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신대 신임 총장에 선출된 피영민 목사가 과거 강남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시절 유치원 비자금 조성 등의 논란으로 교육청 감사 및 검찰 수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피 목사가 이때 받은 사학 연금은 부정 수급으로 드러났고, 전액 환수ㄹ했다. 사진 출처 침신대
침신대 신임 총장에 선출된 피영민 목사가 과거 강남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시절 유치원 비자금 조성 등의 논란으로 교육청 감사 및 검찰 수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 출처 침신대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임 총장으로 올해 2월 선임된 피영민 목사(강남중앙침례교회 은퇴)가 과거 담임목사 재직 시절 교회 부설로 운영하던 사립 유치원 재정을 비자금처럼 사용했다는 혐의로 교육청 감사와 검찰 수사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교회 유치원을 운영하던 원장 및 관련자들은 파면 등 중징계를 받았다. 여기에는 당시 현직 교육지원청 교육장 공무원이었던 장로도 가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 목사가 침신대 총장에 선임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가 소속한 교단 기독교한국침례회 목회자와 강남중앙침례교회 교인 등은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감사까지 받은 인물이 신학대 총장에 취임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피영민 목사가 이 사건으로 법원이나 검찰에서 처벌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최근 나온 대법원 판결은 피 목사에게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 관계자들은 이 판결이 사립학교 운영자들의 회계 부정을 조장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학부모에게 교육비 과다하게 걷어
원장 개인 명의 통장 등 9개로 관리
피 목사 사학 연금 가입 비용에도 지출

2019년 서울시교육청 감사에 따르면, 피영민 목사가 강남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로 재임하던 당시 교회가 운영하던 강남유치원은 학부모에게 '특성화 교육비' 재정을 실제보다 과다하게 걷은 뒤 이를 사실상 비자금처럼 사용해 왔다. 교육청은 감사를 벌여, 박 아무개 원장 개인 명의 통장을 비롯해 피 목사 이름 및 교회 소위원회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 등 특성화 교육비 잉여금이 들어간 계좌 총 9개를 찾아냈다. 강제 수사 권한이 없는 교육청 감사에서 계좌 9개와 그 내역이 전부 드러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계좌들은 교육청에 보고되지 않은 '장부 외 자금'(부외자금)이었다.

교육청은 이 자금이 피영민 목사 사례비, 선교 지원금, 교회 장로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소위원회 위원 회식비, 피 목사 아내 선물비 등으로도 쓰였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교육청은 피영민 목사가 사학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강남유치원이 허위 서류를 꾸몄다고 판단했다. 피 목사는 강남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하면서 매월 800~1000만 원의 보수를 받고 유치원에서는 별도의 급여를 받지 않았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에 따르면 무보수 교직원은 사학 연금 가입 자격이 없기 때문에 피 목사는 연금 수혜자가 될 수 없었지만, 유치원은 피 목사가 6개월간 유치원에서 급여를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피 목사가 사학 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청은 "2013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6개월간 급여를 이체시켜 (피 목사가) 급여를 실제 수령한 것처럼 하고 국세청에 근로소득 신고까지 하는 치밀한 사후 증빙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피영민 목사는 감사 적발 전까지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 800만 원 외에 매달 180만 원의 사학 연금 혜택을 받아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하기 전 침신대 교수로 재직했기에 사학 연금 가입 이력이 있었는데, 재가입을 위해 납부해야 하는 일시금도 유치원 부외자금에서 지출한 것으로 서울시교육청은 파악했다. 여기에 들어간 액수는 총 2억 5000여만 원으로 추산했다. 또한 이렇게 쓰고 남은 자금 7억 4000만 원은 모두 헌금 명목으로 교회에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감사 결과를 종합해 강남유치원 박 아무개 원장을 파면했다. 아울러 10년간 과다하게 걷은 교육비가 드러난 것만 총 14억 6300만 원 규모로 보인다며, 이를 학부모들에게 반환하라고 처분했다. 여기에 박 원장은 교육청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료를 변조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사유까지 추가돼 추가 징계 요구를 받았다. 이와 함께 교육청은 피영민 목사를 비롯한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피 목사가 사학 연금을 부정 수급했다며 지급금을 전액 환수 조치했다. 

