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당하는 제자들 외면한 신학대 교수들

오래전 표창원 전 의원과 인터뷰할 때 일선 경찰 시절 일화를 들려주더군요. 모 신학대 시위를 막기 위해 투입된 적이 있는데, 시위대 맨 앞줄에 교수들이 어깨동무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시위에 나선 학생들이 자주 부상을 당하니까 아예 교수들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고 해요. 표 전 의원은 "신학대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여서 크게 감흥은 없었습니다. 신학대 교수라면 어느 상황에서든 응당 그리스도를 좇는 학생들을 보호하고 감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몇몇 사건을 접하고 제 생각이 짧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할 신학대 교수들이 성폭력을 저지르고, 갑질을 일삼고, 논문 표절을 하는 걸 볼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각 사안 하나하나가 엄중한데요. 제가 목격한 사건 중 가장 화가 나고 충격적인 일은 따로 있습니다. 이미 세간에 알려진 '장로회신학대학교 무지개 행동'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장신대 신학생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를 두고 교단 안팎에서 '동성애 옹호' 행위라며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죠.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장신대 측은 오히려 해당 학생들을 징계(법원은 징계가 '무효'라고 선고)하고 조용히 넘어가려 했습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학생들이 비난과 징계를 당하는 동안 장신대 교수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한창 이 일을 취재 중일 때 사안을 관장하던 교수에게 왜 학생들을 보호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교수는 "안 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너무 앞서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교단 목사·장로들이 이 문제로 극성을 부리니 직접 만나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데 정치적으로 풀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소가 나오더군요(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는…).

극소수 교수를 제외한 장신대 교수 대다수는 이 문제에 눈과 귀를 닫았습니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에 얼굴과 이름을 내걸고 반대하던 교수들조차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보신주의에 사로잡혀서일까요. 그들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고통당하는 제자들을 외면했습니다.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괜찮아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하며 여전히 학교와 싸우고 있습니다.‍ 결코 돈을 바라기 때문이 아닙니다. 징계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으니, 이 사실을 학교에 공고하고 학내 신문에 게재해 달라는 게 요구 사항의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어떻게 해서든 학생들과 싸워서 이기겠다는 듯 전혀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승에게 실망한 학생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 일로 몇몇 학생은 스스로가 계획한 인생의 경로를 반강제로 수정해야 했습니다. 이 중 오세찬 전도사는 원래 군종장교(군목)로 입대할 예정이었는데, 지난 6월 20일 늦은 나이에 병사 신분으로 입대했습니다. 입대 전날 전화를 걸어 "더 관심을 쏟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더니, 오 전도사는 "괜찮아요. 오히려 감사해요"라더군요. 울컥했습니다. 휴가 나오면 맛있는 식사 한 끼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계획인지 아닌지 모릅니다만, 분명 나타내심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직함상 교수일지언정 참스승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믿습니다. 당장 눈앞에서 신음하고 고통당하는 제자들을 외면한 그 교수들이, 어디 가서 "기독교인은 어려운 이웃을 돌봐야 한다"는 설교만큼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편집국 용필

친절한 뉴스B

"그래서 명성교회는 어떻게 되는 건데?!"

후원회원이나 지인들을 만날 때 종종 받는 질문이에요. 명성교회와 관련한 무슨 결정(판결)이 나오고 있는 건 알겠는데, 시간도 오래 지났고 어떻게 돼 가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네, 그럴 만도 해요.‍ 명성교회(편의상 'MS'라고 부를게요ㅋ)를 취재해 온 저 역시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예요. 요즘 MS는 김하나 목사의 대표자 지위 확인소송에 심혈을 쏟고 있어요. 지금 2심이 진행 중인데, 1심에서 MS가 졌거든요.‍

1심 재판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을 상당 부분 인용하면서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 위임목사 및 당회장으로서 지위가 없다"고 선고했어요. 만일 2심 재판부도 같은 판결을 내릴 경우, 교회 안에서는 김하나 목사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고, 밖에서는 부자 세습 비판이 다시 한번 강하게 일어날 거예요. 그래서 MS는 이번 2심 재판에 사활을 걸고 있어요. 재판부에 낸 준비서면을 보면 얼마나 다급한지 느낄 수가 있는데요.

