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가 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단 재판에 회부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의 징계를 확정했다. 감리회 총회재판위원회(조남일 위원장)는 10월 20일 광화문 감리회본부에서 "이 목사의 상소를 기각하고 재판비용은 상소인의 부담으로 한다"고 선고했다.

총회재판위원회는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이동환 목사가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한 것이 교리와장정에 범과 사유로 규정된 '동성애 찬성 및 동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위원회는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여 행한 축복식은 죄지은 자도 사랑하고 회개하면 용서하는 기독교의 사랑이라고 못 볼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감리회 교리상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 앞에서 성의를 입고 기도한다는 것은 그들의 행위를 옹호하고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측면 역시 존재한다는 양면이 있다"고 했다.

또한 "정직 2년이 비록 약한 징계는 아니지만, 피고인의 징계로 감리회의 전통과 질서가 유지되는 측면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원심의 정직 2년이 피고인에게 심히 가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심사위원회가 이 목사의 언론 인터뷰 등을 문제 삼아 증거로 제시한 데 대해서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목사 측은 '성소수자 축복기도'라는 행위 외에 언론 인터뷰까지 문제삼아 유죄 입증 증거로 내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위원회는 "심사위원회 구성원은 목사·장로 등 법적 전문가가 아니고, 법 전문인이 1명 정도에 불과하다. 피상소인(심사위원회) 측에서 다소 애매한 취지로 자료를 제출하고 간명하게 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 재판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원심에 제출된 증거로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판결에 재판위원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판결문에는 "관여 재판위원 중 상소를 인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정족수에 미치지 못하여 주문과 같이 판단한다"는 표현도 함께 담겼다.

이동환 목사와 이 목사 지지자들은 10월 20일 감리회관 앞에서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감리회가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기도를 죄로 규정했지만, 계속해서 차별받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동환 목사와 이 목사 지지자들은 10월 20일 감리회관 앞에서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감리회가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기도를 죄로 규정했지만, 계속해서 차별받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정직 2년이 확정된 이동환 목사와, 이 목사를 지지한 이들은 판결 직후 감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리회 총회재판위원회 판결을 규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혜영 의원(정의당)은 "한국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있었던 재판에서 재판위원회는 여전히 독선과 편견으로 점철된 판결을 내렸다. 정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오늘 선고는 이동환 목사의 명예를 바로잡고 대한민국 교회가 한 걸음 더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어야 하지만, 세상의 약자들 앞에 교회 스스로 문을 닫아 걸었다. 교회는 오늘의 판결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네트워크 자캐오 사제(성공회 용산나눔의집·길찾는교회)는 "이 목사에 대한 재판 결과가 만약 무죄였다면, 감리회는 늦게나마 사회적 소수자와 동행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지만, 감리회는 수많은 이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렸다. 이는 성소수자는 물론이고 이 땅의 수많은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하는 이들을 정죄하고 부정하며 자신들만의 왕국에 유폐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동환 목사와 함께 사회적 소수자, 약자를 위해 계속 활동하자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 변호인으로 함께한 남재영 목사(빈들교회)는 "이동환 목사는 재판에서 진 것이 아니라 이겼다. 그릇된 법, 사람을 갈라치기 하고 혐오하고 배제하는 법이 있다면 다 같이 어겨야 한다. 이동환 목사가 걸어온 길이 세상의 정의를 실현하고 성소수자의 평화를 실현하고 성소수자가 교회 안에서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길을 가게 해 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제2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이 목사를 초청했던 이혜연 집행위원장(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도 "이동환 목사를 축복식에 부르겠다는 나의 욕심으로 누군가가 아픈 것 같아 괴롭기도 했지만, 이 목사와 이 목사를 돕기 위해 모인 수많은 동료 목회자와 교인들을 보며, 잘못된 것은 부당한 교회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더 이상 마땅히 해야 할 말을 두려움 때문에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는 판결 결과가 부끄럽고 서글프다면서도 "끝끝내 사랑이 이길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혐오의 목소리를 높이고 차별에 앞장선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부끄러워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더 이상 이전의 야만적인 세상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이 시간 이후로 다시 씩씩하게 하나님께서 맡기신 바 사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성애 찬성 및 동조'를 범과로 규정한 법을 고치는 데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는 "감리회가 부끄럽게도 가장 먼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조항을 만들었지만, 가장 먼저 폐기하는 교단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교리와장정의) 차별 조항을 폐기해 나가고, 그것을 넘어서 성소수자 성도들을 환대하고 긍정할 수 있는 목회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일들을 계속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상소심 재판은 재판위원회와 심사위원회의 비전문적 태도로 판결이 2년 만에 나왔다. 감리회 재판위원회는 2021년 1월 첫 재판 기일부터 교리와장정에 명시된 '공개재판' 원칙을 어겨 재판을 무산시켰고, 두 번째 재판에서는 총회재판위원장 조남일 목사가 과거 이 목사를 기소하는 데 가담했던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이었다는 제척 사유가 드러나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판을 차일피일 미뤄 2022년 1월이 되어서야 재판이 다시 진행됐다.

