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교회 재판은 그 중요성에 비해 너무나 엉터리로 진행돼 왔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기사들을 통해 △허술한 법조문 △불투명한 재판 과정과 결과 △재판위원과 목사·기자들의 금품 수수 △재판위원들의 비전문성·비독립성 △기본 절차 문제로 사회 법에서 뒤집힌 교회 재판을 차례로 다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사람들은 더 이상 교회 재판에 호소하려 하지 않는다. 교단이 상황을 정의롭게 풀어 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 재판은 개선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교회 재판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단은 구성원들, 특히 목회자들을 양성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고 관리·감독할 책임도 있다. 이 책임을 국가 사법 시스템에 떠넘길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교단들이 해야 할 일은 지난날에 대해 철저히 반성·사과하고, 천천히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그동안 취재한 내용과 교회 재판을 경험해 본 현직 변호사들의 자문을 토대로 몇 가지 현실적인 제언을 하려 한다.

각 교단 권징편에는 모두 이런 비슷한 문구가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법조문 정비

① 죄목과 양형 기준 명시

징계 규범을 손보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죄목과 그에 따른 양형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재판을 맡은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재판위원들이 의지만 있다면 지금의 두루뭉술한 법조문으로도 얼마든지 공정한 재판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재판은 재판을 맡은 사람들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 아니다. 죄목과 양형 기준을 다룰 때 재판위원들의 재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법조문을 개정해야 한다.

만약 교회 재판으로 제소된 사건이 형사사건으로 입건됐을 경우, 형사 사법 체계에 따라 양형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일반 형법에 위반되는 행위로 인하여 처벌받았을 때"(기독교대한감리회), "국가 재판에 의해 금고(성범죄의 경우는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범죄행위(양심범의 경우는 제외)"(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등 사회 법으로 처벌받은 사람을 징계하는 규정을 둔 교단이 더러 있다. 이는 이미 유죄가 확정된 자를 징계하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이제 막 사건 조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라면 형이 확정될 때까지 2~3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시의성이 떨어진다.

성폭력·상해·횡령 등 심각한 형사사건에 대해서는 좀 더 신속한 절차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검찰에 기소됐을 경우 '정직',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면직', 유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출교'로 규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으니, 그럴 경우 복권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절차도 구비해 놓아야 한다.

② 성폭력특별법 제정

상황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고려해 '성폭력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취재 경험을 놓고 볼 때, 교회 재판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가장 큰 원인은 성범죄 목회자에 대한 교단의 정의롭지 못한 치리였다. 성폭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각각의 범행에 따른 양형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 양성평등위원회가 만든 '교회 내 성폭력 금지와 예방을 위한 특별법' 초안을 참고하기를 권한다.

특히 성폭력을 비롯해 범죄 의혹이 불거진 목회자가 자진 사임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범죄 의혹이 제기된 목회자가 교단이 치리 절차를 시작하기 전이나 그 과정 중 사임서를 제출하고 교단이 이를 수리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처럼 번져 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 목회자의 사임 사유는 공식적으로 '일신상의 이유'가 된다. 이는 성폭력 목회자가 계속 목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타 직종보다 좀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립학교법상 교원이나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은, 징계 사유가 있을 때 사임할 수 없게 법으로 규정돼 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징계위원회에서  징계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 △ 수사기관에서 조사·수사 중인 경우 △감사부서에서 조사 중인 경우 자진 사임할 수 없다. 또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중대한 비위 행위로 조사받고 있는 경우 직위가 해제될 수 있다. 누구보다 도덕성이 높아야 할 목사에 대해서는 이에 준하거나 더 높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③ 재판 과정 및 판결문 공개

교단은 재판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재판 과정과 판결문을 공개하는 일은 투명성 제고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사회에서 형사재판은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피해자의 사생활과 신변 보호를 위해 제한적으로 비공개로 진행하며, 공개가 원칙이다. 교회 재판도 이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개재판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판결문을 아카이빙해 판례집을 만들고 이를 열람할 수 있게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대한민국 사법 체계에서 판례는 법조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재판위원들이 판례를 적극 활용하기만 해도 공정성과 일관성이 한층 향상될 것이다. 총회 차원에서 판례를 전자 문서화해 쉽게 검색·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연합감리교회(UMC)는 홈페이지에서 판결문을 검색·열람할 수 있게 해 놨다. 이런 작업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판례집을 만들고 검색·열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교회 재판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효과가 큰 방법이다.