"2017년부터 2022년 5월 말까지 피고 교회(MS)에는

1만 995명의 새 신자가 등록했고,

이들은 2017년경부터 김하나 목사의 목회 철학과 비전에 동의하여…"

"피고 교회는 막대한 협력 기금을 총회에 내며

총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었고,

피고 교회에 불리한 항목이 많은 총회 수습안 결의도 묵묵히 따르며…"

무조건 이겨야 하는 재판이다 보니 '교세와 치적'까지 내세우는 웃픈 현실인데요. 애당초 세습금지법을 지켰으면 이런 일은 없었겠죠. 그나저나 교회 재판이라면 모를까,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하는 사회 법정이 '교세와 치적'을 얼마나 참작해 줄지 모르겠네요. 이번 2심 판결은 7월 21일 나오는데요. 지난한 MS 세습 문제에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편집국 용필


아이보다 하루 더 살아야만 하는 부모들

5년 전,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설립을 위해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던 사건 기억하시나요? 당시 강서구를 지역구로 둔 김성태 의원이 그 부지에 한방 병원을 짓겠다고 공개 발표하면서, 특수학교 건립에 거세게 반발한 주민들을 설득하고자 부모들이 눈물로 호소한 일이었죠.

서진학교는 우여곡절 끝에 2020년 3월 개교했어요. 하지만 '학교 갈 권리'만 보장된다고 해서 장애인과 그 가족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발달·중증 장애 자녀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게 되면, 가족들의 돌봄 책임은 더욱 가중되기 때문이죠.

끝없는 돌봄에 지쳐 최근 한 달 새 세상을 떠난 발달장애인·가족만 6명입니다. 그 이전에도 소리 없는 죽음은 수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정부가 발달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수년째 미루는 동안 말이죠. 장애 자녀를 돌보는 가족들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지난 4월 단체로 삭발도 하고 단식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에도 정부는 지금까지 묵묵부답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연 추모 예배에서 그리스도인이자 발달장애 자녀를 둔 장미라 지회장(강서장애인부모연대)은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어떤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내가 그다음 7번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요."

"우리 아이들은 '세트 메뉴'예요. 아이 가는 곳에 엄마도 가죠. 오죽하면 부모들이 아이보다 하루 더 오래 살아야 한다고 얘기할까요."

뙤약볕 아래에서도 팻말을 손에 펼쳐 들고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을 외치는 부모들을 보면서, 저 또한 '가족'이나 '부모'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전가되는 책임과 고통을 어느 정도 외면해 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부는 발달·중증 장애 자녀 돌봄 책임이 가족에게만 전가되지 않도록, '24시간 지원 체계'를 비롯한 공적 돌봄 시스템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아이와 함께 평범하고 다정한 이웃"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멈출 방법입니다.

편집국 수진


여의도순복음교회 분위기가 혼탁한 이유

대형 교회 목사들을 둘러싼 루머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고, 때로는 루머가 팩트로 확인돼 교회에 분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멀쩡하던 교회가 담임목사의 일탈로 화를 입게 되는 것만큼 애석한 일은 없을 겁니다. 최근 2년간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불륜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교회 내 한 여성과 불륜을 저질러 아이를 낳았고, 이를 입막음하는 대가로 1억 5000만 원을 건넸다는 등 소문이 아주 구체적이었는데요.

<뉴스앤조이>는 소문이 일어난 초기부터 취재를 해 왔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사실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확실한 관련 증거가 있고, 불륜 상대 여성도 만나게 해 주겠다는 제보도 받았지만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불륜 의혹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련 없는 외부인 2명이 제기해 왔는데요. 이영훈 목사는 두 사람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각각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불륜 의혹을 제기한 전 신학생 정 아무개 씨는 결심공판에서 "(불륜 의혹을) 지금은 허위로 인식한다"면서도 "교회를 위해 전달받은 내용을 알린 것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이 목사가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없고,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교회를 운영한 사실 등이 없다면서 정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상황입니다(선고는 7월에 나올 예정이에요).

<뉴스앤조이>는 지금까지 진행돼 온 사안을 취합해 기사화했습니다. 그럼에도 교회 안팎에서는 여전히 이 목사의 불륜을 기정사실화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네요. 아하….‍ 

편집국 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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