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여수노회 소속인 선교중앙교회도 교단법을 어기고 부자 세습을 강행했다. 네이버 로드뷰
예장통합 여수노회 소속인 선교중앙교회도 교단법을 어기고 부자 세습을 강행했다. 네이버 로드뷰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 소속 교회가 또 세습을 결정했다.

최채환 목사는 여수 선교중앙교회를 개척해 30년간 시무해 왔다. 아이 어른 합쳐 500명에 이르는 중형 교회를 일궜고 내년에 은퇴할 예정이다. 최 목사는 평소 목회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고 한다.

선교중앙교회는 지난 8월 21일, 28일, 30일, 31일 부흥사 고영순 원장(대전기도원)을 초청해 부흥 성회를 열었다. 고 원장은 과거 암을 낫게 할 수 있다면서 침을 놓거나 샴푸와 치약 등을 팔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치유 집회 타이틀을 내걸고 개교회 집회를 꾸준히 이어 오고 있다. 고 원장은 31일 선교중앙교회 집회에서, 자신이 기도하면서 꿈을 꿨는데 최 목사의 아들을 후임으로 세우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나는 여기 목사님 아드님이 있는 것도 모르고, (하나님이) 어제그저께 밤을 안 재우시는 겁니다. 자꾸 기도만 시키시더니 우리 하나님이 '이 교회는 누구도 감당할 자가 없으니, 목자의 신발을 아들에게 신겨라. 목자에게 아들이 있느니라. 그 종을 이곳에 세우기를 주가 원하노라' 그러시면서 예수님이 금장화를 벗기더니 그 아들에게 신기고 또 하나는 이 교회 장로님에게 신기셨어요. 장로님들이 가셔서 (아들 목사님) 모셔 오는 것까지 제가 응답을 받았어요."

고 원장은 직전 집회에서 직분이 생략된 이름만 적힌 특정인의 감사 헌금 봉투를 보고 하나님의 메시지를 받았다고도 했다. 그 감사 헌금 봉투는 최채환 목사가 아들의 이름을 적어 낸 것이었다.

"(최채환 목사님이) 직분도 안 쓰시고 (아들) 이름으로 감사 헌금을 올렸잖아요. 그런데 우리 하나님이 (그 감사 헌금 봉투를 보고) '큰 종이다. 엄청난 큰일을 할 종이다. 이 종을 통해서 목사들의 양심을 일러 회개를 시키고 목사들을 참된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종이니라' 하면서 그 헌금만 받는대요. (헌금 봉투에) 직분을 안 써서 (아들 목사인지) 몰랐어요. 우리 하나님이 '보라, 장대한 종이 되리라. 그 종을 통해 갑절로 교회가 부흥되고, 풍성이 차고 넘치는 재단이 되리라. 이 교회는 누구도 감당할 자가 없느니라'(라고 했어요)."

고영순 원장은 지금이라도 감사 헌금 봉투에 직책을 써 넣으라면서 최 목사 부부를 강단 앞으로 불러냈다. 마이크를 잡은 최 목사는 가족들 이름으로 감사 헌금을 하면서 일부러 직분을 안 썼다고 말했다. 만일 부흥강사가 헌금 기도를 할 때 아들 목사를 언급하면 하나님의 뜻으로 믿고 따를 생각이었는데, 마침 고 원장이 '아버지의 신을 벗겨서 아들에게 신겨라'라는 메시지를 전해 놀랐다고 말했다.

최채환 목사는 "이제 그것이 주님의 뜻인데, 주님이 어떻게 역사하실지 모른다. 주님이 역사하시는 대로 우리는 따라가며 순종해야 한다. 여러분은 그렇게 아시라"라고 말했다. 이어 최 목사는 교인들 앞에서 자기 공치사를 늘어놓았다. 교회에서 새 차를 사 주겠다는 걸 마다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교회에 반납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들도 교회에 다 넘겨줬다고 했다. 이렇게 자신은 교회에 미련이 없다면서도, 부흥강사가 한 이야기를 당회원들과 교인들이 들었으니 기도하면서 결정을 내려 달라고 했다.