이동환 목사를 법정에 불러 세운 심사위원회도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 1년 만에 열린 2022년 1월 기일에는 검사 역할을 해야 할 경기연회 심사위원장과 서기가 모두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무산된 바 있다. 6월 열린 재판에서도 반동성애 진영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만 대리인으로 내보내 재판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동환 목사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한 민사소송도 고민하고 있다. 이동환 목사는 "(지금까지의) 재판 절차라든지, 오늘 판결에서 말한 내용 등을 변호사들과 잘 상의해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이 목사 변호인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종합사무소)와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 역시 "판결 이후 여러 절차에서도 끝까지 이 목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동환 목사 소감문 및 기자회견 성명서 전문.

이동환 목사 발언문

길고 지난했던 3년간의 재판이 마무리되었습니다. 1심 연회 재판에서 정직 2년을 선고받은 것이 2020년 10월 15일이고, 오늘이 2022년 10월 20일이니 이미 정직 처벌 기간을 마친 채 항소심 총회 재판의 결과를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축복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한국교회를 넘어 세계의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던 재판이었습니다. 이 재판의 모든 과정을 통해 감리회는 스스로 얼마나 차별적이고 전근대적 인식에 사로잡힌 집단인지를 낱낱이 보여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를 향한 이 유감스러운 판결은 역설적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를 향한 하나님의 안타까운 탄식일 겁니다. 저 역시 감리회의 구성원으로서 심히 부끄럽고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그럼에도 지난 3년은 우리 안에 자긍심을 세워 가고 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었습니다. 저와 여러분, 우리가 함께 엮어 온 나날들은 이 세상과 교회의 변화를 기어코 이끌어 낼 수십만의 시간 중 일부일지언정,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역사의 큰 강을 이루어 감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력과 저항들은 마중물로서 새 세상을 열어 가는 일에 사용될 겁니다.

