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김은석 간사] 명절 연휴 고향을 다녀올 때 수도권 고속도로 정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몇 분이라도 빠른 길을 추천하는 내비게이션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곤 합니다. 우면산터널은 그럴 때 몇 차례 가로질렀던 유료도로입니다. 그 우면산터널 바로 아래 산자락을 끼고 고즈넉하게 형성된 동네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형촌마을입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피해로 이름이 좀 알려지기도 했지요. 저층 아파트 단지와 고급 단독주택들이 고즈넉한 전원 마을 느낌을 풍기는 동네이기도 하고, 한편에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가 커다랗게 조성된 곳이기도 합니다.

형촌마을 초입을 지키는 태봉산공원을 오른쪽에 끼고 형촌길을 따라 들어가면, 공원 끝자락에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를 등지고 서 있는 우면동교회(정준경 목사)가 나옵니다. 1월 8일 11시 우면동교회 주일 2부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주차 안내를 하시는 교인분의 안내를 따라 1층 주차장에 이중 주차를 하고 2층 예배당으로 올라갔습니다. 예배 시작 10분 전이었는데 약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예배당은 제법 채워져 있었습니다. 10분이 흐르는 동안 자리 안내를 하는 교인분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예배당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찼습니다. 이렇게 인구밀도가 높은 공간에서 예배를 드린 게 얼마만인가 싶었습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우면동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했습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우면동교회 주일예배 풍경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우면동교회의 예배 순서는 평범한 장로교 예배 형식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지만 훨씬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주기도문 찬송가를 부르며 시작해, 사도신경(새번역)을 고백하면, 참회 기도, 교인 대표 기도가 간결하고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우면동교회는 주중에 전 교인이 묵상집 <매일성경>의 본문 순서를 따라 말씀을 묵상하고, 주일 설교 본문도 그에 맞춰 정합니다. 이날 정준경 목사는 '하나님을 섬기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습니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이어질 민수기 강해 설교의 첫 번째 시간이었고, 본문은 민수기 4장 34~37절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인구조사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루는 민수기는 레위기와 함께 신앙인들이 가장 지루해하는 구약성서로 꼽힙니다. 그런데 정 목사의 설교는 따분할 틈이 없었습니다. 히브리어 성경은 민수기를 '베미드바르', 즉 '광야에서'라고 부른다는 흥미로운 사실부터, 민수기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출애굽 후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까지 기나긴 광야 생활을 기록한 민수기 이야기가 예수 믿고 구원받아 광야 같은 세상을 순례자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통찰을 주는지 풀어 줍니다.

정 목사는 이날 설교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법으로 세 가지를 도출했습니다. 첫째, 고핫 자손이 30세에서 50세까지 인생의 황금기에 회막에서 주님을 섬긴 것처럼, 가장 소중한 때에 소중한 것으로 주님을 섬길 것. 둘째,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수행한 것처럼 우리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주님 말씀을 따라 섬길 것. 셋째, 고핫·게르손·므라리 자손이 각각 다르게 부여된 임무를 순종하며 수행했듯이 하나님을 섬길 때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주어진 일을 각자의 사명대로 기쁘게 감당할 것.

얼핏 들으면 'K-목회자'들이 교인들의 헌신을 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흔한 레퍼토리 같을 수도 있지만, 딱딱한 본문에 대한 친절한 주해에 설교자의 진정성 넘치는 간증과 절절한 호소가 더해지니, 자연스레 하나님을 향한 제 마음가짐을 돌아보며 옷깃을 여미게 됐습니다.

12시가 조금 넘어 예배가 끝나고 '건강한 교회 컨퍼런스'라는 특별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이름만 보면 외부 인사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강연회 느낌인데, 알고 보니 매년 치르는 교회 내부 행사였습니다. 우면동교회를 건강하게 일구기 위해 매년 전 교인을 대상으로 여는 소통과 토론의 장입니다.

