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 열린 감리회관 16층에는 이동환 목사가 담임하는 영광제일교회 교인과 여러 인권 단체 회원 30여 명이 모여 피켓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재판이 열린 감리회관 16층에는 이동환 목사가 담임하는 영광제일교회 교인과 여러 인권 단체 회원 30여 명이 모여 피켓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퀴어 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축복식을 했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경기연회에서 정직 2년 징계를 당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에 대한 총회 재판 공판절차가 마무리됐다.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는 10월 6일 서울 광화문 감리회관에서 재판을 열어, 상소인 이동환 목사 측과 피상소인 경기연회 측의 최후진술을 들었다.

이동환 목사는 2020년 10월 15일 경기연회 재판위원회에서 정직 2년을 선고받았다. 경기연회는 이 목사가 2019년 열린 제2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해 축복식을 한 일이, 감리회 교리와장정 일반재판법 제3조(범과의 종류) 8항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목사는 총회 재판위원회에 상소했고, 이 재판이 약 2년간 진행된 것이다.

재판 쟁점은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해 축복식을 한 것이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하지만 경기연회 측은 이번 공판에서, 이동환 목사가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기 전후의 언행을 언급하며 이 목사는 '동성애 지지자'라는 식으로 진술했다. 이에 이 목사 측은 "이동환 목사가 어떤 의도로 그 자리에 갔는지는 이 재판의 쟁점이 아니다. 이 목사가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해 축복식을 한 것이 교리와장정에 위배되는지가 쟁점이며, 감리회에서는 한 번도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하는 것이 교리와장정 위반인지 유권해석 등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연회 측 보조참가인들은 가관이었다. 한 목사는 "징계를 받았으면 자숙을 해야 하는데, 이동환 목사는 137년 된 교리와장정을 바꾸겠다고 한다"며 "하나님의 이름을 얼마나 능멸했는지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발언했다. 또 다른 목사는 "이 목사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해 왔다고 하는데, 우리 감리회는 사회적 약자에서 성소수자는 제외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재판 쟁점과 관련도 없고 사실도 아닌 감정적인 발언이 이어지자, 이동환 목사 측에서 제재를 요청했고 재판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경기연회 측 한 목사는 공판 내내 불량한 태도로 임해 재판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기연회 측 박성제 변호사(법무법인 추양가을햇살)는 "퀴어 문화 축제의 목적이 동성애자들을 옹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연회 재판위는 이 목사가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해 축복식을 한 행동을 '동성애 찬성·동조'로 판단했다"며 다시 쟁점을 돌려놨다. 하지만 그 또한 말미에 "지금이라도 이 목사가 '동성애는 죄다'라고 한마디만 하면 재판을 할 이유가 없다.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말하지도 못하면서 왜 이렇게 재판을 하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쟁점과 빗나가는 이야기를 했다.

이동환 목사 측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례로 혐오와 차별에 저항한다는 의미도 있다. 경기연회 측은 계속해서 어떠한 논거도 제출하지 않고 '우리가 판단했으니 죄다'라고 주장한다. 이동환 목사는 지금 그 판결에 불복해 총회에 상소한 것이다. 우리는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는 국내외 교단·단체들의 입장을 이미 모두 서면으로 제출했다. 이런 부분을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는 공판 후 브리핑 자리에서 "총회 재판위원회가 무죄를 내려 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동환 목사 측 보조참가인으로 참석한 황인근 목사(문수산성교회)는 "이동환 목사는 목회 활동 내내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했다. 그곳에서 성례를 집례하고 그들과 기도해 왔다. 그 사람들이 의인이어서가 아니라, 목회자라면 다른 사람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축복하는 것이 목회적 상무이기 때문이다. 그 상무가 노동자와 철거민에게는 가능하고 성소수자에게는 안 된다는 것인가. 이걸 무조건 동성애 동조·찬성이라는 틀에 끼워 맞추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 목사에게 유죄를 선고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어느 곳에 가서 축복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는 최후진술에서 "내가 믿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유일하게 요구하시는 것 또한 사랑이다. 그 사랑으로 축복을 했다. 이는 계속해서 땅끝으로 나아가며 사랑의 지경을 넓혀 가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에 대한 실천이었다"며 "우리는 신학교 시절 교회사 시간에 교회가 행했던 부끄러운 역사들을 배웠다. 당대의 인식적 한계 때문이었고, 지금으로서는 그저 부끄러운 과거일 뿐이다. 부디 이 재판의 판결이 후대에 또 한 줄의 부끄러운 역사로 남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총회 재판위원회는 이것으로 공판을 마무리짓고, 10월 20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이동환 목사와 황인근 목사의 최후진술문. 

