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김은석 간사] 내비게이션이 아무리 좋아졌다지만, 초행길 운전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대구 지하철 1호선 율하역을 지나 안심로22길 방향으로 꺾고 한 번 더 우회전을 하면 곧바로 목적지가 나온다고 하는데, 오른쪽 빌딩인지 왼쪽 빌딩인지 모르겠습니다. 양쪽 다 교회 간판이 안 보입니다. 일단 인근 주차장에 차부터 대고 오른쪽 빌딩에 들어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목욕 바구니를 든 아주머니들이 뒤따라 탑니다. 약속 장소인 4층에 올라갔더니 교회가 아니라 사우나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여탕이….

얼른 내려 맞은편 빌딩으로 건너가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섰습니다. 그제서야 눈앞에 '기독교한국침례회 기쁨의교회'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내비게이션을 보느라 건물 측면에 조촐하게 달린 간판을 놓쳤던 모양입니다. 그사이 약속 장소는 4층에서 2층으로 바뀌었습니다. 2층에 올라가니, 왼쪽에 화장실이 있고 오른쪽에 하늘색 철문이 보이는데 닫혔습니다. 어리둥절해 전화를 꺼내 든 순간 약속 상대가 나타납니다. 요즘 핫하다는 자몽 에이드를 양손에 들고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중년의 양복 신사는 기쁨의교회 김유복 담임목사입니다.

기쁨의교회가 보이시나요? 뉴스앤조이 김은석
기쁨의교회가 보이시나요? 뉴스앤조이 김은석

그는 몇 해 전 기독교 출판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래 머물었던 <깨어진 세상, 희망의 복음>(IVP)을 쓴 작가이기도 합니다. 2년 전에는 <광야를 걷고 있는 그대에게>(죠이북스)라는 책도 썼습니다. 그가 쓴 책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그가 목회하는 교회 정보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홈페이지도 주보도 없는 교회에 무턱대고 예배드리러 갔다가 제대로 취재도 못 하고 돌아갈까 불안해, 11월 12일 토요일 오후 2시에 김 목사를 미리 만났습니다.

김 목사가 번호 키를 누르고 철문을 열어젖히니 기쁨의교회 예배당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유아차가 여러 대 주차돼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난 문을 하나 더 열고 들어가니 넓다란 예배실이 나옵니다. 최대 200명쯤 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예배실 안쪽에 방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교역자실입니다. 좁고 긴 방에 독서실에서 보던 모양의 책상 네 개가 붙어 있습니다. 성인만 250명이 넘게 모이는 교회에서 담임목사실도 없이 이렇게 조촐한 교역자실을 네 명이 같이 쓴다니 살짝 놀랐습니다. 더구나 이 빌딩 4층도 기쁨의교회가 매입한 공간인데 말이지요. 김유복 목사를 따라 4층 공간까지 둘러보고 기쁨의교회가 지나온 길을 들어 보니, 교역자실이 왜 이렇게 좁은지, 교회당 안에 웬 유모차들이 놓여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유복 목사입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안녕하세요. 김유복 목사입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개척 초기부터 아동·청소년 돌봄 사역에 매진
전 교인 350여 명 중 100여 명이 아동·청소년

'다음 세대의 가슴에 그리스도를 심어 온 세상에 하나님 나라를.' 기쁨의교회가 붙잡고 있는 이 표어가 많은 것을 설명해 줍니다. 기쁨의교회의 과거와 현재의 중심에는 아동·청소년이 있습니다. 1988년부터 대구 지역 한국기독학생회(IVF) 간사로 활동하던 김유복 목사는 2001년 대학생 10여 명과 함께 기쁨의교회를 개척했습니다.