2부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 중 절반 가량이 남아 교회에서 준비한 떡 한 덩이로 점심 허기를 달래며 컨퍼런스에 참여했습니다. 2주에 걸쳐 진행될 컨퍼런스의 첫 번째 시간에 저도 참관해 봤습니다(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를 하기도 했는데요. 덕분에 두 번째 시간에 나온 이야기들도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컨퍼런스 후에는 운영위원들을 중심으로 몇몇 교인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습니다.

컨퍼런스에서 보고 들은 내용, 교인들과 나눈 대화, 정준경 목사와 따로 인터뷰한 내용을 종합해 보니, 우면동교회가 지향하는 바를 아래 세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다름 아니라 우면동교회가 사역 목표로 밝히고 있는 바이기도 합니다.

-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여 적용하는 교회
- 성도들을 교회와 사역의 주체로 세워서 동역하는 교회
- 부패한 한국교회에 새로운 희망을 밝히는 건강한 교회

우면동교회 정준경 목사. 뉴스앤조이 김은석
우면동교회 정준경 목사. 뉴스앤조이 김은석
성경을 알아야 성경대로 산다!

우면동교회의 비전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는 것"입니다. 골로새서 1장 28~29절에서 따온 내용이지요. 정 목사는 이를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을 더 닮아 가자는 얘기다. 그래야 안 믿는 사람들이 변화된 우리를 보고 예수님을 믿을 수 있다"고 풀어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은 성경을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정 목사는 강조합니다.

원래 신학대학원 졸업 후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유학을 가려고 했던 정 목사는, 동기 목사들이 개척하는 교회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그는 목회 초기부터 성경 연구에 진심이었습니다. 여호수아 1장에서 하나님이 여호수아에게 한 말씀을 그대로 지키려고 애썼습니다.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 (수 1:7~8)

곰팡내 나는 지하 예배당에서 성경 주석과 신학 논문을 펼쳐 놓고, 신학대학원에서 수박 겉핥기로 배웠던 성경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다시 깊게 파고들었다고 합니다. 히브리어·헬라어 공부도 다시 시작했고요. 그렇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교회당에서 성경을 연구하고 가르칠 준비가 어느 정도 되니, 교인들이 한 명, 두 명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다들 힘들다는 개척 초기에 저는 많이 힘든 줄 모르고 보냈어요. 새벽 예배 끝나고 나면 밤까지, 말 그대로 주야로 성경을 연구했거든요. 아마도 말씀이 공급해 주는 게 있어서 덜 힘들게 느꼈던 것 같아요. 교인들이 하나둘 모이면서부터는 매주 한 번씩 교회로 오라고 해서 같이 성경 공부를 했어요. 일년에 몇 번 교인들 집 잠깐 들러 심방 예배하느니, 매주 교회에 와서 성경 공부하는 게 더 신앙을 자라게 하지 않겠느냐면서요. 말씀대로 살려면 일단 성경을 알아야 하잖아요. 교인들도 습관적으로 해 오던 신앙생활이 아니라 성경적 베이스가 형성되니까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정준경 목사)

"2011년에 처음 이 교회에 와서 창세기 성경 공부를 했는데, 기독교와 하나님에 대해 그 전에 알던 것과 너무나도 달랐어요. 목사님 설교도 여느 설교와는 많이 달라요. 틀에 박힌 설교가 아니예요. 하나님 말씀 그대로 강론해 주시는 게 정말 좋았어요." (김성대 집사)

"저는 그전까지 성령 체험을 해야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준경 목사님 만나고 나서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됐어요." (장봉호 권사)

우면동교회 교인들은 정준경 목사를 성경 교사로서 무척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설문 조사 내용 중에 교인들이 우면동교회의 좋은 점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도 '목사님의 설교'였습니다.

