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이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 및 사역 개발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광우 목사(전주열린문교회)는 교단이 조속히 여성 안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예장합동이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 및 사역 개발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광우 목사(전주열린문교회)는 교단이 조속히 여성 안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권순웅 총회장)이 여성사역자지위향상및사역개발위원회(여사위·김학목 위원장) 주관으로 '2023 샬롬 부흥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을 위한 공청회'를 6월 23일 대치동 총회 회관에서 개최했다.

여사위가 주관한 공청회는 이번이 두 번째로, 102회기 총회에서 여성사역자위원회가 설치된 후 2018년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에서 첫 번째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총회 회관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행사다. 10년 넘게 총회에 여성 안수 제도 도입을 요구해 온 총신신대원여동문회 회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2018년 공청회에는 총회장이 불참했으나, 올해 공청회에는 권순웅 총회장이 참석해 설교했다. 권 총회장은 여성 안수를 도입해야 한다거나 반대한다는 등의 의견은 밝히지 않고 "하나님이 남성과 여성을 창조하시고 세우셨다. 여성들이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면 어떤 것으로도 제한될 수 없다", "우리 여성 사역자들의 은사가 더욱 불 일듯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가 귀를 열고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예장합동에서는 여성들에게도 목사 안수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관련 헌의가 매년 올라오고 있고, 올해는 일부 노회가 여성 안수 제도를 도입하라는 헌의안도 상정할 전망이다. 그 결과, 총회 때마다 전도사의 노회 가입과 해외 선교지에서의 성례권 부여 등 여성 사역자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안수' 자체는 절대 안 된다는 정서가 아직도 팽배한 상태다.

이날 공청회도 순탄하지 않았다. 당초 여사위는 이광우 목사(전주열린문교회) 강의를 예고했으나, 급하게 고경태 목사(광주 주님의교회)가 발제자로 추가됐다. 고 목사는 평소 이광우 목사의 여성 안수 제도 도입 주장에 비판적인 의견을 표현해 온 사람이다. 단상에 오른 고 목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이지만 30분을 달라고 말문을 열더니 "여성 안수 제도는 현행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고 목사는 항의에도 아랑곳없이 "(여성 안수를) 주장하는 분들은 반대하는 진영에 대해 존중과 배려가 부족하다"거나 "예장합동 교단이 여성을 차별한다고 생각하고, 하나님 뜻을 위배한다고 판단한다면 1초도 견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양심은 어떤 양심이길래 이 교단에 있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을 이어 갔다.

총신신대원여동문회 회원 대다수가 목사 안수를 받지 못해 타 교단에서 사역하거나, 총회 때마다 피켓을 들고 여성 안수 제도 도입을 요청하면서 남성 총대들로부터 받아 온 비난과 질타를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결국 발표 시작 10분 만에 주최 측이 급하게 고 목사의 발언을 종료시키고 내려간 후에야 사태가 진정됐다.

이어 이광우 목사가 '동역: 복음의 본질'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개혁주의 신앙과 여성 안수>(예영커뮤니케이션)를 펴내고, 올해 열릴 예장합동 108회 총회에 여성 안수 제도 도입을 헌의하는 등 관련 활동을 꾸준히 이어 오고 있는 이 목사는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발람의 나귀를 통해서도, 어린 사무엘을 통해서도 말씀을 전하신다. 그런데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여종들은 나귀만도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되물으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이광우 목사는 "나는 성경이 하나님의 유기적인 영감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믿고, 성경이 우리 생각과 판단의 유일무이한 기준이라는 것을 믿는 개혁신학자다. 그런데 개혁주의 신앙에도 잘못된 흐름들이 곳곳에 많이 있었다. 흑인이 저주받은 함(노아의 둘째 아들)의 후손이라고 해석해서 오랫동안 노예제와 노예무역을 용인해 왔다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또한 이 목사는 "남자건 여자건 모두 그리스도의 종이다. 그런데 남자 종이 여자 종의 소명을 좌우지하고 주인 행세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건 굳이 개혁주의신학이나 성경을 들먹이지 않아도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남녀의 존재는 평등하나 기능이 다르다'는 여성 안수 반대 논리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과 같은 궤변이다. 만일 '여성은 교회에서 조용하라'는 구절 때문에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것이 교단 신학이라면, 총신대 여성 이사와 교수를 모두 내보내고, 각 지교회 여성 전도사를 즉시 해임하고, 교회학교 교사도 모두 남자로 채워야 한다. 또한 디모데전서에 보면 감독은 한 아내의 남편이 되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그러므로 편법으로 미혼 군목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말고, 이런 모든 일을 회개하라"고 요구하고 강의를 마쳤다.

이번 공청회 역시 모든 순서자가 남성으로 구성됐고, 지난번 공청회와 마찬가지로 여성 안수를 대놓고 반대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다만 총신신대원여동문회는 공청회 후 총회장 면담 등을 통해 꾸준히 여성 안수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면서 작은 진전을 쌓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총신신대원여동문회 이주연 회장은 공청회 후 기자와 만나 "이번 공청회는 작은 댐에 구멍을 하나 낸 것과 같다"며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청회에는 총신신대원여동문회 회원들을 비롯해 예장합동의 여성 안수 시행을 요구하는 각 교단 목회자 등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공청회에는 총신신대원여동문회 회원들을 비롯해 예장합동의 여성 안수 시행을 요구하는 각 교단 목회자 등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편, 여사위는 2023년 5월 8일부터 6월 22일까지 전국 목사·장로 기도회 및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홈 커밍 데이에 참석한 목사·장로 205명을 대상으로 여성 안수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설문 참여자 중 73.6%가 여성 안수에 찬성(적극 찬성 31.7%, 찬성 41.9%)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사위는 이를 근거로 시한부 특별위원회인 여사위를 총회 상설위원회로 전환해, 헌법과 제도 시행 규정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는 9월 열리는 예장합동 108회 총회에서는 여사위의 보고와 함께, 전국 노회들의 여성 안수 도입 관련 헌의안이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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