"당시 주체적으로 성경을 연구하고 독서하면서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진 대학생·청년들이 기성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런 친구들을 담아내는 교회를 세워 보자는 마음으로 개척을 했어요. 공부방은 저희 지방회에 노건 목사님이라는 분이 계셨는데, 대학생들이 있으니 교회에 청소년들 데려다가 공부시키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셔서 시작했고요. 여덟 명 데리고 시작했는데 매일 밥해 먹이고, 주말이면 영화도 보러 가고, 제가 월급 50만 원 받을 때였는데 걔들한테 돈 많이 들어갔죠.(웃음)"

과거 공부방에서 돌보던 청소년 중에는 기쁨의교회와 함께 성장해 자녀도 낳아 기르며, 교회에서 소그룹 리더 혹은 간사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고 소개하는 김 목사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묻어났습니다. 그렇게 대학생들과 함께 주변의 가난한 초·중등생들을 돌보는 사역이 크고 작은 변화를 거치면서 현재까지 이어져, '죠이비전스쿨'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아동·청소년에게 독서, 영어, 인성 교육 등을 하는 일종의 지역 아동 센터라고 할 수 있는데, 국가보조금 없이 교회 예산을 투입해 교역자와 교인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합니다. 한때 공신력을 확보하려고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에 가입하고 보조금 지원도 받았지만, 행정력이 과도하게 소요되고 자유롭게 복음을 전할 수도 없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금을 받지 않고 다시 독립적으로 운영했다고 합니다.

4층에 올라가니 '러빙핸즈 대구·경북 멘토링 센터'라고 적힌 사무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러빙핸즈는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에게 어른 친구를 일대일로 연결해 주는 멘토링 전문 사회복지 NGO입니다. 기쁨의교회와는 무슨 인연이길래 교회 안에 사무실을 둔 걸까요?

2010년 기쁨의교회가 예배당을 구도심인 대구 중구 공평동으로 이전하자, 공부방에 찾아오는 아동·청소년이 줄어들었습니다. 공동화현상으로 대구 시내에 주민들이 줄어들고 학교는 사라져 가던 시점이었습니다. 기쁨의교회는 '아이들이 오지 않으면 우리가 찾아가서 섬기자'는 마음으로 러빙핸즈와 손을 잡았다고 합니다. 교회 청년을 러빙핸즈 활동가로 키웠고, 교인 상당수를 멘토 교육과정에 참여시켰습니다. 공간도 무상으로 공유했습니다. 멘토 교육을 마친 교인 119명 중 61명이 멘토링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현재 28명의 멘티와 연결돼 있다고 합니다. 러빙핸즈 대학생 멘토링 동아리도 만들어 대구 지역 대학생들이 기쁨의교회를 발판 삼아 러빙핸즈 활동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기쁨의교회 교인 중 아동·청소년의 비율은 ⅓에 육박합니다. 전체 교인 약 350명 중 100명가량이 아동·청소년이라고 하는데, 날이 갈수록 교회학교와 청소년부가 위축돼 가는 시기에 '실화'인가 싶었습니다. 대학생·청년 시절 기쁨의교회에 온 교인들이 결혼하고 자녀도 낳고 하며 십여 년간 흘러오니 그렇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김유복 목사는 교인들이 대부분 자녀를 둘 이상은 낳는다며 너털웃음을 짓습니다. 교회가 대구 동구 율하동으로 이전해 오면서부터 아동·청소년이 크게 늘어났고, 자연스레 교회 안에 자녀 양육과 부모 성장과 관련한 활동도 늘었습니다. 김 목사는 기쁨의교회가 복음을 이웃을 향해 수평적으로 전하는 것 못지않게,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수직적으로 복음을 전수하는 데 교회의 동력을 투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기초 공동체가 학교나 학원이에요. 대부분 거기에서 사회화됩니다. 세상의 가치관이 아이들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도 학교 친구지, 교회 친구가 아니에요. 주일에 잠깐 와서 예배드리고 수련회 같은 거 가끔 참석하게 하면서 이 아이들을 예수님의 제자로 키울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하죠. 교회가 아이들이 매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너 제일 친한 친구가 누구야?' 물었을 때 그리스도인 친구를 거명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면, 다음 세대에 승산이 있지 않을까요."

교회가 교회 밖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교회 안 아동·청소년에게도 방과 후 놀이터 혹은 교육기관으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 그들을 예수님의 제자로 키워 내겠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이렇다 보니, 교회에 교역자실은 좁아도 아동·청소년이 함께 모여 놀 수 있는 넓직한 공간이 많습니다. 2층에도 커다란 방이 있고, 4층에도 넓직한 공간이 세 곳이나 됩니다. 이제 '초록 리본 도서관 조이앤북'이라는 공간도 생깁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개관 준비 막바지일 때였는데, 알록달록 유채색으로 꾸민 공간에 나무색 책장이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운 게 '아이들이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으면 저도 딸아이를 데리고 자주 찾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쁨의교회 주일 1부 예배 풍경

다음 날인 11월 13일 오전 9시 40분 기쁨의교회 주일 1부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기쁨의교회는 세 개의 공동체로 나뉘어 있습니다.

