문'을 공유하고 "선교 단체 및 D지부의 모든 사역에서 송 전도사를 파면한다"고 공지했다. 그런데 선교 단체는 송 전도사의 성적 비행과 성폭력 사건을 '불미스러운 일'로 축소 표현했다. 공지 글에는 "법률가의 조언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위 사실을 외부에 유포 시 법률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한다"며 구성원들을 압박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 과정에서 ㄴ 선교 단체 대표 목사가 가해자를 옹호하기도 했다. 정 아무개 목사는 9월 21일 A·B와 송 전도사가 삼자대면한 자리에서 "뒤에서 항상 사탄이 우리를 넘어뜨리고 싶어 한다. 사탄의 먹잇감이 되게 하지 마라. 너희 영혼까지 죽이면서 (송 전도사를) 미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ㄴ 선교 단체의 후속 조치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A는 "ㄴ 선교 단체는 지난해 11월, 해외 선교를 가기 전 기독교반성폭력센터를 통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진정으로 건강한 공동체가 되려면 우리 사건을 수습·처리하는 게 우선인데, 사역을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해 겉치레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가해자를 파면한 것도 빨리 사건을 종결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C는 A·B에 앞서 2022년 7월경 ㄴ 선교 단체에 송 전도사의 성적 비행을 알렸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했다. C는 "D지부를 떠나 본가에 머물며 ㄴ 선교 단체 본부 교회에 나갔다. 당시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가해자(송 전도사)가 여성 청년들 집에 드나들며 지내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이미 알렸다. 하지만 ㄴ 선교 단체는 2개월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은폐했다"고 말했다.

ㄴ 선교 단체 대표 정 목사는 이와 관련해,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 목사는 7월 26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송 간사의 불미스러운 상황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와 정당한 징계 절차를 통해 파면이라는 징계 조치를 내렸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실행했다. 나름의 최선을 다하였지만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다른 것 같다"며 "더 이상의 가십화는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가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 염려되어 추가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현재 ㄴ 선교 단체 D지부는 담임 사역자의 파면으로 해산한 상황이다. 가해자 송 전도사는 "잘못을 시인한다"면서도 피해자들과 입장 차이가 있다며 에둘러 말했다. 그는 7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의 삶이 망가졌는데 내가 어떻게 잘했다고 여기겠나. 현재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목회 사역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피해자 A·B·C를 5월과 7월 서울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이들은 사건을 책임지고 수습해야 할 ㄴ 선교 단체가 지난 1년간 가해자 파면 외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2차 가해 등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 A·B·C를 5월과 7월 서울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이들은 사건을 책임지고 수습해야 할 ㄴ 선교 단체가 지난 1년간 가해자 파면 외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2차 가해 등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사건 공론화 이후 약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초에는 수년 전 교회를 떠난 청년 교인 또한 20대 무렵 송 전도사에게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가해자가 사역자라는 권위와 신앙을 이용해 우리들을 가스라이팅했다. 삶을 바쳐 선교 단체 활동을 해 왔는데, (송 전도사 때문에) 수년간의 삶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느낌이다. 당장 어디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 어디서 일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ㄴ 선교 단체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사건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은 "이 사건은 ㄴ 선교 단체 소속 간사가 영적인 권위로 접근해 신뢰를 형성한 뒤 성적 착취를 하는 등 교회를 자신의 왕국으로 만든 것이다. 교역자에게 무조건 충성하도록 가르친 게 ㄴ 선교 단체다. 다음 세대를 위한다는 선교 단체라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고 공론화해야 하는데 쉬쉬하고 있다"면서 "지난 1년 동안 선교 단체와 가해자 부모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 가해자 부모는 아직도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 그게 너무 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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