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가 6월 11일 오전 재판이 열린 감리회 본부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동환 목사가 6월 11일 오전, 재판이 열린 감리회본부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정직 2년'을 선고받았던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의 상소심 재판이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정상 진행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총회재판위원회(조남일 위원장)는 6월 13일 서울 광화문 감리회본부에서 상소인 이동환 목사와 피상소인 경기연회 심사위원회(진인문 위원장) 등 양측을 불러 심리를 열었다.

이동환 목사의 상소심 재판은 지난 1년 반 동안 황당한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2021년 2월 첫 재판 때는 총회재판위원회의 공개재판 거부에 반발해 이동환 목사 측이 집단 퇴장했고, 3월 열린 두 번째 재판은 재판위원장 조남일 목사가 과거 이 목사를 조사한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제척' 사유 논란으로 무산됐다.

이후 조남일 목사는 2021년 6월 <뉴스앤조이>에 "재판을 각하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거듭 밝혔으나, 이를 철회하고 올해 1월 세 번째 재판을 열었다. 그러나 이 목사를 기소한 심사위원회 관계자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이날 재판도 무산됐다. 감리회 헌법 '교리와장정'에 따르면 심사위원회 위원장 또는 서기가 출석해야 재판을 열 수 있는데, 심사위원회가 변호사 1명을 선임해 내보낸 채 출석하지 않은 것이다.

1년 반 만에 열린 이번 재판에서는, 제척 사유로 논란을 빚었던 조남일 위원장의 퇴장하에 재판위원 5명이 심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회에서는 위원장 진인문 목사를 대신해 서기 김기태 장로가 출석했다. 재판부는 상소인·피상소인 측이 각각 5명씩 방청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동환 목사 측 변호인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상소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원심(정직 2년)을 취소하고 무죄를 선고해 달라"면서 "교리와장정 3조 8항을 보면 '마약법 위반, 도박 그리고 동성애 찬성 및 동조'라고 되어 있는데, 마약법 위반과 도박은 실정법 위반 행위이고, 직접적인 행위이며,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도 불법인 행위다. 그러나 동성애는 사회 법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제지하고 있지 않다. 또한 (교리와장정이 규정한 것은) 구체적인 동성애 행위가 아니라 '찬성'과 '동조'라는 표현의 영역이다. 표현의자유는 헌법 21조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보장돼야 하고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 측은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축복식이 성소수자뿐 아니라 누구나 참여하는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가 당일 현장에서 "이 땅의 모든 성소수자와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에 반대한다"고 말한 것은 차별과 혐오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전하고 축복한 것인데, 이를 근거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동환 목사 변호인으로 함께 참석한 김종철 변호사 역시 죄형법정주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상 '찬성 및 동조'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혐오와 차별을 반대한다는 차원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한 행위를, 동성애 행위에 대한 찬성 및 동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1심 재판처럼 죄형법정주의를 무시할 경우, 예수님이 세리나 간음한 여성과 함께하신 걸 놓고도 '예수님이 세금 갈취나 간음에 찬성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에 앞서 기독 청년들이 이동환 목사 무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감리회본부 앞에서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재판에 앞서 기독 청년들이 이동환 목사 무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감리회본부 앞에서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와 달리 심사위원회 측은 재판 내내 이동환 목사 측 주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심사위원회를 대표해 출석한 서기 김기태 장로는 사건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재판위원들은 김 장로에게 "피상소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으나, 그는 "이런 퀴어 축제에서 축복을 한다는 것은 목사님으로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할 뿐 관련 쟁점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에 심사위원회 측은 자신들이 선임한 변호사가 발언할 수 있게 하려 했으나, 이동환 목사 측은 "검사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발언권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김 장로는 재판 내내 1심 사건 기록을 읽는 데 그치거나, 변호사가 옆에서 알려 주는 대로만 말했다. 그러자 재판위원들은 "질문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기소 사실 내용은 우리도 읽었다", "아까 읽은 걸 또 읽는 거냐"며 김 장로를 거듭 지적했다.

보다 못한 이동환 목사 고소인들이 발언권을 얻어 대신 방어에 나섰다.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여한 충청연회 김용신 목사(기쁨의교회)는 "잘못을 격려하는 것은 권면이지 축복이 아니다. 동성애자를 정말 축복하고 싶으면 그들이 천국에 갈 수 있게 회개하도록 하는 게 목사의 사명"이라고 했다. "죄형법정주의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것이지만, 사회 법은 천국과 지옥을 모르지 않나. 우리는 목사이므로 교리와장정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며 이 목사의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부연회 이훈 목사(넘치는교회)도 "이 목사가 단순히 그냥 축복한 것이 아니라 동성애를 찬성하고 옹호했다고 생각했다. 변호사님이 형법 이야기를 했지만 그건 세상 법이고 감리회 목사는 교리와장정상 지켜야 할 본분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훈 목사는 인천 퀴어 문화 축제를 '음란 축제'라고 명명했다가 재판위원들에게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하라"고 경고를 받기도 했다.

재판은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재판위원들은 양측 의견을 서면으로 접수한 후 2주 뒤 다시 재판을 열기로 하고 정회했다.

재판 후 취재진과 만난 박한희 변호사는 "오늘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재판이 진행됐다. 다만 공개재판이 열리지 않고 방청 및 취재가 제한돼서 유감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해제됐으니,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어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상소인은 법보다는 교리적·신학적으로 동성애가 죄라는 얘기를 반복한다는 느낌이 든다. 피상소인 측은 주장을 명확히 정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동환 목사는 "재판이 진작 이렇게 진행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사로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가서 축복했고, 하나님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이 마음을 갖고 계속할 것이다. 이번 재판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대신, 교회가 변할 수 있다는 소망을 갖게 하는 재판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6월 27일 오전 11시 감리회본부에서 열린다.

재판 후 이동환 목사(사진 맨 오른쪽)는 "퀴어 문화 축제에서 축복한 것에 대해 하나님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재판 후 이동환 목사(사진 맨 오른쪽)는 "퀴어 문화 축제에서 축복한 것에 대해 하나님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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