- 자녀를 기르는 30·40 기혼자들을 하나로 묶은 '요셉 산지'
- 기혼과 미혼 교인이 섞여 있는 30대 중심의 '여호수아 산지'
- 20대를 중심으로 10대 후반부터 30대 초·중반까지 속한 '바울 산지'

세 공동체를 세 명의 교역자가 각각 섬기고, 예배도 따로 드립니다. 제가 참석한 1부 예배는 요셉 산지에 속한 교인들이 모이는 예배였습니다.

예배 형식은 단순합니다. 찬양팀이 나와서 찬양 서너 곡을 인도합니다. 찬양이 끝나면 다같이 사도신경을 고백합니다. 교인 한 명이 나와 대표 기도를 하고, 기도자는 설교 본문까지 봉독합니다. 이날 본문은 요한복음 12장 1~19절이었습니다. 김유복 목사의 본문 강해 설교가 이어집니다. 찬양 시간에는 다소 썰렁했던 공간이 설교 시간에는 제법 채워져 있었습니다. 예배실 끝 계단식으로 된 자리에 몇몇 아이들이 부모 앞에 편하게 자리 잡고 제 할 일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배실 밖 테이블에서 아이와 함께 예배하는 교인들도 보입니다.

요한복음 12장 1~19절은 두 가지 장면을 자세히 묘사합니다. 베다니의 마리아가 예수의 발에 향유 한 근을 가져다 붓는 장면, 예루살렘 군중이 예수를 맞이하며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호산나'를 외치고 예수가 어린 나귀를 타고 입성하는 장면입니다.

김유복 목사는 마리아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사랑을 위해 낭비와 허비를 선택하는 삶, 하나님나라와 의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자고 했습니다. 메시아를 갈망하는 군중 앞에 나귀를 타고 나타나 자신이 평화의 왕임을 드러내신 예수께서 힘과 무력이 아닌 십자가로 평화를 이루신 것처럼, 우리도 삶 속에서 십자가를 지며 평화를 이뤄 가자고 강조했습니다.

헌금 시간과 광고 시간이 지나니,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실 안에 둥글게 원을 만듭니다. 공동 축도문으로 민수기 6장 24~27절을 읽으며 예배를 마칩니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예배 후 4층으로 올라갔습니다. 11시 반에 시작하는 유소년부 예배와 유아부 예배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교인들이 보입니다. 유소년부 예배실은 이미 자리에 앉아 예배가 시작하길 기다리는 어린이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예배가 시작되고 찬양 '내게 있는 향유 옥합'을 부릅니다. 한목소리로 카랑카랑하게 울리는 어린이들의 노랫소리를 듣는데, 어린 시절 교회학교에서 누구 목소리가 제일 큰지 겨뤄 보자는 심정으로 목에 핏대 세우며 노래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예배실을 가 보니 미취학 어린이로 보이는 더 어린 친구들이 엄마 또는 아빠들과 둘러앉아 예배를 막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는 어린이들도 있고, 딴짓하는 어린이도 있는데 그다지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전 교인이 일주일간 같은 성경 말씀 연구·묵상
"아동·청소년도 부모와 같이 성경 공부해 와"

