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하얼빈>으로 떠나 볼까요

얼마 전 김훈 작가의 소설 <하얼빈>을 읽었습니다.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어우러져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는 한 번 정독한 후 딸아이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고 있는데요. 소리 내서 읽으니 문장의 의미가 선명하게 직관적으로 다가오네요. 한편으로는 낯선 단어와 표현들 때문에 발음이 상당히 새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답니다. 이제 생후 80일인 딸아이에게는 외계어로 들리겠지만, 언젠가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기를 바랄 뿐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소설에는 안중근 의사의 신앙관이 간간이 드러나는데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는 끌려가 심문을 받는데, 전혀 위축하지 않고 할 말을 내뱉습니다. 다음은 소설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그대가 믿는 천주교에서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죄악이 아닌가?" (미조부치)

"그렇다. 그러나 남의 나라를 탈취하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자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다. 나는 그 죄악을 제거했다." (안중근 의사)

이 대목을 읽을 때 심장이 요동쳤습니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어 보이는 그물망 같은 질문에 안중근 의사는 피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맞받아쳤습니다. 총칼도, 예견된 죽음도, 안중근 의사의 기개를 꺾지는 못했습니다.

책에서 안중근 의사의 멘토인 빌렘 신부는 세상과 하느님나라를 이분화하면서, 이 땅에서는 일제에 저항하지 말고 '근면한 국민'이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안중근 의사는 자신의 신념과 신앙에 따라 역사적 임무를 완수합니다.

<하얼빈>을 읽으면서 간만에 '영'이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아울러 500년 역사를 지닌 조선이 망한 것은 '내부가 썩어서'가 아니라 '일제의 침략' 때문임을, 이름 없는 의병들이 들고일어나 일제 침략에 맞서 항거했음을, 그 선조들의 피로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고 있음을 되새겨 봅니다. 이참에 <하얼빈>으로 함께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

편집국 용필

친절한 뉴스B

'성소수자 축복기도는 죄'
이동환 목사 정직 2년 확정한 감리회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가 이동환 목사에게 내린 '정직 2년'을 결국 확정했어요.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를 향해 축복기도를 한 것이 '동성애 찬성 및 동조'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인천 퀴어 문화 축제는 사회가 아직까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이런 집회에 가서 그들을 축복한 것은 동성애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목사에게는 정직 2년이라는 징계가 가혹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지킬 수 있는 '감리회 전통과 질서'가 더 중요하다고도 판단했는데요.

마지막까지 일말의 희망과 기대를 걸었던 이동환 목사와 지지자들은 결국 교단이 '축복'을 '정죄'하기로 확정하자 실망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장혜영 의원(정의당), 자캐오 사제(대한성공회) 등 이날 선고에 참석한 이들은 "교회가 스스로 문을 닫아 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총회재판위원회는 교회 재판을 왜 신뢰할 수 없는지, 그 무능함과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 줬습니다. 공개재판 원칙, 재판은 2개월 이내에 판결한다는 원칙은 모두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총회재판위원장 조남일 목사는 이동환 목사를 기소하는 데 가담했던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이었고요. 검사 역할을 해야 하는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회 서기는 재판에 수차례 불출석해 재판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의 목회 인생이 걸린 중요한 재판에서 감리회는 혐오 세력의 눈치를 보며 불성실하고 불공정한 재판으로 역사에 기록을 남겼습니다.

편집국 승현


'하나님 음성' 듣고 교회 세습?!

올해 초 여수은파교회(고만호 목사) 세습 문제를 취재할 때 들은 이야기인데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여수노회 소속 한 목사는, 여수은파교회 말고도 세습을 준비 중인 교회가 몇 개 더 있다고 했어요.

대놓고 교단법을 어긴 여수은파교회는 무수한 비판을 받다가 교단을 탈퇴했고, 이 문제로 여수 교계가 떠들썩했으니 '설마 그럴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네… 그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예장통합 여수노회 소속 선교중앙교회가 10월 16일 공동의회를 열고, 최채환 담임목사의 아들을 청빙하기로 결의했어요.

여수은파교회 세습 사태를 겪어 놓고도 세습을 강행한 이유가 궁금했어요. 선교중앙교회 장로들에게 연락을 취했더니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 교회는 여수은파교회와 다르다. 거기는 계획적으로 하지 않았나. 교회가 먼저인가? 교단이 먼저인가? 교단법보다 개교회의 뜻이 더 중요하다."

"부흥강사가 '하나님이 이분(아들)을 굉장히 크게 쓰신다'고 하니까, 목사님 생각이 바뀌게 됐다."

이번에는 그 부흥강사가 누군지 궁금해서 알아봤는데, 고영순 원장(대전기도원)이더군요. 기독교대한감리회 권사인 고 원장은 과거 암을 낫게 할 수 있다면서 침을 놓거나 샴푸와 치약 등을 팔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요.

지난 8월 선교중앙교회 부흥회를 인도하면서 "목자의 신발을 아들에게 신겨라"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면서, 최 목사의 아들을 후임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더군요.

세습한 교회들은 저마다 그럴싸한 이유를 대긴 하는데, 이제는 하다못해 '하나님의 음성' 드립까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편집국 용필


길고양이 쓰레기통에 넣은 목사

황당하고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새끼 길고양이 한 마리가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고, 구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고양이를 쓰레기통에 넣은 사람이 '목사'라는 말에 잠깐 머리가 멍해지더라고요.

그 목사와 통화했습니다. 목사는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그간 길고양이들 때문에 불편했다는 말만 늘어놨습니다. 그 불편함까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작은 생명에게 그렇게까지 해야 했느냐는 거죠, 그것도 목사가.

"목사는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잖아요."

사건을 공론화한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의 말을 듣고 왠지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마침 그 목사의 교회 간판에도 '영혼 구원(생명)'이라고 자기 사역을 설명하더군요. 작은 생명을 막 대하는 목사가 어떤 생명을 구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편집국 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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