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방은 너무 작고 시끄럽고
우리에게 돈은 항상 멀리 있지
우리의 방은 너무 작고 시끄럽고
우리에게 돈은 항상 멀리 있지
우리의 방 우리의 방
우리의 방 우리의 방
- 이랑, '우리의 방'

요즘 제 초미의 관심사는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머리 뉠 곳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저는 현재 서울 어딘가에 있는 계약서상 전용면적 12.06㎡(3.64815평)짜리 집에 세를 얻어 살고 있는데요. 집이라기보다는 방이라고 부르는 게 양심에 부합하는 아담한 사이즈입니다.

방 크기를 생각할 때마다 '저 소수점이 한 칸만 뒤로 찍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헛된 망상을 하곤 합니다만, 다가오는 계약 만료일과 치솟는 임차료의 압박 속에서 이나마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방에는 놀랍게도 한 명이 더 살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또 한번 놀랍게도 저와 5살 차이 나는 여동생인데요….

어느 날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와 '서울에 취직했으니 살 곳을 구할 때까지 오빠 방에서 좀 살겠다'고 통보(?)했는데, 어쩌다 보니 벌써 7개월째 부대끼며 살고 있네요.

이쯤 되면 그냥 나갈 생각이 없나 보다 하며 반쯤 포기하고 있던 차에, 얼마 전 동생이 LH에서 공급하는 '청년 주택'에 당첨됐습니다. 좋은 조건이더군요. 어찌어찌 계약은 마쳤고 이달 말에 새집으로 이사해 나간다고 합니다. 마침내.

저는 그동안 뭘 했느냐고요? 저도 지원했죠. 안 됐을 뿐입니다. 올해만 해도 LH, SH, 민간 공급을 가리지 않고 십수 건을 닥치는 대로 접수했지만, 서류 심사조차 가 보지 못하고 모조리 탈락했습니다.

얼마 전에도 또 한 건 탈락된 걸 확인하고 "아니, 이런 건 대체 누가 되는 거야"라고 투덜댔는데, 옆을 보니 동생이 '내가 됐어'라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더군요. 한편으로는 약이 오르고 분통이 터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동생이라도 당첨이 됐으니 천만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저도 올겨울을 넘기면 슬슬 이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돈은 더디 모이고, 매일 잠들기 전 부동산 어플을 뒤적이며 답답한 마음만 늘어 가네요.

이제 저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본토 친척 아비 집은 이미 오래전에 떠나왔는데 그분이 지시할 땅은 대체 어디에… 아브라함은 가야 할 바를 알지 못하고 떠났다지만, 저는 좀 알고 싶거든요. 근래 그 어느 때보다 믿음이 필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편집국 운송

친절한 뉴스B 

'성소수자 축복기도'
감리회 이동환 목사 공판 종결

"이동환 목사는 목회 활동 내내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했습니다. 그곳에서 성례를 집례하고 그들과 기도해 왔습니다. 그 사람들이 의인이어서가 아니라, 목회자라면 다른 사람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축복하는 것이 목회적 상무이기 때문입니다. 그 상무가 노동자와 철거민에게는 가능하고 성소수자에게는 안 된다는 것입니까.

지난번 재판에 증인으로 왔다가 그냥 돌아간 노동자 한 분이 있습니다. 그분께 바쁘신 시간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더니, 그분이 그러더군요. '이동환 목사님은 4년간 한 번도 버리지 않았는데 내가 그를 버릴 이유가 없습니다.'

 

오늘 재판의 사안도 그렇습니다. 이동환 목사의 목회는 늘 그랬습니다. 시대의 약자들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달려가 함께하는 것이 그의 목회 여정이었습니다."

성소수자 축복식으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판에서 보조참가인으로 참석한 황인근 목사(문수산성교회)가 진술했습니다. 그의 발언에 재판정은 숙연해지기까지 했는데요.

