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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뉴스앤조이>는 10년 차 기자를 두 명 배출했습니다. 다른 언론사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희에게는 아주 특별한 일입니다. 2016년 대표로 부임했을 때 직원 평균 임금이 160만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금액이죠. 그런 상황에서 근속을 바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대책 없이 무작정 임금을 올렸는데, 사실 지금도 서울에 살면서 근속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닙니다. 시민단체 평균에 겨우 맞춘 수준이죠. 그것도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아무리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는 일이라지만 언론의 첫 번째 사명은 비판과 감시이기 때문에, 교회와 성도님들이 선뜻 함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니까요.

우리가 후원으로 계속 생존할 수 있을까 고민을 수년째 하고 있습니다만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내일을 담보할 수 없는 난감함, 그럼에도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은혜 가운데서 좌절과 감사를 반복합니다. 그 와중에 10년 차 기자를 두 명이나 얻었으니 얼마나 큰 사건인가요. 전 직원이 축하받을 일이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뉴스앤조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신 후원회원님, 그리고 격려와 비판을 아끼지 않으신 열혈 독자님들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 기자들이 10년을 한곳에서 보냈는데 성장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6~7년 근속한 후에 해외 연수를 보낼 수 있다면 직원들이 어떻게 성장할까? 신학에 관심이 있는 직원이 M.div 과정에 진학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그러나 정작 고민하고 있는 건 점심값으로 책정된 7000원으로는 식사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그걸 올리자니 월급이 아슬아슬합니다. 경영자로서 제 시효가 다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안은 채 10년 차 기자 배출 감사 파티를 엽니다. 세상 기쁜 일이지만 절벽에 안전장치 없이 서 있는 듯한 아찔한 기분이 드는 요즘입니다. 함께 모여서 그동안의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이야기하면 다시 희망의 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제 넋두리까지 늘어놓아 송구합니다. 기사로는 올리지 못할 제 마음을 처치독 독자님은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마음이 몰려올 때에는 잠시 눈을 감고 하나님께 온 마음을 집중해 봅니다. 아무 말 없이 십자가 앞에서 누워 있다 보면 다시 일어나 걸어갈 힘이 생깁니다. 처치독 독자님도 잠시 쉬어 가는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뉴스앤조이> 도현

친절한 뉴스B

여성 안수 반대 교단의 중진 목사가 여성 안수를 지지??

얼마 전 회사로 기고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9쪽이나 되는 기고문의 제목은 이러했습니다. '여성 목사 안수는 비성경적인가?' 보낸 이는 총신대학교 법인이사 중 한 명인 이광우 목사(전주열린문교회)더군요.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한국교회 최대 교단 신학교의 이사가 '여성 안수'에 관해 쓴 글이라니…. 게다가 총신대는 지난해 법인이사 구성원으로 교단 목사가 아닌 외부 여성 이사를 선임하는 데 강하게 반발한 전력도 있는데…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파일을 열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이광우 목사는 기고문에서 여성 안수가 비성경적이라는 교단의 신학적 기조를 반박하고, 여성 안수가 왜 성경적인지 논증했습니다.‍ 백번 양보해 여성 안수 찬반 의견이 모두 '성경적'이라면, 현실 사회에서 교단이 어떤 방향을 지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도 제시하죠.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났을 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년간 여성 안수 문제에 침묵하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안에서, 그것도 중진 남성 목사가 공개적으로 여성 목사제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기고가 나간 뒤 소셜미디어상에는 여러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여성이 대통령도 하고 장관도 하는데 왜 목사는 될 수 없냐'며 이광우 목사의 글을 옹호하는 댓글도 많았는데요. 독자분들께서도 이번 기고를 읽어 보시고 교단의 변화를 위해 함께 목소리 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처치독 구독자분들께만 최초 공개하는 사실! <뉴스앤조이>는 주요 교단 여성들의 안수 투쟁사를 돌아보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포함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편집국 수진


철거 현장에서 경험한 연대의 밥상

'맛있는' 책 하나 추천드립니다. '쫓겨남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강제 철거 현장에서 예배의 자리를 만드는 옥바라지선교센터 사무국장 이종건 전도사가 쓴 <연대의 밥상>(롤러코스터)입니다. 철거 현장에서 먹은 한 끼 밥상을 주제로 쓴 글들인데요. 주제도 신박한데 읽는 맛이 일품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ㅎㅎㅎ
 
도시 빈민에 관심 많은, 서울에서 자취하는 가난한 신학생. 이종건 전도사는 <연대의 밥상> 곳곳에 도시와 골목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놨는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교회에 대한 그의 생각도 들어 보았습니다. "옛날 어느 시기 교회가 가지고 있던 역동성", "지금은 잘 찾아볼 수 없는 공동체성" 이런 말을 들을 때는 괜시리 마음이 시렸습니다.

편집국 권효


독서 여정이 바꿔 놓은 것들

기독교희락주의자로 유명한 미국의 목회자 존 파이퍼(John Piper)를 한때 참 사랑했습니다. 어찌나 좋았는지 그가 쓴 책이라면 모조리 구해다 열성적으로 읽었지요. 특히 대표작 <하나님을 기뻐하라>(생명의말씀사)를 읽으며 느꼈던 희열은, 지금까지도 그때 그 시절의 강렬한 추억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였을까요. 그랬던 저도 차츰 그를 멀리하게 되더군요. 특히 그가 '그리스도인의 여름 휴가 옷차림'(feat. 비키니)에 대해 언급한 어느 아티클을 접하고는 과감히 이별을 고했습니다(안녕…☆).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 있으신가요? 한때 재미있게 봤던, 혹은 그 이상으로 열광했던 저자와 어느새 조금 멀어진 경험 말입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그의 글과 다시 조우하면, 이 저자가 원래 이랬는지, 어느 순간 변해 버린 쪽이 저자인지 나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헷갈릴 정도로 당황스럽고 어색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런 경험은, 기나긴 독서 여정 속 '저자'와 '책'과 '나'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할 겁니다.
 
최근에 <뉴스앤조이>가 소개한 박혜은 님의 서평은 이러한 변화와 성장에 대한 성찰을 잘 담고 있어요. 위 내용에 공감하신 분이라면 내용과 상관없이 재밌게 읽으실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권의 책이 저자나 출판사의 의도와 다른, 혹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 주기도 하고요. 자칫 '용비어천가'들로 채워질 수 있는 기독 출판 서평의 장에 꼭 필요한 목소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

편집국 운송

※ 교회 개혁과 회복을 꿈꾸는 뉴스레터 처치독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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