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구권효 기자입니다.

11월이 되면 '시간 참 빠르다'는 말이 훅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벌써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저에게는 오히려 12월이 된 것보다 더 무섭게(?) 다가오는데요.

이번 주 편집회의에서 기자들이 저를 놀리더군요. 내일모레면 40이라고; 억울하기는 했지만 저도 예전에 똑같이 누군가를 놀린 적이 있어서 할 말이 없었습니다….

29살 때 <뉴스앤조이>에 들어와 39살이 되었네요. 30대를 고스란히 <뉴스앤조이>에서 보냈습니다. 쏟아지는 업무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살고 있네요. 지금도 미래를 생각하면 깜깜하지만, 지난날을 돌아보면 정말 일용할 양식을 먹고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스앤조이>에서 배운 것이 많습니다. 업무뿐만 아니라 인생과 신앙에 대해서도요. 가장 큰 가르침을 준 것은 역시 제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입니다. 저희가 만나는 사람 대부분은 억울한 일을 당해서 어디 호소할 데가 없는 분들인데요. 저 같았으면 진작에 신앙을 버렸을 것 같은 일을 겪고서도, 도대체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신앙이라는 끈을 붙잡고 있는 분들을 보며, 하나님은 누구인지, 교회란 무엇인지 많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저와 함께 일했던 우리 <뉴스앤조이> 식구들입니다. 물론 반면교사가 됐던 사람도 있었지만(...) 저를 '참아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 제가 존재한다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특히 편집국장 일을 4년간 하면서 제가 기자들·직원들에게 좀 못되게 굴기도 했는데요. 저 잘난 줄 알았던 일들 대부분이, 오히려 저의 모남을 다른 사람들이 받아 준 일이더군요. 저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뉴스앤조이>를 믿고 후원해 주시는 분들입니다. 기자들은 종종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말을 합니다(ㅋㅋ). 실제로 저희는 대형 교회 목사나 어떤 연합 기관 회장 앞이라도 주눅 들지 않습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저희가 특별히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뉴스앤조이> 뒤에 후원회원님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후원회원님들의 존재를 생각하면서 겸손을 많이 배웠습니다.

'10년'이라는 말에 상징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괜히 '지난 10년'을 돌아보게 되니 말이죠. 솔직히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돌아보니 감사한 일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처치독 구독자분들 중에서도 어떤 이유에서든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다들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편집국 권효

친절한 뉴스B

이태원 참사
애도하는 교계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롬 12:15)

지난 10월 29일 벌어진 이태원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가의 재난 안전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많은 이가 분노하고 있습니다. 참사 직후 한국 기독교계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한 애도의 메시지를 일제히 발표했습니다.

사역기획국 요셉


B형간염과 간암을 극복하고
페미니스트가 된 사모님

평생 조신하게(?) 살아온 사모님이 있습니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인 그는 50대 초반에 간암 진단을 받아요. 수술로 암덩어리를 절제했지만 병원 치료는 거기까지였습니다. 몸 상태에 대한 질문을 묵살하는 병원에 더 이상 자기 몸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 거예요.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고 선언하며 스스로 자기 몸을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자연의학에 눈을 뜨고 자연식과 단식을 실천하면서, 없던 B형간염 항체가 생겨날 정도로 건강을 회복합니다.

사모님은 자기 몸만 접수한 게 아니었어요. 늘 자신을 억누르며 살아온 삶을,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으로 바꿔 냅니다. 주도적으로 독서하고 사람들과 토론하며 자기를 설명해 낼 언어를 만나게 돼요.

몸에 대한 공부를 통해 갱년기 에너지를 긍정하고,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가부장제에 굴종해 온 삶을 뼈저리게 후회하죠. 잉꼬부부인 줄 알았으나 실은 가부장적 위계 아래 형성된 목사 남편과의 관계도, 정직하게 싸우며 끈질기게 대화한 끝에 재설정합니다. 함께 공부하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평등한 친구로 말이에요. 사모님은 이 모든 여정을 "찬란한 성장통"이었다고 말해요.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생각비행) 저자 김화숙 작가가 바로 그 사모님입니다. 8년간 몸을 접수하고 삶을 혁명하기까지 울고 웃으며 걸어온 내적 성장 과정을 에세이로 펴낸 것인데요. 환갑을 넘긴 분께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글이 너무 솔직하고 생기발랄해 술술 익힙니다. 자기 주도형 자연 치유법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과 신앙을 갈망하는 독자분들도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해요.

사역기획국 은석


법원, 장신대 '무지개 행동' 학생들
양심의자유·학습권 침해 인정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에서 채플이 끝나고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부당 징계를 당한 학생들이 양심의자유와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장신대는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한 학생에게 기사 링크를 보내 주니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학교가 제발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말 사과를 받고 싶다고,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4년 반 전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하는 의미로 사진을 찍은 것이 이런 결과를 불러올지 몰랐을 것입니다. 이들의 마음이 어떨지 저는 가늠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이 진행돼 온 과정을 보면, 장신대가 교단 내외 반동성애 세력에 굴복해 학생들을 징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대형 교회와 반동성애 진영의 눈치를 보며 학생들의 양심과 권리를 침해한 교수들은 그대로 있지만, 목회자를 꿈꾸던 학생들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편집국 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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