낡은 율법적 질서를 답습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와 한국교회는 경직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저 거대한 교권 앞에서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저들은 하지 못하는 아름답고 놀라운 상상을 함께 해 나갈 겁니다. 그것은 성경에 기록된 바 이리와 어린양이 함께 어우러지며 서로 해치거나 상하게 하는 일이 전혀 없는 하나님나라의 비전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인간의 생각과 편견으로 제한하지 마십시오. 그날엔 모든 사랑이 숨김없이 당당할 것이며 모든 정체성의 퀴어들이 그 모습 그대로 아낌없이 존중받게 될 것입니다. 끝끝내 사랑이 이길 것이기에 그 사랑이 온 세상에 봄꽃처럼 만발하는 날을 기대하며 우리의 우애를 돈독히 하여 이 겨울을 버텨 낼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 혐오의 목소리를 높이고 차별에 앞장선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부끄러워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더 이상 이전의 야만적인 세상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뚫듯 우리의 애통하는 눈물과 하나님나라를 위해 수고로이 흘리는 땀방울이 견고한 편견의 벽에 구멍을 뚫고 마침내 하나님의 사랑이 막힘없이 흘러나오는 날이 오고야 말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괴물과 싸우며 또 다른 괴물이 되는 우를 범치 않을 겁니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그 크고 놀라운 계획 안에서 교회는 반드시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되어 나갈 것을 믿으며, 혐오에 맞서 포용과 환대와 관용 어린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성소수자를 정죄하는 감리회의 그리고 한국교회의 동료 목회자들과 신자들에게 고합니다. 저 역시 한때는 그대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어떤 만남으로 인해 나의 인식이 바뀌었듯, 그대들의 인식도 언젠가는 바뀌게 될 것이라는 소망을 품습니다. 여러분의 교회에는 혐오 설교를 견디다 못해 눈물을 흘리며 떠나야 했던 이들이 있었고 혹은 차마 떠나지 못해 숨죽인 채 머물러 있는 성소수자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그 사실을 꼭 기억해 주십시오. 바라건대 이 재판의 과정이 당신의 변화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 다시 앞으로 나아갑시다. 굳건한 연대로 '나 혼자'가 아닌 '우리'를 만들어 주신 대책위분들, 함께 마음 모아 기도와 응원을 보내 준 모든 분들의 진심 어린 우정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친애하는 성소수자 벗들에게 위로와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이 시간 이후로 다시 씩씩하게 하나님께서 맡기신 바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계속해서 사랑을 나누고 축복하며 부당한 것에는 저항하겠습니다. 이사야서 43장 18~19절의 말씀으로 발언을 맺겠습니다.

"너희는 지나간 일을 기억하려고 하지 말며, 옛일을 생각하지 말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일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내가 광야에 길을 내겠으며, 사막에 강을 내겠다." 아멘.

우리의 축복은 더 큰 물결이 되어 나아간다
-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의 이동환 목사 항소심 판결에 부쳐 -

오늘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위원장 조남일)가 이동환 목사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이동환 목사가 2019년 8월 31일 제2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이하 인천퀴퍼)에서 축복식을 집례한 행위가 교리와장정 일반재판법 제3조 8항,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 해당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경기연회 심사위원회(위원장 진인문)가 이동환 목사에 대한 동성애 찬성 및 동조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위원회(위원장 홍성국)는 확증 편향과 정치적 편견에 근거해 정직 2년을 선고했다. 우리는 항소심에서 보다 상식적인 재판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했으나, 총회 재판위원회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조차 지키지 않으며 수준 미달의 행태를 반복했다. 공개재판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재판부 전체가 교체되고, 재판위원장이 이동환 목사를 고발한 당사자임이 밝혀져 회피하고, 상소 각하 결정을 번복하고, 기소 주체인 심사위원장이 출석하지 않아 재판을 열지 못하는 등 파행이 거듭되는 동안 이동환 목사는 일상이 멈춘 채로 하염없이 고통받아야 했다. 교리와장정이 정한 2개월의 재판 기한을 몇 배로 경과하여 두 해가 넘어가는 동안 이동환 목사가 시무하는 영광제일교회 교인들은 목회적 지도를 받을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위원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총회 재판에서 우리 변호인단은 일반재판법 제3조 8항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자의적으로 확대, 유추 해석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에 유효한 직접적 증거인 예식문에 근거할 때 축복식의 내용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것이며, 그 자리에 있던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하나님께 사랑받는 존재임을 전하는 것이었다. 이는 범과가 아니라 기독교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동환 목사를 기소한 경기연회 심사위원회(이하 피상소인) 측은 우리가 이미 불복한 1심 판결문의 내용을 반복해서 읽거나, 성의를 착용했으니 찬성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이동환 목사가 지금 당장 동성애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인천퀴퍼에서 베푼 축복식이 어째서 제3조 8항에 저촉되는지 논리적으로 밝히는 데 계속해서 실패했다. 오히려 이동환 목사가 하나님의 이름을 능멸했다며 분노를 쏟아 내고, 재판 기간 동안의 행보를 낱낱이 열거하며 비난하고 공격하는 데 열의를 쏟았다. 그들은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교회에 대한 열정을 빌어 말했으나, 그 내용은 모두 이동환 목사와 성소수자를 향한 분노, 저주, 악의에 찬 공격과 모멸을 담고 있었다.

