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독자님의 가정에 주님의 영광이 함께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지난 2년간 저희 가족끼리 명절을 보냈습니다. 보통 시동생 가족들과 저희 집에서 명절을 보내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저희끼리 조용히 시간을 보냈죠. 이제는 팬데믹도 완화되는 분위기라, 이번 명절에는 세종시에 사는 시동생 가족들이 저희 집으로 명절을 보내러 올라옵니다. 오랜만에 손님을 맞이하려니 할 일이 많네요.

지난 주말에는 대청소를 했습니다. 몇 년간 손님 올 일이 없어서 아주 편한 상태로 살았는데, 지금 보니 너무 엉망이더라고요. 집안에 켜켜이 쌓인 먼지와 방치된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집안 정리를 하다 보니 사용도 하지 않으면서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대학생인 아들이 유치원 때 쓰던 크레파스, 초등학교 때 사용하던 서예 도구 등…. '언젠간 쓰겠지' 하고 보관하던 것들이 결국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을 보니 좀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부모님께서 물건을 버리지 않고 쌓아 두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뭐라고 했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아이들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올해는 비우는 삶을 실천해 봐야겠습니다.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필요 없는 물건은 사지 않고, 이미 산 물건은 그때그때 나눔을 해야겠습니다.

이제 겨우 청소만 했을 뿐인데 벌써 지치네요. 명절 준비는 이제 시작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즐겁게 마무리될 것이라 믿고, 이제 이불 빨래를 하러 가야겠습니다.

독자 님은 설 명절 어떻게 보내시나요? 가족과 함께, 스트레스받지 않는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사역기획국 승연

찬양을 사랑했던 청년의 허망한 죽음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박가영 씨(21)의 부모 박계순·최선미 집사를 조심스레 만났습니다. 처음 몇 마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가영 씨 집안이 얼마나 신실하게 교회를 섬겨 왔는지 대번에 느껴지더군요.

가영 씨의 어머니 최선미 집사는 말과 행동, 생각, 그리고 삶의 반경이 모두 교회 중심이었고 매사에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아버지 박계순 집사는 교회학교 교사가 아닌데도, 일부러 휴가를 내어 교회 짐을 한가득 싣고 수련회에 함께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가영 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련회와 찬양을 좋아했습니다. 미대 입시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기도했고, 입시 때 함께해 주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대학 진학 후에도 주말이 되면 집에 내려와 교회를 섬겼다고 합니다.

장애인과 노인, 소외 아동 등 낮은 이들을 돌보겠다는 마음으로 패션디자인을 공부했다는 가영 씨. 이번 인터뷰 기사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가영 씨는 해외에서 패션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1학년 여름과 겨울, 그리고 2학년 여름까지 매 방학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1400만 원을 모았을 정도로 성실하고 목표가 확실했던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딸이 갑자기 허망하게 떠났습니다. 전시회를 보러 가겠다며 집을 나섰는데,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딸은 부모보다 먼저 떠났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신앙을 저버리면, 나중에 천국에서 딸을 못 만날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원망하지는 않지만, 한국교회에는 서운합니다. 무엇보다 부모를 괴롭힌 건 "거기에 왜 갔느냐"는 말이었습니다. 신실했던 청년이 '핼러윈 축제'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는 건 기독교인들에게 뒷말 나오기 딱 좋은 주제였습니다. 지금도 이태원 참사를 다룬 뉴스를 보면 '귀신 축제'라는 댓글을 다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기독교인입니다.

자식을 잃은 가영 씨의 부모는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다", "너를 향한 계획이다"와 같은 의례적인 위로가 유가족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이고 깊은 상처를 주는 말인지 깨달았다고 합니다. 또, 불의한 일 앞에서 침묵하는 한국교회를 보며, 정의의 하나님을 가르치는 대신 성경 구절과 지식만 전달했던 중고등부 교사로서의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가 왜 벌어졌는지, 사랑하는 가족이 왜 죽었는지, 그리고 정부는 왜 자세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지 묻고 있습니다. 가영 씨의 부모를 비롯해 많은 유가족이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 경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가영 씨 가족들은 "왜 거기에 갔느냐"는 꾸짖음이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느냐"를 물어야 한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 특히 그리스도인이 이 문제에 관심 갖고 함께 '분노'해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편집국 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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