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함마디 문서> / 이규호 옮김 / 이정순 감수 / 동연 펴냄 / 752쪽 / 4만 5000원
<나그함마디 문서> / 이규호 옮김 / 이정순 감수 / 동연 펴냄 / 752쪽 / 4만 5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초기 기독교 사상의 양대 뿌리 중 하나인 영지주의 경전 '도마복음'·'요한 비밀의 서' 등을 수록한 '나그함마디 문서(서고)' 국내 최초 완역판. 재야 신학자 고 이규호 선생이 2002년 영어판·독일어판을 비교해 한글로 번역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년 만에 정식 출판됐다. 이규호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이정순 교수(목원대학교 신학과)가 감수를 맡았다.

'나그함마디 문서'는 1945년 이집트 자발 알-타리프 절벽 아래에서 항아리에 담긴 채 발견됐다. 인근에 파코미아수도원(Pachomian monastery)이 있어, 이곳 수도사들이 묻었을 것으로 추청된다. '도마복음'을 비롯해 '베드로의 묵시록', '진리의 복음', '이집트인들의 복음' 등 영지주의 경전 52편이 담겨 있다. 학자들은 사본의 일부가 늦어도 기원 150년에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으며, 주변 지명을 따서 '나그함마디 문서'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지주의는 일명 삼위일체 논쟁이라고 불리는 325년 니케아공의회에서 이단 사상으로 규정됐다. 이후 영지주의 신봉자들은 파문됐고, 관련 문서도 모두 파괴됐다. 영지주의는 보수 신학적 색채가 짙은 국내에서도 삼위일체와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는 이단 사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나그함마디 문서의 발견으로 그동안 단편적 이해에 머물렀던 영지주의에 관한 선입견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이정순 교수는 "이 문서의 발견으로 영지주의는 단일한 사상이 아니고 매우 폭넓은 사상이요, 다양한 분파로 존재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영과 육의 이원론으로 물질을 경시하면서 육체를 감옥쯤으로만 여기고 또 육체에 갇힌 영이 참된 지식을 깨달아 육체의 감옥을 벗어나는 게 구원이라는 정도로만 이해했던 영지주의는 이제 '나그함마디 문서'를 통해 그 정체를 보다 정확하게 밝힐 수 있게 되었다"고 썼다.

"'도마복음'과 신약성서 복음서들의 관계는 특별한 관심거리이다. '도마복음'의 말씀 중 여러 구절이 공관복음서(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에 병행 구절이 있다. '도마복음'의 말씀을 공관복음의 병행 구절들과 비교해 보면, '도마복음'에 있는 말씀이 좀 더 초기의 형태거나, 그런 말씀의 좀 더 초기의 형태가 발전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도마복음'은 마태와 누가가 공통으로 사용한 자료라고 보는 'Q'(독일어로 '자료'라는 뜻의 Quelle에서 온 말) 자료와 유사하다. 그러므로 '도마복음'과 이 글의 바탕이 된 자료는 신약성서 복음서의 자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도마복음(II, 2) 해제', 165쪽)

'요한 비밀의 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세베데의 아들 요한에게 인류의 창조와 타락, 인류의 구원에 대해 계시하신 내용을 담고 있다. 교부들의 글을 보면 그들 중 몇몇은 '요한 비밀의 서'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레네우스의 글에 나오는 어떤 영지주의자들의 가르침은 이 글에 나오는 우주론적 가르침과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이레네우스가 여기 있는 그대로 '요한 비밀의 서'를 알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레네우스가 '요한 비밀의 서'을 쓴 시기가 서기 185년이므로 그 이전에 '요한 비밀의 서'에 나오는 가르침과 같은 내용이 영지주의자들 사이에 퍼져 있었음은 분명하다. '요한 비밀의 서'는 8세기까지도 메소포타미아의 아우디아파가 사용했다. ('요한 비밀의 서(II, 1 / III, 1 / IV, 1 그리고 BG 8502, 2) 해제',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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