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나수진 기자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요즘 날씨가 참 좋은 것 같아요. 낮에는 더울 때도 있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해, 집을 나설 때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곧 있으면 무더운 여름이 닥칠 테니, 얼마 남지 않은 봄날을 잘 즐겨 봅시다!

저는 요즘 향긋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진하고 뽀얀 것을 만드는 일에 빠져 있어요. 바로 막걸리입니다ㅎㅎ. 사역기획국 박요셉 간사와 함께 막걸리 스승(편집국 구권효 기자)에게 약 2주간 특훈을 받은 뒤, 얼마 전 집에서 혼자 빚어 보기 시작했어요. 전통 방식대로 해 보려고 생전 처음 옹기도 사 봤는데요. 지금도 집 한구석에 둥그런 옹기가 구수한 냄새를 풍기네요.

제 막걸리 스승은 "이 수고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맛 보여 주고 싶지 않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하던데, 이게 정말 보통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막걸리는 술을 더하는 횟수에 따라 단양주·이양주·삼양주 등으로 불리는데, 매 단계가 적게는 몇 시간부터 많게는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해요. 누룩을 불리고, 쌀을 씻고, 고두밥을 찌고, 젓고, 거르고, 붓고…. 잡균이 들어가지 않도록 모든 기구와 그릇들을 꼼꼼히 소독해야 하고요. 그렇게 담근 술이 발효될 때까지 애지중지하며 2주간 기다려야 막걸리가 완성된답니다.

지난 주말 부모님 밭에서 모종을 한참 심으며 엄마에게 이 얘기를 들려줬어요. 모종 심는 일도 쭈그려 앉았다 일어나는 걸 반복해야 해서, 허리며 다리며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또 매일 물 주고 가꿔 수확하기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요. 그동안 이 수고를 모르고 받아먹기만 해서 반성이 되더군요. 엄마는 싱겁게 웃으며 "모든 일이 다 그렇지. 근데 어떻게 다 알겠어. 그래도 알아주면 기쁘지"라고 하던데, 저는 못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삐죽 들었어요.

그러면서 제 일상을 구성하고 지탱해 주는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됐어요. 어쩌면 당연하고, 당연해서 잘 잊게 되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럴수록 점점 나와 연결된 존재들을 상상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한동안 분주하다는 핑계로 주변에 소홀하거나 고민해야 할 과제들을 미뤄 두고만 있었는데, 여유를 가지고 오래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걸리가 좋은 동행이 돼 줄 것 같아요ㅎㅎ. 독자님도 더 많은 연결을 감각하며, 푸르른 5월을 보내시기를 바라요!

편집국 수진

친절한 뉴스B

3년 넘게 분쟁 중

"실종 교인은 나가세요! 회원 아닌 사람은 나가세요!"

"당신들이나 나가! 우리가 왜 나가야 돼? 정신 차려!"

지난주 공동의회가 열린 서울 마포구 ㅂ교회는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공동의회를 열려는 담임목사 측과 이를 막으려는 반대 교인 측이 격하게 충돌했는데요. 언성을 높이며 대립하던 양측은 이내 욕설에 몸싸움까지 벌이며 뒤엉켰습니다.

반대 교인들은, 담임목사 측이 교단을 탈퇴할 것을 우려해 공동의회를 열지 못하게 막아섰어요. 담임목사 측은 교단 탈퇴가 아니라 교회 이름 변경 등을 논의하려는데, 교인이 아니거나 교인 자격을 상실한 이들이 와서 훼방하고 있다며 맞섰죠. 결국 경찰이 중재에 나섰고, 양측 합의 끝에 공동의회는 파회됐어요.

ㅂ교회 분쟁은 이 아무개 담임목사 전횡 의혹으로 3년 전 시작됐는데요. 최근 이 목사는 법원에 허위 문서를 제출하고, 노회장과 노회 임원을 '겁박'한 이유로 노회에서 '제명' 판결까지 받았어요. 하지만 이 목사는 "잘못한 적이 없다", "소수가 다수의 무리를 몰아내려 한다"는 등 억울해하네요. 반대 교인들은 이 목사의 적반하장 태도에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편집국 용필


신앙이 여정이라면 나의 위치는

유치원 가는 마을버스에서 5세 아이가 물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돼?"

어떻게 답해야 할지 말을 고르고 있는데, 아이가 다시 묻습니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다시 살아나?"

부활절 기간에 교회와 유치원(성당 소속)에서 들은 말들이 질문의 씨앗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씨앗은 사실 신앙 여정에 첫발을 올린 아이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지요. 저마다 많은 질문을 품고 사는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대답을 찾으면 좋을 텐데, 저는 대충 덮어놓고 그냥 믿어 왔다는 것을 아이의 질문이 일깨워 줍니다.

이번에 인터뷰한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정은문고) 저자 정한욱 선생은, 신앙과 종교에 관한 물음을 외면하거나 도망가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겸손하고 솔직하게 마주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진리에 도달할 수 없으니(그것은 신의 영역이기에), 매 순간 하나님을 알아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요. 그와 나눈 대화에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신앙생활에 임해야 할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역기획국 요셉


총장님의 윤리적 책임은 어디에?

'논문 이중 게재(표절)'와 교내 신용협동조합 직원 '횡령 방조'.

최근 총장 재선에 도전한 서울신학대학교 황덕형 총장에게 제기된 의혹들입니다. 횡령 방조 건은 법원이 황 총장의 죄를 인정하고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논문 표절 건도 높아진 연구 윤리 기준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공직자들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부정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요.

"억울하다. 총장 선거를 앞두고 반대편이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황 총장은 자신이 법을 어긴 적이 없다며 항변하더군요. 그의 주장에도 나름 일리는 있었습니다. 논문이 게재된 2006·2012년 당시 교육부에 연구 윤리 규정에는 '이중 게재'가 명시돼 있지 않았고, 황 총장 본인도 신협에 1300만 원을 투자해 손해를 봤으니까요. 어쩌면 황 총장의 주장대로 누군가 이 의혹들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활용한 것일 수도 있겠죠. 한참 전에 일어난 일을 이제 와서 꺼내는 게 탐탁지 않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황 총장의 억울함과는 별개로 그가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저지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학계에서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연구 윤리를 어기고, 담당한 업무를 게을리했으니까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기보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깨끗이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요. 총장으로서 일궈 낸 성과를 먼저 내세우기보다 말이죠. 

편집국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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