결국은 '사람 문제'

④ 법조인 풀(pool) 구성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법조인의 참여가 필요하다. 물론 지금도 법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을 재판위원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규정을 둔 교단이 있다. 하지만 조항에 '법 전문인'을 '법학사 이상'이라고 해석하거나 이마저도 없으면 안 해도 된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의 경우 현직 법조인 2명을 위원으로 선임하게 돼 있으나, 재판위원 총 15명 중 2명이기 때문에 이런 규정들로 전문성이 충분히 확보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변호사가 별로 없던 시절에는 '법학사 이상'이라는 기준을 둔 것이 이해되지만 지금은 변호사도 많이 늘었다. 법조인 비율을 더 늘리고, 이들에게 중책을 맡겨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재판국장이나 위원장은 꼭 목사가 맡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관행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교회 재판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현직 변호사들은 총회 차원에서 풀을 구성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의 경우, 내부 위원 4명과 외부 위원(변호사 및 전 공무원) 46명으로 총 50명을 풀로 구성해 놨다. 이 중 9명을 무작위로 선출해 사건을 맡긴다. 이처럼 총회가 전국에 있는 교단 소속 교인들 중 법조인으로 풀을 구성해 교회 재판을 맡기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풀을 몇 명으로 구성할 것인지는 교단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전문성과 함께 독립성도 확보할 수 있다.

⑤ 외부 위원 적극 활용

재판위원회의 독립성을 높여 신뢰를 회복하려면 외부 위원을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행 교회 재판의 문제는, 같은 노회, 같은 총회에서 '형님 동생' 하는 사람들이 재판을 맡는다는 데 있다. 최소한 노회 재판에서는 타 노회 인사를, 총회 재판에서는 타 교단 인사를 외부 위원으로 두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꼭 목사·장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직분과 연령대를 고려해 외부 위원을 선정한다면 재판의 독립성뿐 아니라 민주성까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⑥ 여성 위원 필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이 6/10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 재판위원은 60대 남성이 절대다수다. 교단들이 재판위원회를 포함한 각종 총회 기관 위원을 총대들로만 구성하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안수직을 주지 않는 교단들은 당연히 남성이 100%이고, 여성 안수가 허용된 교단도 여성 총대 비율은 10% 이하다. 게다가 교단에서 재판위원회는 '요직'으로 여겨져 여성 총대들에게는 자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여성 재판위원의 필요성은 성폭력 사건을 다룰 때 단적으로 드러난다. 대부분 재판위원은 60대 이상 남성이고, 피해자는 20~30대 여성이다. 가뜩이나 교회 재판은 목사에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언할 수 있을까. 이는 수많은 교회 재판이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성폭력 사건에 한해서라도 여성 위원들을 반수 이상 위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군사법원법 개정에서 배울 점

인적 구성에 대한 제언에서 많은 목사·장로가 거부 반응을 보일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교회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사람, 즉 목사와 장로가 교회 재판을 맡아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교회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것이, 재판의 전문성·독립성·민주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법조인, 외부인, 여성들을 위촉해도 교회의 특수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하고, 지금은 그걸 고민해야 할 때다.

조직의 특수성을 중요시한다는 면에서 교회 재판은 군사재판과 비슷한 면이 있다. 군사법원은 군의 특수성을 인정해 군에서 일어난 사건을 별도로 재판하도록 설치한 것인데, 현실은 군사법원이 군의 폐쇄성을 더욱 증폭시켜 군인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8월 31일 통과된 군사법원법 개정안에서는, 군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군판사와 동등한 권한을 가졌던 '심판관' 제도가 사라졌다. 성폭력이나 사망 사건은 1심부터 일반 법원이 맡고, 군사재판 항소심을 담당하던 고등군사법원도 폐지됐다.

교회 재판과 군사재판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리 조직의 특수성이 있더라도 재판의 전문성·독립성·민주성 등을 해치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교회가 배울 점이 있다. 이번에 통과된 군사법원법 개정안도 비판받는 지점이 있지만, 어쨌든 군사재판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군사재판은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 개선될 수 있었다. 교회 재판 제도가 바뀌기 어려운 것은, 법을 개정할 권한을 가진 사람도 목사·장로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게 하려면 결국 대의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교단들이 헌법에 명시했듯이 교회 재판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주신 권능"이다. 지금 이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은 불신받고 있고, 힘 있는 사람을 편들고 힘없는 사람을 더욱 억울하게 한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바로 세울 길이 있는데도 '교회의 특수성' 운운하며 현행 체제를 고집한다면 결국 '밥그릇 뺏기기 싫구나'라는 비아냥만 듣게 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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