이동환 목사 최후진술문

저는 지난 2020년 10월 경기연회 재판에서 정직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동성애에 찬성하고 동조한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저는 2019년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축복식을 했습니다. 저는 목사입니다. 저는 평생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기로 결단했으며, 제 삶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하나님을 향한 저의 진실된 신앙입니다. 그리고 제가 믿는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유일하게 요구하시는 것 또한 사랑입니다. 그 사랑으로 축복을 했습니다. 이는 계속해서 땅끝으로 나아가며 사랑의 지경을 넓혀 가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에 대한 실천이었습니다.

이미 재판위원님들께서 내용을 다 보셨겠지만 제가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한 축복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은총과 사랑을 내려 주시기를 빌어 준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결코 인종, 성별, 나이,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 등 사람이 구분해 놓은 것을 뛰어넘어 모든 이를 사랑하시는 분이심을 믿습니다. 또한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를 포함한 그 누구도 하나님의 크고 넓고 깊은 사랑에서 빗겨 날 수 없음을 믿습니다. 

퀴어 문화 축제장 바깥 쪽에서는 수백 수천의 그리스도인들이 와서 저주와 욕설과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언어를 내뱉었습니다. 이미 2018년에 있었던 1차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폭력을 사용해 현장에서 체포되고 형사처벌까지 받은 목사가 있기도 했거니와, 제가 갔던 2019년 2차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도 그러했습니다. 성소수자들은 이런 분들을 혐오 세력이라고 부르더군요. 참담하고 창피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 시대의 종교 권력자들이 죄인이요 저주받은 이들이라 부르던 사람들과 더불어 먹고 마시며 그들의 친구요 인권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 주셨습니다. 그런 예수를 따르는 교회는 응당 그 발자취를 좇아 그렇게 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혐오 세력이라니요. 

하나님의 사랑이 축복의 언어로 축제 참가자들에게 전해질 때 그들이 환히 웃는 모습을 기억합니다. 축복식이 끝난 후 굳이 저를 찾아와 교회에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는데 축복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인사하시던 분도 기억납니다. 저는 동성애에 대해 모릅니다.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더더군다나 그분들의 성관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여기 계신 그 누구의 성생활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그저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사랑하셨던, 이들의 존재를 위해 축복했을 뿐입니다. 목회자로서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한 곳에 그 사랑을 전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신 이유라 믿습니다.

2000년 전 베들레헴의 사람들은 예수님께 빈자리를 내어 드리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계실 빈자리가 없다고 마리아 일행을 외면했던, 그때 그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 감리회의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은 가난한 자, 병든 자, 옥에 갇힌 자, 억압당한 자의 모습으로 오시며,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 예수님은 어떤 존재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찾아오실까요. 

우리는 신학교 시절 교회사 시간에 교회가 행했던 부끄러운 역사들을 배웠습니다. 이전에 우리는 성경을 근거로 마녀사냥을 했고 십자군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이전에 우리는 성경을 근거로 천동설을 믿으며 지동설을 주장했던 이들을 억압했습니다. 이전에 우리는 성경을 근거로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취급했으며 노예제도를 정당화했습니다. '채찍으로 때려도 죽지 아니하리라'는 말씀으로 아이를 향한 체벌과 학대를 정당화하기도 했습니다. 당대의 인식적 한계 때문이었고, 지금으로서는 그저 부끄러운 과거일 뿐입니다. 부디 이 재판의 판결이 후대에 또 한 줄의 부끄러운 역사로 남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내 사랑하는 감리회가 세상의 빛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제가 바라는 교회의 모습은 이 재판이 보여 준 수많은 편견 너머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왜곡 없이 펼쳐질 그런 교회와 세상을 꿈꿉니다. 저는 제 부족함을 사용하여 일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사랑의 뜻에 합한 길을 걸으려 노력해 왔습니다. 계속해서 저와, 그리고 앞으로 감리회에서 목회하게 될 후배들이 당당하게 하나님의 일을 하고 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고 감리회 성도라는 이름으로 신앙생활을 하게 될 모든 이들이 차별과 배제가 아닌 사랑과 환대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찾을 수 있도록 자랑스런 감리회의 신앙의 선배 된 재판위원들께서 무죄판결로써 든든한 이정표를 세워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주님께서 오늘 우리와 이 재판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기를, 위로와 새 힘을 내려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황인근 목사 최후진술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재판위윈님!

