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요셉입니다. 

독자님은 혹시 책장에 놓고 두고두고 읽는 책이 있나요? (성경책 빼고요ㅎ) 저에게는 2012년 출간된 프랑스 출신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바다출판사)가 그러한데요. 이 책은 적게 소유하고 소박하게 사는 '심플한 삶'을 소개해요.

처음 책을 구매할 때 저자가 단순히 무분별한 소비문화를 비판하고 심플한 삶의 당위를 주장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의식'과 '습관'에 관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내 인생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한가.'
'나는 적은 것에 얼마나 만족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마주하면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제 삶의 방향과 목표를 돌아보게 됐어요. 이 책을 만난 시기가 막 군대에서 전역하고 취업을 준비할 때라 스펙 쌓기 바빴거든요. 그런 제게 이 책은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그렇게 <뉴스앤조이>와의 악연이…).

그렇다고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에요. '습관'에 관한 설명도 있다고 했죠? 이를테면 이런 내용입니다.

· 옷을 항상 잘 정리하자. 제대로 걸어 놓고, 개어 놓고, 통풍이 잘되게 해 주어야 옷이 오래간다.
· 먹고 대화하고 집을 청소하는 것처럼 평범한 행동도 신성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그 행동을 신성한 의식처럼 하면 된다.
· 걸을 때든 요리할 때든 활력이 넘치게 하자. 요컨대 '힘차게' 살자.
· 운동을 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겉모습도 달라진다. 처음에는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것도 성취할 수 있게 되어 일상에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 비생산적인 인간관계는 정리하자.

저는 심플한 삶이 단지 소유와 관련된 생활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심플'을 '부족'이나 '결핍'으로 오해했죠.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된 심플한 삶은 부족하거나 결핍한 삶이 아니었어요. 충만한 삶이었죠.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식대로 표현하면 '존재하는 삶'이라고나 할까요.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이 꽃을 바라보는 것은 존재하는 삶의 방식이고, 꽃을 따는 것은 소유하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의 목적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고, 소유의 여부가 남들에게 달린 경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존재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이 책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걸음걸이, 서 있는 자세, 쓰레기 버리기, 문 닫고 다니기, 세탁물 정리, 씻을 때 사용하는 물의 세기 등에 진심이었던 옛 모습이 떠오르네요. 하하하

오늘 갑자기 '심플'에 관해 장장하게 이야기한 건 최근 읽은 김기석 목사님의 인터뷰 기사 때문이에요. 빌드업이 길었죠?;

이 기사를 보면서 제 삶의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됐거든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근무 연수와 나이를 하나씩 쌓아 올리며 저는 속물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남들 다 하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촌스러운 건 싫어' 하면서 내어 준 마음들이 하나둘씩 욕망에 점령당한 것 같았고요.

"기독교 신앙이란 욕망이 허상임을 알아차리고 그 너머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이라는 목사님의 말씀에 몽둥이로 정강이를 얻어맞는 느낌이었어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는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는 허울만 뒤집어쓴 채 너무 제 뜻대로만 생활하고 있었어요. 

오늘부터 바쁜 일상이 잠시 멈추고 3일의 연휴가 시작하죠. 독자 님께 나긋나긋하고 은은하지만 비수처럼 다가오는 김기석 목사님의 인터뷰를 읽어 보시길 권해 드려요. 유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사역기획국 요셉

처치독 리포트

이제 '실패한 목회자'라는 낙인은 거두자고요(feat. 일하는 목회자)

작년 이맘때 '일하는 목회자'를 부지런히 인터뷰하고 다녔어요. 배달, ⚒️인테리어, ‍농사, ‍상담·교육, ⚰️장례 지도, ☕️카페·식당 일 등을 하는 목회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새삼 이분들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단순히 목회자가 일을 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이들은 일을 할 때 '나는 목회자다'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붙들고 임했거든요. 그렇기에 비도덕적·비윤리적 행위는 멀리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했고, 때로는 부당하게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전에 인터뷰한 인테리어 사장 김명기 전도사는 요즘에도 교회 공사를 해 주고 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떼이기도 한다고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아하….