우면동교회의 좋은 점에 대한 교인들의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우면동교회의 좋은 점에 대한 교인들의 설문 조사 결과입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우면동교회 비하인드 스토리

우면동교회에서 성경 교사 혹은 설교가로서 정준경 목사의 면모가 그 가치를 발휘한 지점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조금 긴 이야기입니다. 우면동교회의 이름은 2019년까지 생동교회였습니다. 2018년 3월까지는 뜨인돌교회이기도 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우면동교회는 뜨인돌교회와 생동교회가 2018년 4월 합병한 교회라는 것입니다. 합병 후 2019년까지 생동교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다 2020년에 우면동교회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건물 없이 양재동의 한 빌딩 지하 공간을 예배당으로, 4층을 교육관으로 임대해 사용하던 뜨인돌교회는 갈수록 늘어나는 교인 수와 그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는 임대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2014년 현 위치에 예배당을 건축한 생동교회는 갈수록 줄어드는 교인과 다가오는 담임목사 은퇴 시기로 인해 건축 부채와 이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서로의 필요가 맞물린 두 교회가 만나 통합을 타진했습니다. 논의와 숙고 기간을 거친 뒤 두 교회는 합병을 결의했습니다.

1999년 뜨인돌교회를 개척해 19년간 목회해 온 정준경 목사가 교회 합병 후 위임목사로 우면동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1980년 생동교회를 개척해 목회해 온 김정배 목사는 원로목사가 됐습니다. 목회 철학과 교회 운영 방식은 대부분 뜨인돌교회의 것을 가져왔습니다.

<뉴스앤조이>에서 교회 분쟁 사례를 많이 접해서인지, 예배당 문제로 합병한 교회에 대한 선입견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통합보다는 분쟁과 갈등이 불거진 이야기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합병 5년 차를 맞은 우면동교회에서는 그런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뜨인돌교회와 생동교회가 하나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정준경 목사의 설교였습니다. 제가 만난 생동교회 출신 교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가 합병을 추진하면서 좀 알아봤는데, 정 목사님 설교가 굉장히 건전하고 좋더라고요. 재정적으로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다른 교회도 있었지만, 목사님 설교가 참 좋아서 뜨인돌교회와 합병하면 교회를 바르게 세워 갈 수 있겠다 싶었죠. 합병 후에도 정 목사님이 선교와 구제를 강조하면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귀감이 됐어요." (김부영 원로장로)

"교회 합병하고 한 달간은 설교 시간마다 그렇게 눈물이 흘렀어요. 저는 그 전까지 신앙생활을 그리 열심히 하지 않고 믿음도 깊지 않아서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웠지만, 설교 말씀에서 오는 충격과 신선한 은혜가 있었어요. 정 목사님은 성경 자체를 깊게 파고들어서 우리 삶에 적용할 어떤 결론을 내려 주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생동교회 출신 교인분들도 합병 초기에 어색하고 불편한 시간들을 목사님 설교 말씀 때문에 잘 넘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정성 집사)

정준경 목사는 여전히 성경 공부를 강조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10~30명 규모의 성경 공부 모임을 10개나 이끌었다고 합니다. 코로나 이후에는 온라인(Zoom)으로 3개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 모임당 100명가량이나 들어온다는 말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결국 목회는 말씀을 연구하고 성도들에게 말씀대로 살라고 가르치는 거잖아요." 정준경 목사가 인터뷰하며 여러 차례 강조한 말입니다. 정 목사는 성경 공부가 지식에만 머무는 것을 경계합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살아 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마태복음 25장 40절을 많이 가르쳤다고 합니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마 25: 40)

"저는 처음부터 '목사에게 잘하려고 하지 말라'고 가르쳤어요. 제가 목사가 되어 성경을 제대로 연구해 보니, 그동안 한국교회에서 제가 보고 배웠던 많은 관습들이 잘못된 거더라고요. 마태복음 25장 40절을 실천하는 것이 예수님의 제자요, 교회가 할 일이라고 가르쳤어요. 목사 생일 챙기지 말고, 명절에 목사에게 선물하지 말고, 주위에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 챙기라고 했어요. 예수님한테 한다고 생각하고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 계단 청소하시는 분들, 주변에 어렵게 사시는 분들에게 선물하라고 했어요." (정준경 목사)

우면동 교회 전경. 뉴스앤조이 여운송
우면동 교회 전경. 뉴스앤조이 김은석
성경적 교회, 성경적 신앙생활을 위한 실천

뜨인돌교회 시절부터 쭉 강조해 오던 것들을 생동교회와 합병한 후 교회 문화로 더 분명히 정착시키기 위해 문서화했습니다. 우면동교회 홈페이지에도 명토 박아 쓰여 있는 '성경적인 교회를 위한 10가지 실천 사항', '성경적인 신앙생활을 위한 10가 실천 사항'이 그것입니다.