강남유치원이 벌인 일련의 과정에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맡고 있던 강남중앙침례교회 장 아무개 장로도 관여했다. 교육지원청의 수장인 교육장은 유치원의 인사 및 감사, 운영비 교부 정산 등 지역 유치원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장 장로에 대한 감사도 별도로 벌여 "교육공직자로서 법령을 준수하고 품위를 지켜야 할 책무를 저버리고 유치원 특성화 교육비 수입의 목적 외 사용 등 강남유치원 회계 비리에 직접 관여하거나 이를 방조하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감사 처분 당시 이미 퇴직했다는 이유로 징계하지는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강남유치원이 과다 징수한 특성화 교육비를 피 목사 사학 연금 가입 비용 등 다양한 곳에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갈무리
서울시교육청은 강남유치원이 과다 징수한 특성화 교육비를 피 목사 사학 연금 가입 비용 등 다양한 곳에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갈무리
1·2심 교육청 승소했는데 대법원 '파기환송'   
교육청 "회계 부정 감시 무력화 판결" 반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나오자, 강남중앙침례교회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교회는 피영민 목사 퇴임 이후 후임자인 최병락 목사 명의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교회는 소송에서 "피영민 목사는 원장으로서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고 유치원의 어려운 경제적 사정을 염려해 보수를 받지 않다가 2013년 9월부터 2014년까지 2월까지 보수를 지급받았으며, 교회가 피 목사 사학 연금 가입을 위해 유치원에 가입 비용을 송금했고 피 목사는 이 비용을 교회에 모두 변제했다"고 주장했다. 특성화 교육비를 목적 외 사용한 것도 정당하고 적법한 지출이었다고 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교육청의 감사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7월 1심 판결에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장기간 특성화 교육비 잉여금을 별도 계좌로 관리하면서 그중 상당 금액을 목적 외 용도로 사용했"다며 "교비 회계로 지출하는 것이 부적절한 개인 선물비, 예배 사례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지난해 10월 고등법원도 이를 연달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교육청 감사 결과, 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은 9억 7935만 원이라고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 목사가 2004년 1월 강남유치원 원장으로 취임해 2013년 8월까지 무보수로 일하다가, 유치원 원장 퇴직 6개월을 앞두고 원장 급여가 지급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에 "가입 자격이 없는 전 원장 피영민을 사학 연금에 가입시키기 위해 보수 지급 내역을 형식적으로 만들어 내었으며, 감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허위 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등 비위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올해 3월,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교육청 감사가 부당하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유치원으로서는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특성화 교육비 중 실제 특성화 교육에 지출되지 않은 잉여금을 교비 회계로 편입한 뒤, 이를 유치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교육에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할 것"이라면서, 강남유치원의 부외자금 조성 및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나아가 "특성화 교육비가 오로지 특성화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에만 지출될 것으로 기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면서 피영민 목사를 비롯한 유치원 관계자들의 사기죄 역시 성립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도 덧붙였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9억 7935만 원은 학부모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없게 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원고(교회)가 임의로 유치원 교비 회계에 속한 돈을 강남중앙침례교회로 인출하였다는 점을 원인으로 이루어진 처분이다. (중략) 부당하게 인출된 돈을 유치원 회계로 회수할 것을 명한 부분만으로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이 돈을 유치원 회계로 다시 귀속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유치원을 운영하는 기관은 교회이므로, 결국 강남중앙침례교회가 져야 할 금전적 부담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 됐다.

한편 교육청이 수사를 의뢰한 형사 사건은 아직 계류 중이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이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피영민 목사가 유치원 재정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전부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항고해 현재 형사 사건은 대검찰청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과다 징수한 특성화 교육비를 학부모에게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 요지에 따르면 회수해야 할 9억 7935만 원은 설립자인 교회로 귀속될 전망이다. 강남유치원은 교육청 감사를 받은 후 자진해서 폐원 절차를 밟고 있다. 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과다 징수한 특성화 교육비를 학부모에게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 요지에 따르면 회수해야 할 9억 7935만 원은 설립자인 교회로 귀속될 전망이다. 강남유치원은 교육청 감사를 받은 후 자진해서 폐원 절차를 밟고 있다. 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피영민 목사는 4월 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교육청의 감사 내용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부외자금 조성 후 일부 금액을 교회 통장으로 이체한 데 대해서 "IMF 때 유치원이 적자가 많이 나서 들어갔던 교회 재정을 회수한 것이고, 거기서 쓴 사례비는 유치원 활동에 대한 답례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피 목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그것(과다 징수한 교육비)을 학부모들에게 (어떻게) 다 나눠 주겠느냐. 이미 다 교육을 받은 사람들인데. 대법원 판결은 학부모들에게 나눠 주지 말고 유치원에 돌려주라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학 연금 부정 수급에 대해서는 "유치원 교사들이 사학 연금에 다 가입해야 한다는 공문이 내려온 적이 있다. 원장도 들어야 한다더라. 내가 교수로 17년 일해서 사학 연금 퇴직금을 받고 나왔다. 그걸 물어내야 재가입이 되는 상황이었다. 장로들과 의논해서 목사 퇴직금에서 정산하기로 하고 며칠 내로 갚아 줬다"고 말했다. 즉 유치원 자금으로 사용한 사학 연금 재가입 비용은 피 목사 퇴직금에서 정산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내부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3월 3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비단 강남유치원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사립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의 회계 부정을 감시할 수 있는 방편이 무력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성화 교육비는 실비 정산이 원칙이기 때문에, 수업에 필요한 돈이 1만 원이라면 학교에서 2만 원을 걷었어도 남은 돈은 학부모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 결국 이번 판결의 피해자는 학부모인데, 학부모에게 과다 징수한 교육비를 돌려줄 필요 없다고 한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판결에 대해 관련 법령 보완 입법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강남중앙침례교회 한 집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사립학교법을 어기고 유치원 재정으로 목회자 개인의 사학 연금에까지 사용해 감사에 적발된 사람이, 침례교단 신학교의 수장까지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권력욕을 내려놓고 지난날을 반성하는 게 우선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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