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소속이자 총신대학교 법인이사인 이광우 목사(전주열린문교회)가 예장합동 107회 총회 회무를 지켜보며 <뉴스앤조이>에 보내온 글입니다. - 편집자 주 

성경에 "여자는 안수하지 말고 남자만 안수하라"는 명시적인 구절이 없기 때문에, 여성 안수 문제는 '성경관'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성경 해석학'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얼마 전 <뉴스앤조이>를 통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교단에 '여성 안수'를 촉구하는 글을 두 꼭지 발표했습니다. 교단의 9월 총회를 겨냥해 7월에 첫 글을 발표한 것입니다. 그 글들을 디딤돌 삼아 이 주제에 관한 책을 썼고, 그 원고가 출판사로 넘어가 지금 편집·조판 중입니다.

90년 전 과거 일본 식민 통치 시절, 김춘배 선배 목사님께서 교단 총회에 '여성 안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총회는 연구위원회(나부열·부위렴·염봉남·윤하영·박형룡)를 구성해 김 목사님을 '자유주의신학에 물든 목사'로 몰아가며 협박했고, 김 목사님이 부득이 위원회 앞으로 '석명서'를 보내 자신의 주장을 자진 철회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습니다.

제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 제 은사이자 학위 논문 지도교수였던 김세윤 박사님을 비롯해 정훈택·이한수 교수님도 여성 안수에 신학적인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발표했습니다. 1994년 심창섭·정훈택 교수님이 우회적으로 여성 안수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교단의 징계를 받은 뒤로, 총신 교수들(신학자들)의 입은 단단히 인봉돼 버렸습니다. 존경하는 신약학자이자 은사이신 정훈택 교수님이 너무 일찍 돌아가신 것이 그 징계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9월 19~22일 경기 화성 주다산교회(권순웅 목사)에서 열린 예장합동 107회 총회에는 여성 안수 관련 헌의안이 단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총회 여성사역자지위향상및사역개발위원회(여성사역자위·김종운 위원장)에서 '여성 준목'에 대해 "1년간 더 연구하기로" 보고하는 것으로 이 안건은 10분 만에 종결됐습니다. "1년간 더 연구하기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총회에서 "1년간 더 연구하기로" 한 것이 대체 몇 번째인지 이제 횟수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예장합동 교단에 더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교단 소속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창피하고 씁쓸합니다.

예장합동 107회 총회 주제는 '샬롬·부흥'이다. 이번 총회에는 여성 안수 관련 헌의한이 단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예장합동 107회 총회 주제는 '샬롬·부흥'이다. 이번 총회에는 여성 안수 관련 헌의한이 단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기독교인들이 누군가의 부담스런 제안을 거절할 때 흔히 쓰는 아주 세련된 거짓말이 "기도해 보겠습니다"입니다. "기도해 보겠다"라는 말이 나오면 일단 거절당했다고 해석해도 거의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말은 아주 세련되게 기도해 보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예 기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기도는 하나님께 올리는 것이므로 이런 식의 거짓말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십계명의 셋째 조항을 거침없이 어기는 일입니다. 총회에서 이와 비슷하게 늘상 써먹는 말이 "1년간 더 연구하기로"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위원들이 몇 번이나 모여서 무엇을 어떻게 의논했는지는 모르겠으나, 1년 내내 연구해서 나온 결과가 그 정도라면, 그리고 위원들의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면, 그냥 목사를 그만두는 것이 하나님나라와 그분들이 맡은 양무리를 위해 훨씬 유익할 것입니다. 1년 더 연구한다고 해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요? 1년 더 연구한다는데 과연 연구를 하기는 할까요?

"교단 헌법상 여성 안수는 안 된다"는 사람들이, 교단 헌법에도 없는 '준목' 제도를 연구한다는 게 앞뒤가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팔도에서 모여든 총대들의 수준이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됩니까? 총대들에게 묻습니다. '준목'과 '강도사'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설령 1년 더 연구해서 여성 사역자들에게 '준목'을 허락한다고 합시다. 강도사에게 안수 안 하듯 준목에게도 안수 안 할 텐데, 결국 그것이 '여성 안수 불허'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말입니다. 총회가 이렇듯 '조삼모사'를 밥 먹듯 하니 다시 묻습니다. 교단 산하 교인들이 원숭이로 보입니까? 교단 소속 여성 사역자들이 원숭이입니까?