이 재판을 통해 우리는 한국교회가 축적해 온 혐오의 메커니즘을 상징적으로 목도한다. 교회는 그동안 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내부 단결을 강화해 왔다. 그 적이 한국의 전통문화일 때도 있었고 타 종교일 때도 있었으며, 분단과 이념 논쟁의 정치적 상황을 이용해 생겨날 때도 있었다. 교회가 나와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획일한 공동체로서 결속을 강화하는 동안, 존재의 다양성이 뿌리내릴 토양은 점점 사라져 갔다. 하나님이 각기 그 형상대로 지으시고 생기를 불어넣은 존재들이, 타자의 자리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자기 빛을 숨겨야 하는 것이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성소수자를 적으로 지목하고, 오염된 존재로 인식하며, 대화하지 않고, 곁을 내주지 않은 채 벼랑으로 내몬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성경에 대한 시대적, 문맥적 이해를 무시한 채 문자주의적 편견에 기대어, 한국교회 어떤 교단보다 앞장서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명문화한 사건이 그러하고, 축복기도를 한 목회자를 재판정에 세워 사상 검증을 한 사건이 그러하다. 감리회는 그릇된 편견에 사로잡힌 조항을 무기로 삼아 목회자와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스스로 사유하지 말고 무조건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라고 협박한다. 지침에서 비켜나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따를 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모멸감과 처벌이다.

혐오는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교회가 하나님의 이름을 덧입혀 성소수자를 정죄하고 저주의 언어를 퍼트릴 때 성소수자는 마치 신으로부터 저주받는 듯한 경험을 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 팽배한 혐오의 정서에 교회가 가장 큰 화력을 내고 있음을 볼 때, 그들을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은 다른 누구보다 바로 교회다. 게다가 신앙생활을 하는 성소수자에게 교회의 정죄는 마치 하나님으로부터 거부당하는 것과 같고, 이는 삶과 생명으로부터의 거부와도 같다. 하나님으로부터의 단절을 불러오는 이 조용한 학살의 폭력을 뚫고 태초의 사랑을 전하고자 했던 헌신이 바로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진행한 축복식이었다. 일상에 스미는 악의가 쌓여 존엄을 위협받을 때,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하나님의 축복을 가슴에 품고 계속해서 살아가라고, 부디 끝까지 함께 살아가자고 외치는 간절한 기도였던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죄가 되는가. 오늘 재판부가 이동환 목사에게 내린 유죄판결은 성소수자를 향한 하나님의 크신 사랑에 대한 배반이자 모욕이며, 한국 기독교의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치욕스러운 사건이 될 것이다.

소돔과 고모라는 동성애가 아니라 나그네를 환대하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어기고 낯선 이를 폭력적으로 능욕하려던 불의함 때문에 진노의 심판을 받았다. 하나님의 백성을 자처하면서도 약자를 향한 저주를 마음에 품고 폭력을 서슴지 않는 이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소돔과 고모라가 아닌가. 그러나, 소돔 땅에는 의인 10명이 없었지만, 지금 이동환 목사의 곁에는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동지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모였다. 그가 불의한 재판을 당하는 동안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터를 닦았다. 우리는 더 큰 물결이 되어 몰아칠 것이며, 절대로 좌절하거나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곳곳에서 축복을 하고, 우리를 다양하게 창조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며, 모든 존재가 각자의 빛을 찬란하게 빛낼 수 있는 교회를 세울 것이다. 교리와장정 제3조 8항을 바꿔 내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과 혐오를 걷어 내어, 성소수자 환대 목회에 앞장서는 자랑스러운 감리회의 역사를 쓸 것이다. 우리는 불의한 교회의 시대와 불화하고 가는 곳마다 불경한 파열음을 낼 것이다.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태풍을 가두고 천둥을 물리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우리를 저주하고 처벌한 당신들까지도, 우리가 꿈꾸는 하나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게 만들 것이다. 

2022년 10월 20일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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