목회와 일을 병행하는 목회자들은 때로는 지치고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이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나아가고 있는데요. 그런데 아주 가끔 '멘탈'이 흔들릴 때가 있다고 해요. 특히 '믿는' 사람들의 멸시와 조롱을 받을 때 더욱 그렇다고 합니다.

"이들은 교단적인 차원에서는 이중직 금지법을 통해 '불법적인 존재'로 각인되며, 동료 목회자들에게는 '실패한 목회자', '믿음 없는 목회자', 교인들과 가족들에게는 '능력 없는 목회자', '못나고 우스운 목회자', '진정성 없는 목회자'라는 오명과 낙인을 가지고 살아간다." (97쪽)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은 김재완 씨(31)가 올해 4월 펴낸 <우리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이레서원)에 나오는 내용인데요. 이 책에는 이중직 목회자 현상이 나타나게 된 계기를 비롯해, 한국교회가 지닌 구조적 문제점 등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무겁지 않게 풀어냅니다. 얼마 전 저자를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이 말을 꼭 기사에 실어 달라고 당부하더군요.

"이제 한국교회는 성장이 멈췄고 구조적인 개혁도 어려워요. 교회도 사회처럼 양극화된 지 오래고, 미자립 교회가 양산될 수밖에 없어요. 자연스럽게 이중직 목회자도 늘게 돼 있는데, 한국교회는 일하는 목회자에 대한 인식이 정립이 안 돼 있어요. 정통 교회 목회자들처럼 존중해 주면 되는데, 은연중 '실패한 목회자'로 낙인찍으려고 하거나, 교단법으로 이중직 목회자들을 묶어 두려 하고 있어요. 이제는 그릇된 시선을 거뒀으면 좋겠어요."

이중직 할 거면 단기간 하든지, 허락받아라?

실제로 주요 교단은 아직까지도 이중직에 대해 폐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요.

·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이중직을 금지, 하지만 '생계형'은 허용.
·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원칙적으로 이중직 불가, 단기적인 생계형만 인정.
· 기독교대한감리회: 미자립 교회 목회자는 허용, 그러나 관할 감독의 허가 필요.
·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교단 헌법에 목사 자격을 '다른 직업을 겸하지 않고 전적으로 헌신한 자'로 규정. 이중직을 허용하려면 교단 헌법부터 바꿔야 하는 상황.

지지부진한 주요 교단의 입장은 일하는 목회자들의 기운만 더 빼고 있어요. 대부분 생계 문제 때문에 일을 병행하는 것인데도 "할 거면 단기적으로 해라", "감독의 허락을 받아라", "다른 직업을 가지면 안 된다"는 등 하나 마나 한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까요.‍

일과 목회를 병행할 때의 고충은 없는지, 노회나 총회 차원에서 도와줄 건 없는지 물어야 하는 게 우선 아닐까요. 아니면 차라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처럼 "목사 이중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노회와 총회가 단순히 정죄해서는 안 된다"고 명료하게 정리하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요.

"이익 창출, 자아실현 넘어 이타성 지닌 존재들"

갈수록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말하는데요. 김재완 씨는 이런 명제에 동의하면서도, 오히려 일하는 목회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해요. 일선에서 '노동이 무엇인지', '신앙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이익 창출과 자아실현을 넘어서 '이타성'을 지닌 채 살아가는 존재들"의 선한 영향력이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에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말이지요.

나아가 김재완 씨는 새로운 교인의 유입이 안 되는 포스트 성장 시기지만 일하는 목회자들은 역동적인 방식으로 길을 걷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한국교회가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거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요. 저 역시 이 주장에 넉넉히 동의하는 바인데요. 저자의 말처럼 "이제는 한국교회의 성장을 추모"하면서, 어느 순간 우리 앞에 나타난 '이중직 목회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응원해 보는 건 어떨까요.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권우진, '이중직 목회, 새 시대의 최전선'

편집국 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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