총회 회의장 안에 있는 '위대하신' 총대들께는 지금 회의장 밖, 교단 밖에서 예장합동 교단을 향해 쏟아지는 천둥 같은 비난과 저주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원래 입만 있고 들을 귀는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노회와 총회가 모이는 가장 큰 이유가 '선거' 때문이라는 말을 부인할 수 있습니까? 그 선거판에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의 검은돈이 오가고, 그런 이유로 봄 노회 때 노회마다 '총대 선출'에 목숨 거는 이들이 계속 나오는 것 아닙니까? 이런 노회, 이런 총회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머리 나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성 안수를 허락해 달라고 한 저의 성경 해석이 잘못됐다면, 90년 전처럼 저를 '자유주의신학에 물든 목사'로 몰아 교단 차원에서 '면직'시켜 보시라고 제 의견을 냈던 것입니다. 이 교단에서 저를 목사로 '임직'시켰으니 교단에서 저를 '면직'시키면 군소리 없이 예전의 '이광우 집사'로 돌아가 평신도 사역을 하리라는 분명한 각오로 글을 썼던 것입니다.

여성 안수를 주장하는 저나, 여성 안수를 반대하며 속이 빤히 보이는 "1년간 더 연구하기로"를 내세우며 그야말로 예수님 재림하실 때까지 '영구히 연구만 하기로' 아주 세련된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총회나, 둘 중 하나는 우리 주님으로부터 분명히 '저주'를 받을 것입니다. 추수할 일꾼이 부족한 이 말세에, 교단의 교세가 예장통합의 2배 속도로 감소해 가는 이 심각한 상황에, 정신은 차리지 못할망정 '남성 우월주의 성경 해석'에 매몰돼 하나님이 세우신 귀한 여성 동역자들을 차별하고 인권을 유린하며, 그들의 사역을 한사코 가로막는 남자 목사·장로들이 우리 주님의 심판대 앞에서 어떤 처분을 받을 것인지는 두고 보면 압니다. 지금 제 바람은, 차라리 제 성경 해석이 틀려서, 저 한 사람이 저주를 받고 우리 교단 총회가 살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예장합동 교단 전체가 죽는 것보다는 저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번 총회가 파회하기 전에 속히 총회 차원에서 '이광우 목사 징계위원회'를 구성하십시오.

107회 총회와 총대들이 총회 안에서 '영생'하리라는 착각은 더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땅 총회 회의장 안에서 영생할 사람들이 아니라, 본향인 새 하늘 새 땅에서 영생해야 할 하나님의 자녀요 천국 시민권자들입니다. 그런데 '거룩할 성' 자를 써 가며 '성총회'라 자부하면서 이렇게 계속 하나님의 여종들을 능멸해도 별일이 없을 것 같습니까? 둘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이 이미 버린 사람들이라면 앞으로도 별일 없이 그럭저럭 잘 지나가겠지만, 만에 하나 하나님의 자녀라면 이에 대한 엄중한 징계가 세상 떠나기 전에라도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징계가 없으면 그는 천국에서 사생자私生子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징계를 받을 것 같습니까? 여성 안수를 주장하는 저입니까, 아니면 총회 지도자들입니까? 지금이 한가하게 "1년 더 연구"할 때입니까? 그런 같잖은 연구는 그만두시고 이광우 목사를 총회 차원에서 속히 징계하시든지, 아니면 '준목' 같은 꼼수 부리지 말고 여성 안수의 문을 최대한 빨리 여시기 바랍니다. 90년 전처럼 저를 '자유주의신학에 물든 목사'로 몰아가고 싶거든, '자유주의신학'의 핵심을 제대로 아는 실력 있는 사람들을 징계위원으로 세워 주시기 바랍니다.

총회장 이하 총회 임원들과 총회, 그리고 총회 산하 모든 노회를 위해 엎드려 기도합니다.

2022. 9. 20.
전주열린문교회
총신대학교 법인이사
이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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