오늘 사회는 교회를 골칫덩이 보듯 합니다. 시대에 뒤떨어져서가 아닙니다. 실은 복음대로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제일이라고 말하고는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 말하고 분리합니다. 사랑이라고 써 놓고는 온갖 차별과 미움의 말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이 자리도 그렇습니다. 여기 어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이 있습니까! 성경이 그렇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성경이 전하는 바를 세상 통념에 끼워 맞춰 곡해하고 있는 것이 심히 염려됩니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땅끝까지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고, 세레를 베풀고 주님이 가르쳐 주신 것을 전하고 지키게 하라"고 하셨는데, 땅끝은커녕 우리 곁에 있는 사람조차 부정하고 맞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급조된 장정 조항 한두 줄을 무기 삼아 말입니다. 땅끝은커녕 우리 곁에 가까이 온 사람들마저 몰아내고 있는 것을 사회가 안타깝게 보고 있으니 심히 비참한 마음입니다.

어떻게 '축복을 죄'라고 합니까! 축복은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오래된 신앙의 표현 중 하나입니다. 창세기 47장에 야곱이 바로를 축복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바로가 하나님을 잘 믿어서가 아니라 야곱이 하나님을 잘 믿어서입니다. '축복'은 말 그대로 복을 빌어 주는 것입니다. 목사가 복을 내려 주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그 사람에게 복을 내려 주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요 청원입니다. 축복은 목회자의 직무요 사명이기도 합니다.

성 어거스틴은 "교회란 성도의 모임이며, 교회의 목회나 설교의 타당성은 목회자의 도덕성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회는 이미 1700년 전 도나투스 논쟁을 통해 '성례'가 주님의 은총이지 목회자·성직자의 도덕성이나 능력이 아님을 분명히 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1700년이 지난 지금 목회자가 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했다고 그것이 '동성애 지지·찬성'이라는 참담한 장정 조항을 앞세워 오랜 믿음의 전통과 성경의 가르침을 뒤엎고 있습니다. 믿음이라 말하지만 실은 오랜 인습과 그릇된 통념이라는 것을, 우리가 알고 세상이 압니다.

우리가 이 재판의 요지로 삼는 교리와장정은 2년에 한 번씩 변화합니다. 감리교회는 진보를 체험하는 교회입니다. 더욱이 '장정'은 '교리'의 원칙을 근거하여 책정되고 변화합니다. 교리는 성경을 근거로 하며 그 준용은 신학적 성찰과 연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오늘 재판은 한국 감리교회가 큰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 줍니다. 우리 교회가  표준으로 삼고 따르는 성경과 교리를 다시 한번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2년에 한 번 수정되는 몇몇 조항이 아니라 성경과 교리를 깊이 숙고해 판결해 주시기를 간곡히 청원합니다.

교리 제2절 '기독교대한감리회 신학을 위한 지침'입니다.

1. 성경

"(전략) 우리 신학의 과제는 성경 본문의 축자적 반복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선포되는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의 말씀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데 있다"고 전합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축자적 해석을 하지 않습니다. 성경의 시대적·문맥적 이해를 바탕으로 신학적이고 신앙적으로 성경의 말씀 앞에 섭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한국교회에서 처음으로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시작했습니다. 성경을 축자적으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신앙·신학적 태도로 맞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자리는 신학 연구를 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그릇된 문자주의적 편견에 기대어 이 고발을 하고 있으니, 심각하게 우리의 신학을 교리에 입각하여 점검해야 합니다.

세계 교회의 동향을 알고 계십니까? 성소수자 사안에 대해 미국장로교회는 40년간 연구·토론하였고 미국감리교회 역시 20년이 넘었습니다. 영국감리교회·캐나다연합교회를 비롯해 세계 교회의 유수 교단들이 성소수자에게 입교와 세례, 목사 안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목사 안수를 줄 수 있느냐가 다른 교단들의 논쟁인데, 우리는 축복으로 목사직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들이 성경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깊이 연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몇 해 전 아무 연구 없이 졸속으로 만든 허술한 규칙에 마구잡이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3. 체험

"(전략) 특히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공포와 기아, 고독과 절망 그리고 잘못된 경제구조, 핵 시대가 초래한 인류와 생태계의 위기 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체험은 성서적 규범에 비추어 해석되어야 하며 또한 그것은 성경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이 경험은 성서적 규범에 비추어 해석되어야 하고 또한 성경을 새롭게 이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동성애' 사안에 대한 기독교인의 판단, 오랫동안 쌓여 온 통념으로 재판되어선 안 됩니다. 오늘 이 사안이야말로 교회가 사회에 더 분명한 성도적 태도를 보여 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4. 이성

"(전략) 웨슬리는 성경적 진리의 증거를 인간의 체험, 곧 중생과 성화의 체험에서 찾았지만, 이와 함께 일상적 삶의 체험과 결부된 상식적인 지식에서도 찾았다. (중략) 계시와 이성, 신앙과 과학, 은총과 자연 사이의 연관성을 식별하려는 신학적 노력은 신앙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믿을 수 있고 그들과 의사 소통할 수 있는 교리를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우리의 교리는 상식적인 지식을 존중합니다. 특별히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믿을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교리를 작동한다고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가 다 동성애자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퀴어 축제가 음란 축제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에도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상식입니다. 그것을 싫어할 수 있지만 정죄해서는 안 됩니다. 성소수자라고 해서 우리의 이웃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교회는 모든 이들을 주님의 형상으로 바라보고 환대하는 신앙 공동체입니다.