성경적인 교회를 위한 10가지 실천 사항

1. 세습이 아니라, 분립이다(청장년 출석 500명이 넘으면 교회 분립을 진행한다).
2. 담임목사는 명예롭게 은퇴한다(퇴직금만 받는다. 사택이 필요하면 교회 명의로 준비한다).
3. 전임 목회자는 3년마다, 시무장로는 6년마다 재신임을 받는다(교우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4. 담임목사의 임기는 만 65세이다.
5. 담임목사는 인사권(목회자 제외)과 재정권을 가지지 않는다.
6. 목회자는 심방이나 예식을 인도하고 일체의 사례를 받지 않는다.
7. 교회에서 목회자의 승용차를 구입해 주거나 운행 경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8. 세례는 담임목사의 지도하에 전도자와 양육자가 베풀 수 있다.
9. 직분자의 임직식에 헌금이나 헌물을 요구하지 않는다(임직식은 설교자만 초청하여 간소하게 진행한다).
10. 교회의 재정은 투명하게 운영하며 반드시 홈페이지와 게시판에 공개한다.

성경적인 신앙생활을 위한 10가지 실천 사항

1. 오직 하나님만 섬긴다(우상을 숭배하거나, 점쟁이를 찾지 않는다).
2. 우리 삶과 신앙의 최고의 권위는 성경이다(매일 말씀을 묵상하고, 매주 가정 예배를 드린다).
3. 우리 삶의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가며,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것이다(물질과 기도와 삶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데 동참한다).
4. 우리는 교회의 사역을 위해서 사람을 도구화하지 않는다(자발적으로 기쁘게 봉사하되, 사역의 열매를 위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5. 영적인 소그룹(캠프)에 열심히 참여한다(나의 깨어진 모습을 나누어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영적인 캠프를 만든다).
6. 모든 예식은 검소하게 진행한다(결혼식, 장례식, 돌잔치 등은 경건하고 검소하게 한다).
7. 성적인 타락에 빠지지 않는다(부부 사이가 아닌 모든 성적인 관계는 죄다).
8. 희년의 정신을 실천하면서 살아간다(사치와 허영을 버리고, 검소하게 살면서 선교와 구제에 힘쓴다).
9. 험담과 이간질을 하지 않는다(당사자 본인에게 말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침묵하며 기도한다).
10. 교회에서는 누구에게나 열심히 인사한다(교회는 영적인 한 가족이며, 영적인 서비스를 받는 곳이 아니다).

우면동교회의 두 번째 사역 목표는 "성도들을 교회와 사역의 주체로 세워서 동역하는 교회"입니다. 이미 눈치챈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면동교회는 당회가 아니라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운영위원장뿐 아니라 예배국·선교국·구제국·재정국·총무국·봉사국·교육국을 이끄는 이들이 모두 평신도입니다. 당회는 예배와 성례, 상회 기관인 노회 관련 임무와 교회 재산권 관리 등 정관에 명시된 7가지 역할만 담당합니다. 그리고 여러 교인이 팀을 이뤄 각 국의 세부 활동에 참여합니다.

담임목사는 운영위원회 구성에도 관여하지 않습니다. 정관에 명시된 별도의 인사위워원회가 운영위원회를 구성합니다. 우면동교회의 연간 계획은 모두 운영위원회에서 각국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세웁니다. 정 목사는 그 시간에 연간 설교 계획을 세우고 기도에 더 힘쓴다고 합니다.