공판을 참관하던 이 목사 측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취재 현장에서는 최대한 감정적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저도 마음이 찡~ 울리더라고요. 상대방의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발언·태도 때문에 황 목사의 진술이 더욱 돋보였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2년 여간 이어진 이 지난한 재판이 10월 20일이면 선고가 됩니다. 부디 기독교대한감리회가 한국교회를 더 폐쇄적인 집단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라 봅니다.

편집국 권효


한국교회가
'나눔'을 하고도 욕먹는 이유

<기독 시민 교양을 위한 나눔윤리학>(잉클링즈) 저자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를 만나고 왔습니다. 기독교윤리학자로서 나눔윤리학을 연구해 온 저자는, 한국교회가 '나눔'에 실패해 왔다고 진단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한국교회만큼 사회적으로 나눔을 많이 하는 종교도 없을 텐데 말이죠.

네, 한국교회 나눔 많이 하죠. 하지만 그렇게 나눔을 하고도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기보다는 되레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혜령 교수는 그 이유를 △상대방을 '위하는' 듯하지만 상대방을 존엄한 인간으로 '대하는' 법은 모르는 나눔 △대상을 자의적으로 선별하고 자격을 요구하는 나눔 △시혜자와 수혜자 사이에 위계를 만들고 벽을 세우는 나눔 방식에서 찾습니다.

또한 사랑의 '나눔' 이전에 정의로운 '나누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교회의 모습을 지적했는데요. 목회지 세습,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임금격차, 여성 교역자 성차별 문제 등이 이를 보여 주죠. 기독교적 나눔윤리와는 거리가 먼, '자본주의식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분배 정의가 교회 내에 횡행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기독 시민으로서 '나눔'과 '나누기', '사랑'과 '정의'를 균형 있게 추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합니다. 분배 정의, 빈곤, 사회보장제도, 비정규직, 돌봄, 기후 위기 등 다양한 시대 현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고요. 맛보기로 인터뷰를 먼저 읽어 보시고, 책도 구매해 읽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편집국 운송


교단 재판의 취지는 어디에

지난해 <뉴스앤조이>는 '교회 재판을 재판한다'라는 제목으로 기획 기사를 발행했는데요. 허술하고 불투명하고 비전문적인 교회 재판의 실태를 낱낱이 소개한 기획이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교단들이 경각심을 갖고 자정 능력을 발휘하기를 바랐지만, 좋지 않은 사례에 추가할 만한 일이 또 하나 생겼습니다. 수지선한목자교회 강대형 목사 재판 건을 다루고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가 터무니없이 높은 재판비용을 교인들에게 청구했거든요.

교단 재판에는 '기탁금'이라는 재판비용 납부 제도가 있는데요. 대부분의 교단이 고소·고발장을 낼 때 고소·고발인에게 기탁금을 의무적으로 내게 합니다. 이 돈을 가지고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건데, 비용 대부분은 전국에서 모이는 재판위원들의 교통비와 식비에 사용되곤 하죠.

감리회 재판의 통상적인 기탁금 액수는 연회(1심) 500~700만 원, 총회(2심) 700만 원 정도인데요. 이번에 경기연회는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인 1400여만 원을 교인들에게 청구했습니다.

경기연회 총무는 재판비용 사용 내역을 교인들에게 공개했고 문제도 없다며 "다른 재판은 쉽게 진행되고 끝나기도 하지만, 이번 건은 사안이 중요하다 보니 위원들이 심사숙고하기 위해 더 많이 모이면서 발생한 비용"이라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떳떳하다 한들, 담임목사의 부정을 바로잡기 위해 재판을 제기한 교인들에게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내라고 하는 건 합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돈 없는 사람들은 교회 내에서 일어난 잘못을 따지지 못하게 될 테고, 그럼 "교리와장정을 수호하고 범죄를 방지하여 교회의 권위와 질서를 유지하고 범죄자의 회개를 촉구하여 영적 유익을 도모하는 데 있다"고 명시한 교단 재판의 취지도 사라질 테니까요.

편집국 수진

※ 교회 개혁과 회복을 꿈꾸는 뉴스레터 처치독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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