전날 김유복 목사에게서 들은 이야기 중 저를 가장 놀라게 했던 내용이 있습니다. 기쁨의교회 전 교인이 일주일간 같은 본문으로 각자 성경을 공부하고, 주일에 교회에 와서 그 본문을 강해하는 목회자의 설교를 들은 후 소그룹 모임에서 각자 묵상한 내용을 나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아동·청소년들도 포함된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교회에서 정한 성경 본문을 집에서 부모와 함께 읽고 공부한 뒤 주일예배에 참석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부모와 같이 앉아 같은 성경 본문을 읽고 각자 연구해요. 선생님이 보내 준 영상도 보고, 성경을 읽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부모에게 물어보는 거죠. 이게 가능한 건 지금 부모가 된 많은 교인이 대학생·청년 때부터 저희 교회에서 매주 스스로 성경 연구하는 훈련을 해 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부산의 어느 교회에서 저희 교회처럼 부모와 자녀가 같이 성경 공부하는 걸 따라하고 싶다고 찾아왔는데, 부모가 같이해야 한다니까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저희 교회도 처음에 장년층과 함께 개척했더라면 이렇게 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기쁨의교회는 이를 BSM(Bible Study & Meditation)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손쉽게 BSM을 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교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기쁨의교회 예배 모습. 뉴스앤조이 김은석
기쁨의교회 예배 모습. 뉴스앤조이 김은석

아동·청소년들이 예배하는 동안 1부 예배를 드린 요셉 산지 소속 교인들은 교회 안팎에 흩어져 소그룹 모임을 합니다. 김유복 목사의 주선으로 권용훈·권진혁·신의식·정필종·한성효 다섯 분이 속한 소그룹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기쁨의교회에 속한 지 20년 된 교인부터 올해 다른 교회에서 옮겨 온 교인까지 교회에 대한 경험치가 다양한 인적 구성이었습니다.

노트나 출력물 등 각자 공부해 온 흔적들을 꺼내 놓고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40대 후반으로 기쁨의교회 교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는 분은 "시니어로서 공동체를 위해 충분히 헌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담감을 느낄 때가 많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십자가를 지겠다는 고백은 쉽게 하게 되지만 막상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나눈 분도 있었습니다. 마리아가 보여 준 사랑과 헌신의 모습이 한국교회에서 장로·권사 임직 시 또는 교회 건축 시에 고액의 헌금을 약정하는 문화와는 구별돼야 한다는 지적, 죽었다가 살아난 나사로의 집에서 열린 잔치를 배경으로 하는 본문인데 왜 나사로의 말이나 행동은 기록되지 않았는지 의아하다는 솔직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다들 자녀 양육과 부부 관계에서 겪는 소소한 갈등과 고민을 한두 마디 꺼내 놓는데,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소그룹 멤버들. (사진 왼쪽부터) 정필종·한성효·신의식·권용훈·권진혁. 뉴스앤조이 김은석
소그룹 멤버들. (사진 왼쪽부터) 정필종·한성효·신의식·권용훈·권진혁. 뉴스앤조이 김은석

다섯 분에게 소그룹 모임을 비롯해 교회 생활을 하며 느끼는 점을 물었습니다.

"예전에 다니던 교회에서는 말씀 묵상을 나눌 때도 피상적인 수준에 그쳤는데 여기서는 각자 겪고 있는 실제적인 문제들, 가령 부부 싸움이나 자녀 문제, 내면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죄 문제 등을 다 나누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도 마음이 열려서 제가 겪는 문제와 아픔들을 다 나누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 치유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이 많이 풀리고 좋더라고요. 같이 있으면 끊임없이 도전받고 내가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할 수도 있고요. 제일 중요한 건 교회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거예요. 교회에 오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권진혁)

"이전 교회에서도 삶을 진솔하게 꺼내 놓고 나누고 싶었어요. 그런데 다른 구성원들이 솔직한 대화 분위기를 부담스러워하거나, 이야기를 꺼내 놓아도 좀 부적절한 답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기쁨의교회에 오니까 저랑 비슷한 세대가 자리를 잡고 있고 자녀들도 비슷한 또래를 형성하고 있어서 공감대를 만들기 쉬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말씀으로 훈련된 형님들의 신앙이 솔직하고 편안하게 삶을 나눌 수 있는 토양이 돼 주는 것 같아요." (권용훈)

"제일 중요한 건 교회에 오고 싶다는 것"
"가장 친한 친구는 교회 친구여야"

"바로 전에 큰 교회를 다녔는데 교회에 소그룹 모임이 아예 없었어요. 말씀을 배울 데도 없었고요. 모임을 만들어 보려고 해도 목사님들이 별로 호응해 주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고…. 저는 BSM 하는 게 가장 좋고, 기쁨의교회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도 BSM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세대를 위해 저희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말씀을 묵상하고 삶에 적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일 테고요. 초등학교 1학년인 저희 아이는 주로 엄마하고 BSM을 하는데, 한 번씩 저에게도 말씀 내용을 물어 올 때가 있어요. 밥 먹으면서도 자주 대화의 소재가 되는 것 같아요." (정필종)