"그게 사도행전적이잖아요. 사도들은 말씀과 기도에 전념하고, 교회 행정은 일곱 집사 선출해서 맡겼으니까요. 개척 초기에야 맡을 사람이 없어서 제가 하기도 했지만, 어느 날 성경을 읽다가 '이거 내가 할 일이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교회 권력의 핵심은 인사권과 재정권이잖아요. 내가 성경적인 목회를 한다고 하면 인사권과 재정권 내려놔야죠. 그것마저 가지고 있으면 독재 아닌가요. 저는 교인들이 헌금 얼마씩 하는지 안 본 지 20년이 넘었어요. 저는 헌금으로 교인들 판단하지 않을 수 있어서 참 좋고, 교인들도 목사 눈치 보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자기 신앙대로 헌금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정준경 목사)

"보통 다른 교회들은 당회가 권위를 내세우면서 다른 기관들을 장악하려고 하는데, 저희 교회는 당회가 운영위원회와 협력해서 교회를 이끌어 간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박갑진 장로)

한편 운영위원장 양준영 집사는 교인들의 주체적 참여가 좀 더 성숙하게 발휘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운영위원회와 교회 운영에 참여하는 교인들의 활동이 중첩되면서 피로감이 쌓여 가는 면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우면동교회 교인들. 뉴스앤조이 김은석
인터뷰에 응해 준 우면동교회 교인들. 뉴스앤조이 김은석
설교로 유명한 교회?
삶으로 유명한 교회!

우면동교회의 세 번째 사역 목표는 "부패한 한국교회에 새로운 희망을 밝히는 건강한 교회"입니다. 탐방 잠깐 다녀오고서 우면동교회가 바로 그런 교회라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그리고 겸손히 애쓰는 교회라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정준경 목사가 들려준 개척 초기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습니다.

"양재동 지하에 있을 때 건물주분이 저를 보면 늘 '사업 잘되냐'고 인사를 건네요. 처음에는 교회 다니는 분이 아니어서 '네, 덕분에 잘 됩니다' 하고 대꾸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제가 사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복음 유통업. 이 사업을 잘하려면 유통하는 제품이 좋아야겠더라고요. 그래서 교인들에게 물어봤어요. 우리 교회 복음 유통업이 잘되게 할 제품이 뭐냐고. '목사님 설교'라고 하더군요. 틀렸다고 했어요. 안 믿는 사람들은 내 설교를 접하지 못하는데 내 설교가 어떻게 제품이 되겠느냐고, 바로 여러분 삶이 제품이라고 했어요. '여러분 삶이 메이드 인 처치다', '그러니 목사에게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이웃들에게 잘해라' 이렇게요.
 

나중에 우리 교회에 새로 등록하신 분들에게 어떻게 이 지하까지 오게 됐냐고 물었는데, 누구는 부동산에서 좋은 교회라고 소개해 줘서 왔다고, 누구는 미용실에서 소개해 줘서 왔다고 해요. 와 보니까 진짜 좋은 교회여서 등록했다고. 그런데 그 부동산 사장님들, 미용실 사장님들은 교회 안 다니는 분들이었어요."

우면동교회 교인들은 지금 우면동교회가 복음 유통을 하기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두려운 마음으로 점검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다들 우리 교회 목사님 말씀이 좋다고들 하는데, 정작 제가 그 말씀대로 살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해요. 그래서 말씀대로 살아 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교회 운영위원회 체제도 다들 좋다고 칭찬을 하지만 자아도취에 빠지면 안 될 것 같고요. 계속 깨어서 외부자의 시선으로 교회를 점검하고, 목사님에게도 직언을 할 수 있는 교인들이 돼야 할 것 같아요." (장봉호 권사)

"예전에 목사님이 설교한 내용 중에 소금끼리 뭉치면 소금 기둥이 돼서 오히려 해를 입힐 수 있다고 하셨어요. 소금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 녹아서 맛을 내야 한다는 거죠. 저희 교인들도 그런 소금 같은 삶을 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양준영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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