'세습하지 않겠다'는 최 목사의 말은 이날 집회를 끝으로 더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후 당회는 최 목사의 후임으로 아들을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선교중앙교회는 10월 16일 공동의회를 열고, 필리핀에서 사역하고 있는 최 목사의 아들을 후임으로 청빙하기로 했다. 공동의회 당시 세습을 반대하는 한 교인이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은파교회와 다르다는 선교중앙교회 장로들
"여수은파교회는 계획적으로 한 것"
최 목사 "아직 확정된 것 아냐, 아들은 올 생각 없어"
선교중앙교회 장로들은 불법 세습으로 논란을 빚은 여수은파교회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여수은파교회는 계획적으로 세습한 것이고, 선교중앙교회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받아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선교중앙교회 장로들은 불법 세습으로 논란을 빚은 여수은파교회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여수은파교회는 계획적으로 세습한 것이고, 선교중앙교회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받아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선교중앙교회는 올해 초 불법 세습으로 논란을 자초한 바 있는 여수은파교회(고만호 목사)가 있었던 여수노회(최종호 노회장)에 속해 있다. 여수은파교회는 거센 비판에 교단을 탈퇴했고, 여수노회는 올해 4월 고만호 목사를 제명 처리했다.

노회가 불법 세습으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는데도 아랑곳않고 같은 전철을 밟은 선교중앙교회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장로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A 장로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교회는 여수은파교회와 다르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서 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무엇이 다르냐고 묻자, A 장로는 "거기는 계획적으로 하지 않았느냐"면서 "교회가 먼저인가? 교단이 먼저인가? 교단법보다 개교회의 뜻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B 장로는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그는 부흥회 이후 최채환 목사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목사님은 매우 보수적이다. 그래서 그런 것(세습) 안 한다는 쪽으로 많이 밀어붙여 왔다. 그런데 부흥강사가 '하나님이 이분(아들)을 굉장히 크게 쓰신다'고 하니까, 목사님 생각이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교회에 아들 목사가 있는 줄 몰랐다", "감사 헌금 봉투를 보고 하나님 메시지를 들었다"는 고영순 원장의 말이 거짓말이거나 최 목사와 짜고 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B 장로는 "내가 목사님을 몇십 년 지켜봐 왔고, 또 그분들이 강단에서 그런 거짓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 안 한다. 그런 생각이 들고 믿음이 가서 (당회와 공동의회에서) 그런(청빙)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여수은파교회 세습 사태로 여수노회가 난리를 겪은 걸 알고도 세습을 강행한 이유를 묻자, B 장로는 "상황이 다르다. 최 목사님은 부흥강사가 (아들을) 세워야 한다고 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고만호 목사님을 굉장히 존경해 온 입장인데 핏줄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보다"라면서 A 장로처럼 여수은파교회 세습과는 다르다는 취지로 말했다.

선교중앙교회가 아들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의는 했지만 최종 확정은 아니라고 했다. 만약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아들 목사가 청빙을 거부하면 다른 목사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교회는 30주년 기념으로 필리핀에 6억 원을 들여 선교 센터를 지었다. 거기서 아들 목사님이 사역하고 있다. 만약 목사님이 오기 싫다고 하면 청빙 절차를 다시 밟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최채환 담임목사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최 목사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결정이 안 됐고 본인(아들)도 올 생각이 없다. 공동의회를 했지만 본인이 오겠다는 소리도 안 하고 있고, 이력서를 낸 것도 아니다. 그저 성도들의 뜻만 확인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아들이 오지 않을 경우 당회원들과 은퇴장로들이 의논해 청빙 절차를 다시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흥회에서 받은 메시지 때문에 세습을 결정한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최 목사는 "몇 년 전부터 그런 응답(아들 청빙)을 받은 교인들이 좀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이 어떻게 하시는지 지켜보자고, 하나님 뜻이라면 우리가 억지로 해서 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응답받았다고 하면 물의밖에 안 생기니 내가 그 이야기도 못 하게 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세습할 생각이었다면 필리핀에 선교 센터도 짓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최채환 목사는 "만약 아들이 온다고 하면 선교 센터 정리하는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올해 초 오픈했는데 60~70명이나 모이고 있다"면서 "나는 다 비웠다. 아파트도 정년을 앞두고 교회에 환원해 줬다. 그런(세습) 욕심이 있었다면 선교지에 센터도 안 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교회를 관리·감독해야 할 여수노회의 입장을 듣기 위해 최종호 노회장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여수은파교회 세습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연락을 받지 않았다.

여수노회 소속 한 목사는 선교중앙교회뿐만 아니라 몇몇 교회도 세습을 준비 중이라면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노회에는 선교중앙교회 말고도 세습하려는 교회가 3~4개는 된다. 공적인 교회를 개인 사유화해 자식에게 물려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나님도 원치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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