"저는 BSM 전에 PBS(Personal Bible Study·개인 성경 연구)하던 것부터 치면 15년째 하고 있는데 여전히 힘들어요.(웃음) 내가 신학자도 아닌데 이렇게 말씀을 깊게 읽고 연구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그래도 소그룹 모임에서 나눌 때는 되게 좋아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말씀을 안 읽게 될 테니 강제로라도 하는 게 저에게 유익하겠죠? 아이들하고 BSM 하는 것은 너무 욕심 부리지 않고 습관을 만들어 가는 데 의의를 두고 있어요. 아이들이 매주 정해진 대로 성경을 읽고, 떠오르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습관을 쌓아 가다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는 진짜 자기 묵상이 되겠죠." (한성효)

"저는 거의 얼마 안 남은 초기 멤버예요. 목사님, 사모님이 셋방살이도 하고 어렵게 사시며 헌신해 온 모습을 쭉 지켜보며 20년쯤 함께해 와서 그런지 이제 교회가 제 가정처럼 느껴지네요. 어려운 시기를 헤쳐 오면서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체험하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여러 이유로 사람들이 떠나는 걸 지켜보며 마음이 씁쓸할 때도 있었죠. 헌신을 강조하는 게 부담스러워 큰 교회에서 군중 속의 한 명으로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도 봤고요. 교회에 왔다가 친밀한 나눔이 부담스러워 떠나는 사람도 있었어요. 3대째 예수를 믿다가 저 따라서 이 교회에 온 아내도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힘들어했어요. 저는 기쁨의교회가 부족한 것도 많고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교회지만, 그래도 초대교회처럼 서로 친밀하게 지내면서 모든 것을 나누며 살아간다는 지향점은 잘 붙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의식)

신의식 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전날 김유복 목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희 교회가 돈 얘기를 되게 많이 하는 교회예요. '아픈 사람이 있으니 모금하자', '간사들 사례비가 모자라니 헌금해라.' 그런데 교인들이 이런 얘기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아요. 교인 중에 암으로 입원한 분이 있었는데 1000만 원 넘는 돈을 모아서 병원비도 내고 항암 치료도 받을 수 있게 도왔어요. 얼마 전에도 교회 건물에 하부 공사를 해야 해서 300만 원이 필요했는데 교인들이 십시일반 모아 줬어요."

이날 예배 설교 내용 중 한 토막도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사랑의 공동체를 꿈꿉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허비합니다. 우리는 정의와 공의의 하나님나라를 꿈꾸고 동경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을 만나고 연약한 형제자매들을 돕고, 우리가 누리는 것들을 그들과 함께 누리는 삶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이 하나님의 자녀로 성장하고 자라는 것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아이들의 영적인 우정을 위해 가정과 가정이 만나 함께 먹고 마시고 놀았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을 보고 싶어 시간을 내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고, 한 부모 가정 자녀들과 함께 휴가를 다녀오곤 했습니다. 우리는 각자도생의 세상에 지쳤습니다. 우리는 샬롬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가진 시간과 우리가 가진 재물을 나누려고 애를 써 왔습니다."

기쁨의교회는 신앙생활을 편하게 하기에는 힘든 교회가 분명합니다. 이런 길을 걸어왔는데도 담임목사가 교인들을 향해 촉구합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허비하고 있는지, 하나님나라와 그 의를 위해 나를 포기하며 헌신하고 있는 게 맞는지 점검해 보라고 말이지요. 그런데도 교회에 오고 싶고, 교회에 오면 살아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교인이 있습니다. 교회가 초대교회를 닮아 가려는 지향을 붙들고 있음을 뿌듯하게 여기는 교인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일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교회 친구 이름을 답할 정도의 공동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기쁨의교회의 목표라고 거듭 강조하던 김유복 목사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동·청소년에게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다음에 다시 기쁨의교회를 방문하게 된다면 그들을 찾아가 한번 물어봐야 겠습니다. "혹시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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