감리교회는 성서와 전통, 체험 그리고 이성적으로 이 사안을 맞이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납득하고 따를 수 있는 복음의 길을 열 수 있습니다.

5. 토착 문화

"(전략) 한국 감리교회는 진보적이므로 생명이 있는 이의 특색을 가졌으니 곧 시대와 지방을 따라 자라기도 하며 변하기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장정이 2년마다 수정되고 보완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교리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장정은 무결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장정 수호를 목적으로 나아가는 이들이 아닙니다. 진리를 따르는 일이 성도의 사명입니다.

교리를 거슬러 몇 개의 구절만을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이며, 더구나 제대로 된 연구도 없이 사회적 통념으로 재판하는 것이 선교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겠는가 반성해야 합니다.

한국 감리교회는 진보적입니다. 이 진보적 특성은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은 감리교회의 자랑입니다. 무조건적인 동성애 정죄야말로 시대의 풍조를 따르는 그릇된 모습입니다. 우리는 시대와 현장에 맞게 임하시는 그리스도의 부름에 응답해야 합니다.

제3절 우리의 신앙고백

"(전략) 우리 교회의 회원이 되어 우리와 단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교리적 시험을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의 중요한 요구는 예수 그리스도께 충성함과 그를 따르려고 결심하는 것이다. 웨슬리 선생이 연합 속회 총칙에 요구한 바와 같이 우리의 입회 조건은 신학적보다 도덕적이요, 신령적이다. 누구든지 그의 품격과 행위가 참된 경건과 부합되기만 하면 개인 신자의 충분한 신앙 자유를 옳게 인정한다." 교리적 선언의 서문입니다.

"단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교리적 시험을 강요하지 않는다" 했습니다. 그들이 하나님의 복을 바라며 축복을 요구할 때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자격을 물어 축복하는 것은 복음적이지 않습니다. 주님은 누가복음에서 "누가 이웃입니까?" 하며 자격을 묻는 이들에게 "누가 이웃이 되겠느냐?" 물으시며 이웃이 되라는 명령을 주셨습니다.

제가 이동환 목사를 처음 본 것은 10년 전 어느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기도회였습니다. 그는 전도사였고 조용히 해고 노동자들의 곁에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친구가 진실하게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거리로 내몰린 이들을 위한 기도회에서, 동양시멘트 해고 노동자들의 천막에서, 그리고 얼마 전 70m 굴뚝에 오른 절박한 노동자들을 위한 기도회에서 보았습니다. 지난 10년간 늘 세상에서 내몰린 사람들의 곁에 있어 왔습니다. 노동자들의 친구이고 도시 빈민들이 그의 가족입니다.

지난번 재판에 증인으로 왔다가 그냥 돌아간 노동자 한 분이 있습니다. 그분께 바쁘신 시간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더니, 그분이 그러더군요. "이동환 목사님은 4년간 한 번도 버리지 않았는데 내가 그를 버릴 이유가 없습니다." 오늘 재판의 사안도 그렇습니다. 이동환 목사의 목회는 늘 그랬습니다. 시대의 약자들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달려가 함께하는 것이 그의 목회 여정이었습니다.

그에게 상을 주어도 모자랄 판에 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참담합니다. 이 목사는 늘 아픔이 많은 곳, 그리스도의 사랑이 절실한 곳에 가서 그 일을 한 것입니다. 이번 경우는 오히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손을 잡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손을 잡지는 못할망정, 기도해 주었다고 '동성애 동조자'라는 있지도 않은 말을 만들어 흑백논리와 예전의 빨갱이 논리로 정죄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온전한 길이 아닙니다. 이웃을 축복하는 것, 심지어 원수를 위해서도 기도하는 일이 우리 주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들이 성소수자라고 해서 이웃이 아닐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교회와 사회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고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데에 대해서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판결이 나오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고린도후서 5장 19~20절 말씀으로 변호를 마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죄과를 따지지 않으시고, 화해의 말씀을 우리에게 맡겨 주심으로써, 세상을 그리스도 안에서 자기와 화해하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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