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은혜 기자가 퇴사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퇴사자가 생겼네요. 이별은 어느 곳, 어떤 상황에서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난 8월 말에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종미 간사가 일을 그만뒀습니다. 사무실을 같이 썼던 시간이 길어서인지 <뉴스앤조이> 직원의 퇴사만큼이나 아쉬움이 큽니다. 일 때문에 힘들어했을 때 퇴사하라고 권유하곤 했지만, 막상 그만둔다고 하니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한의원과 재단 공장이 함께 있던 종로5가 건물 2층에 <뉴스앤조이>가, 3층에는 개혁연대 사무실이 함께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2004년 11월 개혁연대 인턴으로 왔던, 아직 학생 티를 벗지 못한 종미 간사를 어두운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대학로와 합정동에서도 같은 사무실을 쓰면서 한 가족처럼 지냈더랬죠. 그때도 개혁연대나 <뉴스앤조이>나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서로 의지하면서 견뎌 왔습니다.

얼마 전 개혁연대·기독교반성폭력센터 간사들이 <뉴스앤조이>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있는 카페에 업무차 방문했습니다. 이헌주 사무국장님 외에는 제가 아는 분이 아무도 없더군요. 저만의 느낌이겠지만 종미 간사의 빈자리가 크게 보였습니다.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언제 한번 밥 먹자고요.

오랫동안 함께했던 동료가 떠나고 나면 남은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리스크가 적지 않습니다. 함께한 시간만큼 쌓여 있는 추억이나 사건·사고(?)도 많고, 아쉬움도 그만큼 비례합니다. 퇴사하는 직원 본인도 오래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기에, 무작정 붙잡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새로운 길을 계획하는 우리 가족들이, 새로운 곳에서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을 만드는 데는 계속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교회 개혁의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 그들의 길을 항상 응원합니다.

사역기획국 승연

처치독 리포트

'거룩한 범죄자들'

지난 주말 바람 쐬러 간만에 집 옥상에 올랐습니다. 옥상에서는 수락산으로 이어지는 작은 뒷동산이 보이는데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었더군요. 하늘은 어찌나 파랗던지 눈이 시릴 정도였고요. '이제 머지않아 단풍은 질 것이고, 2022년도 곧 저물겠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뉴스앤조이> 기자를 지낸 후배 전화였습니다. 다짜고짜 <뉴스앤조이>에 무슨 일 있냐고 묻더군요. 별일 없다고 하자, "<뉴스앤조이>가 '월간 뉴스앤조이'가 됐느냐. 왜 기사가 자주 안 올라오느냐"고 성화를 냈습니다.

단풍을 보면서 안정된 마음이 순간 뜨끔했습니다. 짧고 굵게 답했습니다.

"곧 큰 거 한 방 나간다."

지난 10년간 목회자 성범죄 
283건 심층 분석

네. 저희가 6개월 넘게 준비해 온 2022년 하반기 프로젝트 '거룩한 범죄자들: 2013~2022 목회자 성범죄 10년 취재'를 다음 주 화요일(11월 15일 오전 9시) 전격 공개합니다.

제목 그대로 최근 10년간 목회자 성범죄와 관련해 유죄 확정판결이 나온 사건 283건을 전수조사했는데요.

거룩해야 할 목회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성범죄를 저질렀는지, 법원에서 얼마만큼 형량을 받았는지, 소속 교단에서는 합당한 치리 절차를 밟았는지, 목회를 지속하고 있는 이들은 어떤 회개 과정을 거쳐 강단에 복귀했는지 등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단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주요 교단장들을 인터뷰하고,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해외 교단에서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예방·처리하는지 살펴봤고요.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습니다.

단언컨대 <뉴스앤조이> 창간 이래 이렇게 방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최승현 기자의 제안에서 출발했습니다. 작년 이맘때 최 기자가 "꼭 다루고 싶은 아이템이 있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못 하겠다. 편집국 전체가 다 달라붙었으면 한다"고 요청한 적이 있는데요. 대체 얼마나 큰 아이템인가 싶었습니다.

최 기자가 틈틈이 준비해 온 관련 자료들을 보니 어마어마하더군요. 대체 이런 자료는 어디서 구했는지…. <뉴스앤조이>에 없어서는 안 될 정말 귀한 인재입니다(이런 인재를 배출해 준 감리교회에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편집국 인원이 5명뿐인데, 전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구권효·여운송·나수진 기자는 최승현 기자의 구령에 발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목회를 이어 나가는 목사들을 만나기 위해 전남 해남, 경남 창원, 부산, 인천, 광주 등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보강 자료를 살피기 위해 법원 등 관련 기관만 30여 차례 찾았습니다. 

목회자 성범죄를
개인 일탈로 간주했던 교계

그동안 교회 성폭력 사건을 파편적으로 다뤄 왔는데, 수많은 사건을 한꺼번에 모아 놓고 세심하게 들여다보니 명확하게 공통된 문제점이 보이더군요.

한국교회는 목회자 성범죄를 특정 목회자 개인의 일탈로만 간주해 왔습니다. 교회 안에서 사건이 벌어져도 쉬쉬하면서 없던 일로 치부했지요.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않으면 살이 곪아 터지듯이, 한국교회도 목회자 성폭력 문제에 잘못 대응해 왔고, 그 결과 곪을 대로 곪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은, 지금이라도 한국교회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11편의 기사를 꾹꾹 눌러 작성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프로젝트 결과물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8월 31일 공개한 '비하인드 스토리 - 여성 안수 투쟁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특별 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283건의 데이터를 한 데 모으고, 주요 정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시각화했습니다.

예년에 비해 <뉴스앤조이> 기사량이 많이 줄어서 우려하시는 독자분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좀 더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교계에 건강한 담론이 형성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이전처럼 다양한 소식을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뉴스앤조이>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진정한 교회 개혁을 위해, 보다 나은 저널리즘을 실현하기 위해, 늘 고민하며 전진하도록 하겠습니다.

특별히 이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큰 도움을 주신 여러 교회와 후원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 드립니다. 찬바람 부는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윈터 이즈 커밍).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기도하겠습니다.

편집국 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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